<구멍뚫린 인천공항> ①시설은 하자투성이 경비요원도 없었다




외국인 환승객 연쇄 밀입국 원인은 人災…안일한 보안 의식
"보안은 사람이 2중·3중 감시해야…총체적인 재점검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대한민국 '제1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위태롭다. 이달 들어서만 2차례나 외국인 환승 여행객이 밀입국하는 사건이 터졌다. 그 과정에서 공항 보안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드러났다.
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국가의 관문이 뚫린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달 29일 인천공항 화장실에서 발견된 폭발물 의심물체에 부착된 메모지에는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다. 신이 처벌한다"라는 글자가 아랍어로 적혀 있었다.
인천공항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에 잇따른 외국인 환승 여행객 밀입국 사건은 모두 인재(人災)였다.
심각한 하자가 있는 시설을 그대로 방치한 데다 안일한 보안 의식, 허술한 경비근무 등이 복합적으로 겹친 결과물로 드러났다.
이달 21일 새벽 일본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중국으로 가야 했던 중국인 부부가 환승 대기 중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을 거슬러 올라가 밀입국한 사건에는 이러한 3가지 원인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들이 출국장으로 진입한 첫 관문은 상주직원 전용 출입문이었다. 오전 1시가 넘어 출국장 운영이 종료됐지만, 중국인 부부가 다가서자 문은 저절로 열렸다.
이 문 안쪽에 휴게실이 있는데, 공항 새벽 근무자들이 출입할 때마다 출입증을 인식시켜야 하는 불편함이 없도록 출입문을 잠가놓지 않았다. 근무자들의 보안 의식 실종으로 어이없이 밀입국자에게 문이 열린 것이다.
중국인 부부는 이어 보안구역과 일반구역을 차단한 최종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해체하고 빠져나갔다. 문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 고정한 잠금장치는 10년 가까이 된 것으로 중국인 남편이 9분 정도 흔들어대자 나사못이 쑥 뽑혔다.
이들 중국인 부부가 출국장에 들어와 버젓이 밀입국을 시도한 시간은 14분이었지만 이곳에서 근무한 보안경비요원은 범행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근무자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허술하게 경비가 이뤄진 셈이다.
이로부터 8일 후인 29일 또다시 공항 보안구역을 뚫고 나간 20대 베트남인 사건도 중국인 부부 밀입국 때와 비슷한 보안 시스템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는 2층 입국장에서 운영이 종료된 입국 심사장의 무인 자동출입국심사대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어 빠져나갔다. 출입 통제용 스크린도어가 사람의 힘으로 열린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애초부터 심각한 보안상 문제를 내재한 것이다.
입국심사장을 운영하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운영 종료시 보안경비 근무자를 배치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스크린도어 강제 개방시 경보음(알람)이 울렸지만 경비원이 없으니 알람도 '무용지물'이었다.
베트남인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게 오전 4시57분이고 공항 보안구역에서 빠져나간 시간이 오전 7시24분이니 2시간27분이 걸렸다. 하지만 법무부가 베트남인의 잠적 사실을 통보받고 그의 밀입국을 확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8시간이었다.
그가 환승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는 항공사 통보를 받은 시간이 오전 10시35분이고, CC(폐쇄회로)TV를 뒤져 그의 탈출 장면을 확보한 시간이 오후 6시30분이다.
이는 공항에 설치된 CCTV의 화질이 별로 좋지 않아 동선 추적에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낡은 CCTV가 베트남인의 도주에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낡고 하자가 있는 시설도 문제이지만 인력으로 해야 하는 보안 감시가 소홀한 점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장을 지낸 함대영 중원대 항공대학 초빙교수는 "공항에 아무리 최첨단 자동화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해도 결국은 사람이 CCTV를 보며 감시를 하는 2중, 3중의 보안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황호원 항공대 교수도 "안전과 보안 문제는 24시간 어디서나 빈틈없이 관리해야 한다. 서비스 분야는 인력을 한두 명 포기할 수 있지만 보안 분야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며 "이번 기회에 시설 보안과 인력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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