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철학 배반할 'DMC 롯데쇼핑몰'

2016. 1. 2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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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개발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과거 서울시의 도시계획 구상에 따라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는 박원순 시장 취임 뒤부터 강조해온 '상생' '걷기 좋은 도시'의 시정 철학과 정면으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는 박 시장이 취임하면서 서울시가 부각해온 핵심 철학일 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이기도 한 '상생'과 '걷기 좋은 도시'라는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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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시, 초대형 복합몰 계획 고심
지하·공중통로 건설 요청 수용땐
차로 원스톱…‘걷는 도시’ 물거품
인접 소비 빨아들여 상권 붕괴 우려

롯데쇼핑이 상암동 1625번지 등 3개 필지에 짓겠다고 지난달 9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제안한 건물 설계안.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개발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과거 서울시의 도시계획 구상에 따라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는 박원순 시장 취임 뒤부터 강조해온 ‘상생’ ‘걷기 좋은 도시’의 시정 철학과 정면으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27일 서울시와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들은 상암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특별계획구역에 속한 상암동 1625번지 등 3개 필지의 개발계획을 두고 고심에 빠져 있다. 롯데쇼핑은 이곳에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지으려 하고 있다. 롯데 쪽이 소유한 3개 필지를 모두 합치면 2만3742㎡(7194평)로, 필지들을 통로를 연결하면 타임스퀘어(3만4470㎡)급으로 이용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지하와 공중에 연결통로를 만드는 것을 허용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지난달 9일 열린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에서도 이 연결통로가 주된 논의 대상이었다. 주로 공공 공간(도로 상부·지하)의 일부를 민간이 점유하게 되면서 공공이 얼마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느냐에 집중됐지만, 논의 밑바닥에는 이 3개 필지를 모두 연결했을 때의 파괴력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었다. 필지를 통째로 쓰게 해주면 타임스퀘어 같은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생겨나 주변 상권이 나눠갖던 소비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초대형 복합쇼핑몰은 자동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에 들어와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먹을거리, 의료서비스 등을 한꺼번에 해결한 뒤 다시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원스톱’ 공간의 대명사다. 자동차로 쉽게 다니게 되며 인접한 서대문구, 은평구까지 3개 자치구의 상권 등에 광역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는 박 시장이 취임하면서 서울시가 부각해온 핵심 철학일 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이기도 한 ‘상생’과 ‘걷기 좋은 도시’라는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뜻이다.

걷기 좋은 도시란 작은 지역 단위에서 주로 걸어다니며 이곳저곳을 편히 둘러볼 수 있도록 설계된 도시를 말한다. 자동차길이 좁고, 작은 건물들이 흩어져 있는 형태여서 걸어다니는 것이 이곳저곳 다니기에 더 편한 홍대나 서촌 등과 같은 곳이 한 사례다.

문제는 이런 딜레마를 서울시가 스스로 불러왔다는 점이다. 문제의 3개 필지에 대해 시는 2011년 당시 한꺼번에 매입할 경우 우선권을 준다는 방침을 내놨고, 2013년 롯데쇼핑은 그에 따라 일괄 매입했다. 시가 스스로 복합쇼핑몰과 같은 대규모 시설이 들어설 토대를 만들어준 셈이다. 시 관계자는 “2000년께부터 만들기 시작한 디엠시 지역에 아파트를 11단지까지 만들었고, 그런 주거지 규모로 보면 대규모 상업시설이 필요하다는 도시계획적 판단에 따라 땅을 한꺼번에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인근 상권을 무너뜨리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과 박 시장 취임 등 일련의 변화를 겪으며 도시의 이상형은 바뀌었다. 그 변화의 홍역을 디엠시가 앓게 된 셈이다. 시는 스스로 복합쇼핑몰의 토대를 마련해준 ‘원죄’와 함께 상생 티에프(TF)를 꾸려 반경 5㎞ 이내 5만여 상인들에게 미칠 영향을 조사하고는 있지만 뚜렷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애초 상암 디엠시 자체가 자동차 중심 도시인데, 이곳 한곳만 다르게 만든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이경훈 국민대 교수(건축학·<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저자)는 “3개 필지를 통로로 연결해주면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생겨난다. 타임스퀘어의 사례에서 보듯 주변은 차량으로 혼잡해져 걷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3개구에 이르는 지역상권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이 이유만으로도 통로를 허가해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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