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책임이 한국 몫이 되었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1월13일 기자회견에서 ‘12·28 위안부 합의’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상의 걸 받아내서 제대로 합의가 되도록 노력한 건 인정해주셔야 된다.' 하지만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지렛대로 삼은 일본 쪽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 기자회견 전날인 1월1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12·28 위안부 합의’를 통해 표명한 사과를 자신의 말로 하라는 일본 민주당 의원의 요구를 거절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해결됐다. 질문받을 때마다 답변한다면 최종적으로 종료된 게 아니다.'
아베 총리는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적절히 대처한다는 것은 ‘이전된다’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위안부’ 자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적절히 대처할 것으로 인식한다'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를 추진할 예산 지원을 협상 타결 직후 백지화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지원 단체 및 시민은 1월13일 1213차 수요집회를 이어갔다. <시사IN>은 합의 이후 일본 학자들에게 이번 합의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그 답변을 지난 호에 이어 싣는다. 인터뷰는 모두 이메일로 이뤄졌다.

요시자와 후미토시 교수(니가타 국제정보대학)

조선현대사·한일관계사를 전공했다. 저서로 <일한회담 1965> 등이 있다. ‘일·한 회담 문서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합의 평가: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의 인권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피해자의 의견이 반영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일본으로부터의 10억 엔 거출 등 조치에 의해,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 등의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재촉하는 것이다. 이대로는 피해자의 이해를 얻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1965년 한·일 협정과 비교:1965년 일·한 기본조약이나 일·한 청구권 협정에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인식이 일절 나타나 있지 않다. 이번 합의에는 일본 정부의 일정한 역사인식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1965년 협정과 다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식민지 지배 자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한국인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1965년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이 점은 식민지 지배가 ‘강점(强占)’이며, 1965년 당시 논의되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 등이 미해결 과제라고 하는 한국 정부와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쌍방의 견해가 공존한 채 이뤄진 합의라는 점에서는 1965년과 같이 ‘합의 없는 합의’라고 말할 수 있다.
소녀상 문제:‘평화의 비(소녀상)’는 위안부 문제가 장기간 미해결이므로, 피해자 및 그 지원단체가 이 문제를 한국 내외에 호소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이 경위를 고려하면, 평화의 비 철거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피해자 등이 납득한 단계에서, 설치자가 자주적 판단에 의해 결단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일·한 양국 정부가 위압적으로 이 비의 철거를 강요하는 것은 본말전도이고, 잘못된 대응이다.
일본 내 여론:일·한 합의 직전인 지난해 12월27일 <니혼게이자이 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일·한 양국의 관계 개선에 대해 75%가 ‘평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지에 따라서는 일본의 가해 책임이나 각료 망언,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등의 문제를 다시금 상기하는 논조도 있다.
앞으로의 해결 방향:이번 일·한 합의를 살린다는 관점에서 이야기하면, 일·한 양국 정부는 무엇보다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피해자와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이 작업은 한국 정부에만 맡길 게 아니라, 가해 책임을 갖는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평화의 비 철거 등을 선행 조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일본 정부가 실현한다는 것이 확인된 단계에서, 논의해야 한다.
이 문제를 진전시키려면 일본 정부의 성의가 가장 중요하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 그리고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자(당연히 총리가 바람직하다)가 피해자 앞에서 제대로 사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가이 가즈 교수(교토 대학 대학원)

일본 근현대사를 전공했다. 경찰이나 군의 공문서 등 자료를 근거로 위안소는 군 시설로 설치된 것임을 밝혀냈다. <일중 전쟁에서 세계 전쟁으로> 저자.
합의 평가:이번 합의는 어디까지나 일·한 양 정부 사이의 합의이고, 피해자이자 손해배상 청구자인 전 ‘위안부’ 분들의 합의는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납득해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 모든 것은 이 합의에서 제시한 해결책에 대해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금 상황에서 그 동의를 얻는 것은 곤란해 보인다. 이번에 제시된 해결책은 일찍이 1990년대에 일본 정부가 실시한 해결책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그것을 보완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1990년대의 해결책이란, ‘고노 담화’ 공표와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한 ‘보상 사업’이라는 조합을 말한다. 당시 일본 내각은 일본군의 위안소 정책에 의해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이 훼손됐다고 하며 그것에 대한 군의 관여와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동시에, 식민지 시대 피해에 대한 청구권 문제는 일·한 기본조약 체결 시 해결이 끝났다면서 국가에 의한 배상에는 응하지 않았다.
그것을 대신하는 편법으로서 실시된 것이 민간기금에 의한 ‘보상 사업’이다. 이것에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줌으로써 실질적인 정부 보상을 대신한다는 것이 일본 측의 이해였다. 그러나 이 1990년대의 해결책은 기만적이고 불성실하다고 하여 한국의 전 위안부 분들로부터 기피되었다. 결국 위안부 문제의 완전한 해결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현재 위안부 문제 연원의 하나는 이 1990년대의 해결책이 성공하지 못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일·한 합의로 일본 측이 제시한 것은 이 1990년대의 해결책을 계승하고 그것을 보완하는 것으로, 전 위안부 분들이 제기한 비판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원리원칙으로 보면, 전 위안부 분들이 이번 합의에 의한 해결책을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소녀상 문제:이번 합의는 1990년대의 해결책을 다시 제시하는 것인데, 1990년대의 그것에는 없었던 새로운 요소가 포함돼 있다. 바로 한국 정부의 약속이다. 이번 일·한 합의에 의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전 위안부 분들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의무를 진 게 된다. 일본 측에서 보면, 1990년대에 일본 측이 제시한 해결책은 전 위안부 분들의 거부에 부딪혀 잘 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그 반대를 설득할 역할을 한국 정부가 책임지게 하는 것에 성공한 셈이다.
‘고노 담화’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아베 정권이 이번 합의에서 군의 관여와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의 뜻을 보이며 ‘고노 담화’를 따른다는 큰 양보를 굳이 행한 것은, 그 대신 한국 정부로부터 그 같은 약속을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 합의는 실은 위안부 문제 해결의 책임을 일본 정부에서 한국 정부에 대신 떠맡게 하는 교묘한 외교적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 측면을 상징하는 것이 ‘소녀상’ 철거 요구라고 생각한다.
일본 내 여론:일본 국내 다수의 분위기는 이번 합의에 근거해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비판받는 일이 없어지면, 그것을 환영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측이 합의를 거부할 경우, 일본인 다수는 한국의 입장에 일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라고 추측된다. 전 위안부 분들이 이번 합의를 거부하는 것에는 그 나름의 명확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일본인은 유감스럽지만 소수에 그친다.
‘강제 연행’과 관련한 박유하 교수 등의 주장에 대한 평가:그러한 논의는 일본 우파가 만든 ‘강제 연행의 유무만을 쟁점으로 삼는’ 논의의 프레임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버리므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유하씨의 주장에서는, 위안소에서 일할 여성 모집을 담당하고 있던 민간인(순수한 민간인이 아니라 일본군으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았다)이, 취업사기나 인신매매로 여성을 모아서 일을 시키고, 일본군이 그것을 묵인하여 여성을 해방시키지 않고 그대로 군이 관리하는 위안소에서 일을 시켜도(이것은 당시 기준으로 해도 말할 나위 없는 범죄다) 일본군에게는 법적 책임은 없다는 것이 된다.
박유하씨의 군 위안소에 대한 인식은 하타 이쿠히코 씨(니혼 대학 명예교수로 우파 성향의 역사학자. 아베 내각의 고노 담화 검증에 참여했다)의 ‘위안소=전지(戰地) 공창 시설’ 논리에 의거하고 있다. 그러나 하타 씨의 설이 잘못되었다는 걸 나는 군이나 경찰의 사료를 통해 실증했다.

아라이 신이치 명예교수(스루가다이 대학)

서양사와 국제관계사를 전공했다. 1993년 ‘일본 전쟁책임 자료센터’를 설립해 현재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 자신이 학도병 출신이다.
합의 평가: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로서 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을 말한 것은 적극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조치로서 일본 정부가 돈을 내 지원기금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예를 들면 피해 회복에는 재발 방지 조치가 불가결하고, 역사교육에 반영하는 일이나 메모리얼 보존 등이 필요하다. 지원기금의 사업에 이것들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일본 정부가 그것에 어떻게 협력할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기금은 한국에 대한 공 던지기라는 인상을 씻어내기 어렵다.
피해 회복을 위해 마찬가지로 불가결한 것은, 피해자와의 대화나 피해자 및 지원 단체의 사업에 대한 참가다. 하지만 정부 간 위기의 타개에만 외교적 노력이 선행되어, 당사자는 참여하지 않은 채 일이 진행될 우려가 강하다. 그것으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게 아닐까.
소녀상 문제: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1월6일 열린 외교부회 등의 합동회의에서 일·한 합의에 대해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상 철거가 문제 해결의 대전제다'라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합의 지지가 다수를 점했지만, 위안부상 철거가 실현되지 않으면 10억 엔 거출은 그만둬야 한다 등 합의 내용을 직접 언급하는 발언도 몇 있어, 경우에 따라서 논쟁이 합의 내용을 뒤집을 불씨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신문들이 소녀상 철거가 10억 엔 거출의 전제라고 보도하거나, 기시다 외무상이 소녀상 철거에 대해 1월4일 '적절히 이전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라고 발언하는 등 부주의한 발언이 잇따라 나와 사태를 혼란시킨 것은 묵인할 수 없다.
일본 내 여론:일·한 합의에 대한 일본 내에서의 반대는 무시할 수 없다. 야후의 의식조사(여론조사는 아니다)에서는 7할이 반대라고 한다. 참고삼아 의식조사에 대한 트위터 코멘트를 보면, 대부분이 배외적 내셔널리즘으로부터 위안부 문제 자체를 날조라고 주장하고 (위안부를) 문제 삼는 것에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다.
앞으로의 해결 방향:나는 일·한 합의가 양국 간의 현재 외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협의의 외교 약속으로서 일정한 정치적 역할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는 인권, 특히 여성의 인권 문제임과 동시에 전쟁범죄이며, 또한 식민지 지배의 극복 문제와도 관련된다. 문제 해결을 정부 간 합의에 의해서만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이하다.
한편 외교적으로 극복이 곤란한 문제에 대해, 말로 타협해 앞으로의 실행에 의한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세계 외교사상 드물지 않다. 그 경우, 예를 들면 책임이라는 용어에 대해 각자의 해석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 말에 대해 공통의 이해(법적 책임도 도의적 책임도 포함한다)만 있으면, 장래의 실천으로 공통의 부분을 확대하고 또 넓혀가면 문제는 해결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정부 간 교섭에만 맡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일·한의 NGO나 지원단체 사이에는 교류의 역사가 있다. 또한 공통의 이해를 확대하기 위해 국회가 해야 할 바도 크다. 내가 기대하는 것은 일·한, 한·일 의원 연맹이 공통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혜원 기자 /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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