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썰매 개척자' 강광배, 검찰 조사로 '억울한 누명' 벗었다

송원형 기자 2016. 1. 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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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등 비리 의혹을 받았던 한국 썰매 종목의 ‘개척자’ 강광배(43) 한국체대 교수가 누명을 벗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경찰이 공갈 및 강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가 있다며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강 교수 사건을 최근 불기소 처분했다고 27일 밝혔다.

강 교수는 2008년 7월 강원도체육회로부터 봅슬레이 구입 대금 명목으로 받은 돈 중 3400여만원을 빼돌리고, 2009∼2010년 후배 코치들에게 지급된 수당 등 7000여만원을 가로챘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2010년 어머니가 소유한 강원도 평창의 팬션을 선수단 합숙소로 이용하면서, 선수들에게 펜션 보수 등 잡일을 시켰다는 의혹도 받았다. 체육계 안팎에서 나온 제보를 중심으로 수사한 경찰은 작년 6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강 교수에 관한 의혹들이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강 교수가 해외 제작사와 가격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봅슬레이 구매 대금 중 일부를 돌려받았지만, 이 돈은 봅슬레이 부품 추가 구매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후배 코치 수당을 가로챈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강 교수가 당시 열악한 환경을 고려해 선수단 동의하에 코치 수당 일부를 공금으로 만들어 외국인 용병 선수 급여나 물리치료비 등에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강제 노역’ 의혹도 무혐의로 판단했다. 당시 국가대표 공식 훈련 기간이 아니라서 훈련비가 나오지 않았고, 단체 숙소를 잡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은 강 교수 어머니 팬션 전체를 무료로 사용했고, 코치와 선수들이 휴식 시간에 보수 작업을 도왔을 뿐 강제로 작업에 동원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강 교수가 2008∼2009년 코치들과 함께 찍은 광고 촬영료,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에서 받은 지원금 등 5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했다. 대표팀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자신의 돈으로 비용을 댔던 강 교수는 편의상 자신의 계좌에 촬영료와 지원금을 넣고 운영했는데, 검찰은 지출 내역 상당수가 대표팀 훈련비 등으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불투명한 회계 운영은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 맞지만, 검찰이 기소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기소를 유예한 것이다.

실제로 강 교수가 처음 썰매 종목(루지)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1990년대 후반엔 국내에 연맹조차 없어 국내외 훈련과 대회출전, 장비구입 등을 모두 강 교수가 자비로 해결했다. 강 교수의 고군분투로 국내에 썰매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밴쿠버동계올림픽이 열린 2010년만 해도 대표팀 연간 훈련비가 2억원이 채 안 됐다. 현재 대표팀의 훈련·장비 예산은 강 교수가 현역으로 활동하던 때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었다. 강 교수는 2010년 12월 현역에서 은퇴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전념했고,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부회장으로 대표팀 후배들을 지원했다.

검찰의 이번 불기소 처분으로 강 교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한 후진 양성에 더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국내 썰매 종목 1세대인 강 교수는 루지(1998년 나가노)와 스켈레톤(2002년 솔트레이크, 2006년 토리노), 봅슬레이(2010년 밴쿠버) 등 썰매 3종목에서 4번에 걸쳐 올림픽에 출전했다. 특히 봅슬레이 감독 겸 선수로 벤쿠버 올림픽에 출전해 19위를 기록했을 때는 ‘한국판 쿨러닝’으로 불리기도 했다. ‘쿨러닝’은 카리브해에 있는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대표팀이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실화를 다룬 영화다.

강 교수의 헌신으로 한국 썰매는 최근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봅슬레이 남자 2인승 국가대표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는 지난 23일(한국시각) 열린 캐나다 휘슬러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5차 대회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43초41로 금메달을 따냈다. 아시아 선수가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켈레톤의 윤성빈도 지난 24일 열린 월드컵 6차 대회에서 1분45초24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4·5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윤성빈은 올 시즌 세계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 강 교수는 윤성빈의 은사(恩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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