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talk] 미국판 금수저, 18세 소년이 걸린 '부자병'이란?

고희진 기자 2016. 1. 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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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음주운전으로 4명을 숨지게 했으나, ‘부자병(affluenza)’에 걸렸다는 핑계를 대고 풀려나 미국 사회의 ‘유전무죄’ 논란을 불러왔던 소년의 소식이 또다시 들려왔습니다.

미국 텍사스 출신 이선 카우치(18)는 2013년 술을 마시고 트럭을 운전을 하다 4명을 치어 죽게 했습니다. 그러나 재판정에 선 카우치는 본인이 “너무 귀하게 자라다 보니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며 부자병에 걸렸음을 주장합니다. 결국 그는 징역형 대신 10년간의 보호감찰(알코올 섭취 금지 포함) 처분을 받게 되면서 유전무죄라는 비판을 불러옵니다. 소년의 아버지 프레드 카우치는 금속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멕시코에서 체포된 ‘부자병’소년 이선 카우치 / AP연합뉴스

문제는 그 뒤에도 계속됐습니다. 지난해 보호관찰 과정에서 또다시 술을 마신 카우치와 그의 어머니가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도주한 것입니다. 모자는 멕시코 수사당국에 의해 체포됐지만, 미국으로 송환된 어머니 토냐 카우치는 보석금 7만5000달러(약 9000만원)를 내고 석방됩니다. 아들은 송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소년이 체포 과정에서 멕시코 당국의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송환을 거부하는 소송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은 이선 카우치가 멕시코 당국의 강제송환 명령을 따르기로 했다고 보도합니다. 카우치의 멕시코 변호인인 페르난도 베니테스는 카우치가 항고를 취하하고 멕시코 당국의 강제송환 명령을 따르기로 했다며 “내가 그에게 여러 선택을 제시했으나, 그(카우치)는 텍사스로 가서 어떤 혐의든 재판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부자병에 걸린 소년이 이제야 감정 조절을 할 수 있게 된 걸까요? 대체 부자병은 무엇일까요?

부자병(affluenza)은 ‘풍요로움’를 뜻하는 낱말 ‘affluece’와 ‘유행성 독감’을 뜻하는 단어인 ‘influenza’의 합성어입니다.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소비심리 또는 소비지상주의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 병리적 현상을 일컫는 말이죠. ‘어플루엔자’라는 말은 1997년 미국 PBS 텔레비전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송된 뒤, 2001년 동명의 책 <어플루엔자>가 출판되며 유명해집니다.

<어플루엔자>의 저자인 환경과학자 데이비드 왠과 경제학자 토마스 네일리는 고독감, 늘어나는 파산, 점점 더 높아지는 노동강도, 가족의 위기, 고삐 풀린 상업주의, 환경 오염 같은 증상도 결국은 어플루엔자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과도한 부유함이 정신적 결여를 불러온다는 얘기로, 책은 테레사 수녀에 관한 일화를 소개합니다.
“명예 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에 온 테레사 수녀가 ‘이 나라는 내가 평생 가 본 중에 가장 가난한 나라’라고 말했다고 기독교 선교 단체 월드 비전(World Vision)의 지도자인 로버트 세이플은 전합니다. “수녀님은 경제나 뮤추얼 펀드나 월스트리트나 소비 능력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영혼의 가난에 대해 말씀하신 거지요.”
이후 2007년엔 영국의 심리학자 올리버 제임스 역시 동명의 책을 발표하는 등 어플루엔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집니다.

이렇게 보면, 어플루엔자를 소비중독에 이른 현대인의 정신병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년의 부모가 일탈을 저지른 아이를 데리고 함께 멕시코로 도주한 정황 등을 봤을 때, 분명 아이가 정상적인 사회 규범을 가정에서 익히지 못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4명을 죽음으로 몬 소년의 감형 원인이 되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감형보다 자신의 죄를 제대로 뉘우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그 과정에서 치료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 소년에게 더 나은 판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소년이 의미있는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부자병’이 정말 있다면 그 병에서도 벗어날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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