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얼마나 답답 하시면.." 화법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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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청와대는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했다고 강조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대통령이 개인 차원에서 하는 행동이 과연 개인의 행동으로 읽힐까. 특히 늘 대척점에 서서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재계와 노조가 개입된 사안의 경우에 말이다. 대통령은 어느 한쪽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통합은 대통령의 중요한 임무다. 백 번 양보해 대통령이 주장하는 민생구하기 법안에는 정말로 민생에 도움이 되는 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논란이 되는 법은 여야가 합의해 처리해야 하는 게 순리다. 실제로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 일부 쟁점법안은 그게 옳든 그르든 처리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대통령의 서명 참여가 문제가 되는 것은 관제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의 회귀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물론 한국은 독재국가가 아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최근 발표한 ‘2015 민주주의 지수’는 한국 민주주의가 갈수록 훼손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한국은 167개국 가운데 22위를 기록했다. 2014년보다 한 단계 떨어졌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1위다. 하지만 등위보다 중요한 것은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미흡한 민주주의’로 떨어진 점이다. 그 밑으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혼합형’, ‘권위주의’ 두 단계가 더 있지만 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서명운동이 민생살리기의 핵심이 아니라는 데 있다. 민생살리기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호도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겁박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서명운동을 한다고 경제가 살아난다면 이를 마다할 시민이 어디 있겠는가. 나부터 서명 부스로 뛰어갈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과 공감능력 부재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서명하면서 “얼마나 답답하시면 서명운동까지 벌이시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얼마나 답답하시면…”이라는 박 대통령 표현의 주체는 이 운동을 펼치고 있는 재계다. 하지만 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천만명 서명운동’을 할 때나 쌍용차 해고자들이 장기간 고공농성을 벌일 때, 밀양 할머니들이 송전탑 반대운동을 했을 때 박 대통령이 이 화법을 활용했더라면 시민들의 반발이 이다지 거세지 않았을지 모른다. 시민을 편가르는 대통령의 ‘나쁜 습관’이 아쉬울 따름이다.
<조찬제 편집장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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