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여적]대통령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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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었다. 기자들의 질문을 자유롭게 받았다지만, 알고 보니 정해진 각본대로 이루어진 회견이었다. 짜여진 질문, 사전에 준비된 답변에서 ‘응답할 수 있는 능력’인 ‘책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순발력의 문제 혹은 달변이냐, 눌변이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정확한 인지도 없고, 쌍방향 소통도 없었으며, 치열한 고민도 없고, 비난을 감수할 용기도 없음을 방증한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무책임을 보여준 기자회견이었다.
응답할 능력이 없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은 ‘남 탓’이다. 오죽했으면 한 포털 사이트에는 대통령의 이름과 남 탓이 자동완성검색어가 됐을까.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법, 노동법 등 정부가 내세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것에 대해 또다시 ‘국회 탓’을 했다. 경제단체가 앞장선 민생입법 천만 서명운동에 직접 나가 서명을 했다.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기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이기를 자처했다.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책 <순진함의 유혹>의 한 구절이다. “너무나 작아지고 허약한 어른들이, 훌쩍거리며 떼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욕구 표출의 무한한 확대를 위해 동원하는 또 하나의 술책이 희생자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나는 희생자다, 그러므로 나는 더 권리가 있으며, 내 행동에 대한 책임도 없다’.” 이 책은 ‘신생아가 인류의 미래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대인들이 점점 성인이 아닌 아이로 퇴행하고 있음을 비판한 책이다. 하지만 책에서 성인이 되지 못하는 현대인을 비판한 몇몇 구절은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과 겹쳐 읽힌다. “그리하여 나는 전혀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나는 전혀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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