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실리콘밸리, 유색인종에 대한 불평등
한국에서는 아직도 전세로 살 곳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은 대부분 자가를 소유하거나 아니면 월세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이 월세(렌트)가 얼마나 하는지에 따라서 해당 지역의 생활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항만 지역인 ‘베이 에어리어(Bay Area)’다. 최근 테크 붐에 따라서 이 지역의 주택 비용도 문자 그대로 살인적으로 올랐다. 렌트닷컴에 따르면 2009년 7월 기준으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방이 하나인 집인 경우 평균 1416 달러였다. 한화로는 현재 환율(1달러당 약 1200원)로 약 170만원을 상회하는 돈이다. 이게 2015년 10월에는 2896 달러였다.
거의 350만원에 가까운 돈이다. 자녀가 있으면 방 하나로는 살기 어렵다. 보통 적어도 방 두 개인 집에는 산다. 이 경우 2015년 10월 기준으로 평균 3653 달러, 거의 440만원에 육박하는 돈을 내야 한다. 렌털 웹사이트인 점퍼에 따르면 평균이 아니라 중간 값으로 볼 때, 샌프란시스코의 2015년 9월 기준 방 하나인 집의 월세는 3530 달러로, 거의 420만원이다. 2015년 말,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다.

| 테크 관련 전공을 하는 대학생들의 인종적 출신에 비해 실제 실리콘밸리를 이끌고 있는 주요 IT기업의 유색인종 고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사진은 실리콘밸리의 일상을 다룬 HBO 드라마 <실리콘밸리>의 홍보 스틸컷. |
물론, 이 모든 게 테크 기업들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베이 에어리어는 미국 대도시들 중에서 스카이라인이 가장 낮은 도시 중 하나다. 지진에 대한 경계심이 있고, 지주들이 조망권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베이 에어리어의 집들도 대부분 단독가구 주택으로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주택 수요의 증가는 그만큼 돈 많이 버는 직업을 양산한 테크 기업들의 책임이 있겠지만, 주택 공급이 그만큼 증가하지 못한 데에는 좀 더 복잡한 원인이 있다.
오히려 베이 에어리어 일대의 불평등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묻는다면 실리콘밸리가 만들어내는 부가 어떤 계층, 어떤 인종에게 쏠리고 있는지에 있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2015년 1월 13일자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테크 관련 전공을 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백인 58%, 아시안 21%, 흑인 6%, 히스패닉 11%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시스코, 야후, 링크드인, 트위터의 고용인 중 흑인 비율은 4.6%, 히스패닉 비율은 평균 4.6%다. 아시안은 이 비율이 34.8%다. 어찌 보면 아시안은 덜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인더스트리에 들어가는 데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뿐이고,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가기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어센드 재단이 2015년 5월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 HP, 인텔, 링크드인, 야후 고용인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백인들이 경영진에 72.2%, 임원진에 80.3%가 포진한 반면 아시안의 경우 경영진의 18.8%, 임원진의 13.9%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부활을 견인하고 있는 건 실리콘밸리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 실리콘밸리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도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시장 내의 인종에 따른 계층화가 있다. 실리콘밸리가 제2의 월스트리트, 기득권 집단의 또 다른 기지가 되지 않게 하려면, 이러한 혁신 경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지금 이 시점에서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고민이 필요한 것은 실리콘밸리가 간 길을 따라가고자 하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김재연 UC 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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