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수지 민정이양 '파열음'..대통령 선출 험난할 듯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미얀마 차기 정부에서 "대통령 위에" 자신을 두겠다고 한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지 여사의 공언이 군부와 마찰을 야기하고 있다. 군부의 막강한 영향력은 올 봄 권력 이양 이후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차기 정부 관계자들은 명목상 대통령을 수지 여사 아래에 두는 것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배우자 혹은 자녀 등 직계가족이 외국 국적자일 경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현 헌법에 따라 수지 여사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지 여사는 작고한 영국인 남편과 혼인해 영국 국적인 2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관계자들은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을 이끈 수지 여사가 차기 정부에서 그럼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대통령 선임을 놓고 지연되고 있는 군부와의 논의를 복잡하게 할 수 있다.
군부와 가까우면서 차기 정부 구성에 관여하고 있는 한 퇴직 군인은 "수지 여사는 자신의 발언으로 따마도(미얀마 군)에 첫 발을 쏜 것 같다"며 "수지 여사는 일종의 복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군부 지도부는 수도 네피도에서 25일 수지 여사와 회동했다. 아웅 흘라잉 군사령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선거 후 안정적 권력 이양, 소수민족 무장세력과의 평화 정착 방안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수지 여사와 군부 간 관계가 절대 지배를 위한 싸움이 될 것인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실무적 동반자 관계가 될 것인지는 성공적인 평화적 권력 이양의 전제이다. 군은 의회 의석 중 25%를 자동으로 가져가고 국방, 내무 등 핵심 장관직도 차지하기 때문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새 정부에서도 수지 여사와 쌍무적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시간은 많지 않다. 미얀마 법률에 따르면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주도하는 새 의회는 2월 1일 개원하며 그달 중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또 대통령은 3월 30일까지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당 관리는 NLD가 오는 3월 31일까지 수지 여사에 맞는 새 대통령을 선임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이는 군부 세력과 수지 여사 간 불신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군부가 지지하는 집권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한 의원은 수지 여사의 계획은 "헌법에 완전히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뿐 아니라 헌법을 이해하는 누구나도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위험은 크다. 군이 만든 헌법 하에서 군은 자체 이익이 손상됐다고 느끼면 이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군사령관은 불특정 비상사태에 권력을 잡을 수 있고, 군은 문민 정부에서도 안보 시설을 접수할 수 있다.
수지 여사의 정당에 장기 해법은 수지 여사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헌법을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군부는 개헌은 너무 이르다면서, 새로운 정치 질서에서 권력을 계속 유지하는 '규율 잡힌 민주주의(disciplined democracy)'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군은 의회 의석의 25%를 자동으로 가져가는데, 개헌을 위해서는 7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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