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통진당 해산결정 1년.."종북 프레임에 길들여지고 있다"

김경학 기자 2016. 1. 2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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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살해한 정당해산결정이 있은 지 1년이 지났다. 너무 조용하다. 헌재가 만들어놓은 ‘종북 프레임’에 서서히 길들여져 가고 있다.”

2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민주주의법학연구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공동으로 주최한 ‘통합진보당 해산 1년 후의 한국사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참가한 발제자·토론자들의 주요 발언을 요약 정리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2014년 12월19일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에서 한 당직자가 취재진의 촬영을 막기 위해 ‘근조 민주주의’가 적힌 종이를 문틈에 이어붙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통합진보당의 해산결정만으로 그동안 어렵사리 구축해놓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틀 자체가 그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것은 다원성,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 민주주의의 틀을 벗어나 있는 것이자 동시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뤘다는 우리의 현대사를 일거에 부정한 반역사적 판단이자 동시에 반민주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오로 인해 우리의 헌정사는 1958년 진보당에 대한 등록취소처분 시절로 퇴행했고, 우리의 정치사는 1970년대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시절로 되돌아갔다”

“정당의 헌법상의 지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헌법판단으로 이어놓았다는 점에서 우리의 정당체제 자체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 이 결정은 잘못된 정당론에 기반해 내려졌던 독일 국가사회당(SRP) 해산 사건에 터잡아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에 대해 국회의원 자격 상실을 선언했다. 나아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한 이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터잡아 통합진보당 소속의 지방의회의원까지도 그 자격을 상실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들의 의사당 바깥으로 내쫓았다. 헌법재판소가 법리에서 오해를 하는 바람에 정치구조 자체에 대한 국가주의적 왜곡이 발생할 여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재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살해한 정당해산결정이 있은 지 1년이 지났다. 너무 조용하다. 헌재가 만들어놓은 ‘종북 프레임’에 서서히 길들여져 가고 있다”

“사회 공론장의 절반은 헌재가 인위적으로 쳐놓은 철조망으로 인해 시민들이 사용할 수 없는 ‘금지구역’이 돼 버렸다. 국가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과 진보세력마저도 이제 이를 당연시하고 있다. 해산결정이 된 지 1년이 되던 작년 12월19일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조차 논평을 내지 않았다. 진보매체들도 침묵했다. 헌재가 만든 ‘종북프레임’에 집단적으로 최면이 걸려버린 것처럼”

“대한민국 정부는 위헌정당해산 심판청구를 하면서 청구취지에 두 가지를 기재했다. ‘통합진보당을 해산해달라’는 것과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자격을 박탈해달라’는 것. 그런데 헌재는 이 청구서 부본을 통합진보당에게만 송달하고 그 소속 국회의원에게는 송달하지 않았다. 그러한 상태에서 헌재는 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결정을 했다. 이는 마치 대여금 청구소송의 피고에게 소장부본을 송달하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한 것과 동일한 것이다. 그 결정은 당연히 무효이다”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5명은 국회의원 지위확인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지만 각하됐다. 헌재가 한 잘못을 헌재의 재심을 통해 바로 잡을 것이지 왜 법원에 떠넘기느냐는 것이다. 참으로 비겁한 태도다. 원고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계속 중이다. 항소심의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해본다”

“헌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곳이 있다. 바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선관위의 어처구니없는 월권행위로 인해 주민의 대표인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들은 졸지에 의원활동을 할 수 없게 돼 버린 것이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억지라는 것은 지방의회 및 지자체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지방의회 및 지자체는 선관위의 잘못된 유권해석에 따라 해당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들을 당연퇴직 시켰다. 헌재가 이미 ‘통합진보당’=종북정당’이라고 낙인찍어 놨는데 굳이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당하게 지방의회의원직을 박탈당한 6명은 지자체를 상대로 지방의원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광주지법과 전주지법에서 각각 진행됐다. 광주지법은 작년 4월30일 첫 변론기일에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했다가 선고를 계속 미뤘다. 전주지법은 변론 종결한 지 3개월 후인 작년 11월25일 ‘원고가 전북의회의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광주지법은 전주지법 판결이 나자 변론을 재개해 한번 재판을 한 후 선고기일을 지정했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또다시 선고기일을 추후로 미뤘다. 사실관계가 복잡한 사항이 아니고, 법률적 쟁점도 단 한가지뿐인 재판임에도 선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나. 단 한가지일 것이다. 자신은 보수세력으로부터 ‘종북 판사’라는 공격을 받기 싫다는 이유로 피한 것 같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의 1987년 헌법은 통합진보당 해산을 막지 못한 책임을 ‘일부’져야 한다. 1949년의 서독기본법이 파시즘 정당을 목표로 해 위헌정당해산제도를 도입했다면, 1987년 헌법 이후 헌법은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정당을 목표로 해 민주주의와 인권 보장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화예술계 검열사태 등이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때문이란 것은 아니지만,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을 막지 못한 여파로 악화일로로 가고 있다”

■문병효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통합진보당 사건은 향후 민주주의와 인권이 어느 정도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였다. 특히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더욱 후퇴했고 집회·시위에서는 물포와 차벽이 등장해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자유권적 기본권의 후퇴가 이러할 진대 사회적 기본권 분야가 진정하기를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박근혜정부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팽개친 지 오래고 보육이나 누리과정 등에 대한 공약, 노인복지·4대 중증질환에 대한 공약 등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비정규직과 파견제, 해고의 자유 등을 내용으로 하는 노동개혁까지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그밖에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교육·공공·금융 분야의 구조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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