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밤마다 음란물 유통창구로 변하는 네이버 채팅서비스



직장인 강병국(32)씨는 이달 24일 밤 10시 30분 버스를 타고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과 스완지 시티의 축구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냈다. 네이버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중계 서비스로 시합을 보던 강씨는 시청자들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채팅창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채팅방에는 해당 경기나 선수들에 대한 정보 대신 음란한 사진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버스 승객들에게 오해를 살까봐 서둘러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네이버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채팅 서비스 ‘네이버 톡톡’이 음란물 유통창구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네이버 톡톡은 별도로 앱을 설치하거나 친구를 추가하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채팅 서비스다. 네이버 쇼핑이나 부동산, 스포츠 등을 이용할 때 네이버 톡톡과 연계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네이버 톡톡은 특히 스포츠 카테고리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같은 시합을 보고 있는 사람들끼리 실시간으로 경기 결과를 예측하거나 선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네이버에 로그인만 하면 누구나 채팅방에 입장할 수 있고, 본인이 직접 채팅방을 개설해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도 있다.
프리미어리그와 같은 해외 스포츠 경기를 네이버를 통해 보려면 대부분 밤늦게 접속해야 한다. 24일 밤 네이버 톡톡에 접속해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접속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축구 경기보다는 음란물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개설된 채팅방의 이름도 ‘야사(야한 사진) 공유방’, ‘야짤(야한 짤방)’ 등 음란물을 주고받는 공간이란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채팅방을 직접 개설한 한 접속자는 “채팅방에 100명 이상이 입장하면 내가 보유한 야한 사진을 대거 풀겠다”는 식으로 사용자들을 자극했다. 이 접속자는 실제로 채팅방 인원이 100명을 넘어가자 은밀한 부위가 노출된 여성 사진 수십장을 올렸다.
한 남성 사용자는 본인이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맺으면서 찍은 사진을 채팅방에 올리기도 했다. 이 사용자는 사진을 본 다른 이가 “여자 누구?”라고 묻자 “모르는 애”라고 대답했다.
평소 네이버 스포츠에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즐겨 본다는 조지훈(가명)씨는 “일반 여성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누드 사진을 올리는 사람도 본 적 있다”면서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소라넷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스날과 첼시의 경기가 펼쳐진 25일 오전 1시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두 팀 모두 인기 구단이라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네이버 스포츠에 접속했는데, 채팅방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음란물로 가득했다.
특히 미성년자도 어렵지 않게 채팅방에 입장해 음란물을 올리거나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는 “대화 내용을 읽다보면 ‘얼른 자자. 내일 지각하면 담임한테 혼난다’는 식의 글도 종종 올라온다”면서 “밤마다 무법천지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이용자의 신고가 몇 차례 접수되면 채팅방이 자동으로 삭제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부적절한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도록 조치를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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