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inside] '4長 3次' 독식한 기재부 출신

이인열 기자 2016. 1. 26. 06:1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자부 등 장관 4곳 이어 복지부 등 차관 3곳 차지 전문성 없는 공기업도 사장 맡아.. 국토부 "우린 장관 不妊 부처", 기재부 "능력 뛰어난데 비판은 억울"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아니라 기피아(기재부+마피아) 독식(獨食) 시대입니다."

요즘 서울과 세종시 관가와 공기업 인사에서 기획재정부(약칭 기재부) 출신들이 요직을 싹쓸이하는 데 대한 다른 정부 부처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 사이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기재부 출신들은 작년 말 이후 개각에서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장관에 이어 국무조정실장 등 장관급 자리 4곳과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주요 경제관련 부처의 차관 자리 3곳을 차지했다.

중앙 경제부처의 '4장(長) 3차(次)'를 석권했다는 얘기가 나올 지경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기재부 1차관을 지냈다. 뿐만이 아니다. 전직 기재부 고위 공무원들이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SGI서울보증 사장은 물론 최근에는 전문성과 무관한 전력발전회사 사장까지 진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공무원 사회와 공기업에서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때 경제 관료인 모피아(재무부의 영문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높았지만 최근엔 '관(官)피아 배제 원칙'에도 불구하고 유독 기재부 출신만 '역주행 인사(人事)'를 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 출신, 발전 子회사 사장까지 꿰차

이달 20일 한국동서발전은 김용진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발전기획단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신임 사장은 행시 합격 후 공직 생활 내내 기재부를 떠난 적이 없다. 대외경제국장, 공공혁신기획관, 대변인 등을 거쳤다.

기재부 출신 인사가 한전의 발전 자회사 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정부 수립 후 이번이 처음이다. 동서발전 노조는 "세월호 사고 이후 전문성 없는 관피아 낙하산의 폐단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퇴색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에 기재부가 중동지역 공관장 자리 하나를 산업부에 주는 대신 산업부 산하기관장 자리를 받기로 이야기됐었다"며 "경제부처 출신 공무원들의 인사 교류 차원"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기재부 출신들의 '약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개각에서 행시 26회 동기인 주형환 기재부 제1차관과 이석준 미래부 제1차관이 각각 산업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으로 승진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기재부를 떠난 지 2년여 만에 장관이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장관이 3명 바뀌었는데 내부 출신은 한 명도 없다"며 "'우리는 장관 불임(不妊) 부처'라는 자조(自嘲)섞인 한탄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3개월 전인 작년 10월에는 예산통(通)인 방문규 기재부 제2차관이 복지부 차관으로,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도 차관급인 금융위 부위원장에 각각 임명됐다. 두 사람 모두 행시 28회이다. 은성수 신임 KIC 사장과 최종구 서울보증 사장도 기재부 출신이다.

◇"억울하다" vs "관피아 逆주행이다"

기재부는 '기피아 독식'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예전 정부 때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노무현 정부에서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임상규 농림부 장관, 변재진 복지부 장관이 기재부 전신(前身)인 기획예산처 출신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임종룡 국무조정실장 등이 기재부에서 배출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장관은 "기재부 관료들은 사무관 시절부터 국가 경제 대계(大計)라는 큰 그림을 훈련받는다"며 "업무처리 능력이나 정무적 감각이 다른 부처 공무원보다 우수하다"고 했다. 기재부 관리들은 최근 연이은 타 부처 진출에 대해 "인사 숨통을 틔워준다"며 반색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관피아 배제 원칙'에 크게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관피아를 지목하며 '관피아 방지법(개정 공직자윤리법)'까지 만들었다. 강제상 경희대 교수(행정학)는 "정권 말이 되면 어느 정부든 공무원들에게 더 기댈 수밖에 없어 관피아가 부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정 부처 출신이 과도하게 관가를 장악하면 정부 주요 부처와 공공기관이 한 부처의 하수인(下手人)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