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하늘길 열리자..발권창구마다 수백미터씩 장사진
[경향신문] 지난 23일부터 폭설과 한파, 강풍 등으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총 7만5000여명이 제주에 발이 묶였었다. 25일 오후 3시 사흘 만에 하늘길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제주공항에는 제주를 떠나지 못한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출발대합장이 있는 3층은 출발 정보를 얻기 위한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항공사 발권창구마다 대기표를 받기 위한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백m씩 이어졌다.
고모씨(47)는 “대기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 줄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항공사마다 대기표 줄을 서 발권창구까지 다다르는 데 최소 3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공항 1층과 2층은 여전히 모포와 박스를 깐 채 항공기 탑승 순서를 기다리는 ‘노숙’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공항 주변 역시 일제히 몰려든 렌터카와 버스가 뒤엉켜 몸살을 앓았다.

전면 통제됐던 제주의 하늘길과 바닷길이 사흘 만에 열렸다.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의 항공기 운항 중단 결정을 내린 지 42시간여 만인 25일 정오부터 운항을 재개했다. 다만 사흘 만에 첫 항공기 이륙은 항공기 제설작업 등이 마무리된 오후 2시47분 149명의 승객을 태운 김포행 이스타항공부터 시작됐다. 오후 3시 출발 서울행 티웨이항공에 오른 남윤정씨(25)는 “지난주 일요일(17일) 어머니와 함께 제주에 여행을 와서 23일 오후 8시에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폭설 때문에 3일간 공항에서 노숙했다”며 “23일 공항에 들어온 이후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은 채 공항에만 있었다. 힘들었지만 천재지변 때문이라 어쩔 수 없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또 다른 서울행 비행기를 탄 문모씨(38) 역시 “23일부터 공항에서 노숙하면서 첫 대기표를 받았다”며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집에 가게 돼서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는 이날 제주에서 정기편과 임시편 등 150편을 띄워 2만7000명을 수송했다. 국토부는 체류객 수송을 위해 심야에도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을 운영할 예정이지만 체류 관광객 모두를 수송하는 데는 빨라야 이틀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 집으로! 25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한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제주공항은 지난 23일 오후 5시45분부터 42시간 동안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통제된 후 이날 낮부터 운항을 재개했다. 연합뉴스 |
바닷길도 대형여객선을 중심으로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제주~추자~완도를 운항하는 한일레드펄호(2878t·여객 정원 365명) 등을 포함해 목포 1편과 완도 2편, 여수 1편 등 4편의 여객선이 제주를 출항했다. 다만 소형여객선은 운항을 재개하지 못했다.
제주에는 이날 오전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 147㎝, 진달래밭 133㎝, 어리목에 101㎝ 등 눈폭탄이 쏟아졌다. 지난 24일에는 7년 만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됐고 32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제주 |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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