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도 대출심사 깐깐해진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산은 다음달부터 영업-심사 견제 강화, 수은 여신 사후관리 전담 감리팀 신설 ]

국책은행들의 대출 심사가 깐깐해진다. 시중은행처럼 영업과 심사업무간 장벽을 높이는 등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을 애초에 피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한다. 지난해 기업 부실의 직격탄을 받은 탓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다음달부터 심사평가부문장(부행장)이 부문 신용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다. 부문 신용위원회는 수석 부행장이 위원장을 맡는 신용위원회보다 규모가 작은 여신의 집행을 심사하는 의결기구다. 지금까지 산업은행은 부문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기업금융부문, 성장금융부문 등 해당 기업이 소속된 영업파트의 부문장(부행장)이 맡아 왔다.
심사평가부문장에게 부문 신용위원회 위원장을 맡긴다는 것은 대출 전결권을 심사평가 파트에 부여해 영업과 심사 업무를 분리, 양 파트의 견제 기능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십수년 전부터 영업과 심사 조직을 철저히 분리해 왔지만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선 상대적으로 양 업무의 칸막이가 낮았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창조금융부문에 있던 기술평가부를 심사평가부문으로 이관하고 심사평가부문 내 기업신용평가단을 기업신용평가부로 승격했다. 역시 심사 기능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조선업 여신 부실화의 여파를 고스란히 입은 수출입은행도 이번달 여신감리팀을 새로 만들었다. 대출을 승인한 뒤 해당 기업의 위험도를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IBK기업은행도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기준을 강화하는 등 부실여신을 차단하는데 여신정책의 방점을 두기로 했다.
국책은행들이 올해 여신심사와 감리를 더 깐깐하게 진행하려는 이유는 지난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부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데다 시중은행들이 부실관리를 강화하며 불똥이 국책은행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저금리 장기화로 버는 돈을 늘리기 어려워지자 떼이는 돈을 줄이기에 주력했다. 이 결과 은행 전체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41%로 1년 전 1.72%보다 개선됐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지난해 3분기 말 부실채권비율이 2.35%로 은행 중 가장 높고 수출입은행 역시 2.17%에 달한다. 기업은행의 부실채권 비율(1.42%)은 은행권 평균과 비슷하지만 한분기 전보다 상승했다. 부실채권비율이 올라간 곳은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뿐이다.
국책은행으로 부실여신 편중 현상도 심하다. 지난달 말 실시된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에서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대상인 C등급으로 하향된 11개 기업 중 7곳의 주채권은행이 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었다. 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 8개 기업까지 포함하면 C·D등급 19개 기업, 12조5000억원의 신용공여액 중 상당부분이 국책은행 여신으로 추산된다.
한편, 국책은행들마저 부실대출 경계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은행 대출 문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15개 국내 은행의 여신업무 책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대기업 대출태도는 -19로 전망됐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22) 이후 최저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면 은행이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해 대출을 줄이려는 경향이 대출을 늘리려는 경향보다 높다는 의미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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