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엄마 키울 적엔"..육아용품도 복고 바람



거버 유아식·천 기저귀·포대기 등 '복고 육아용품' 재등장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옛것에 대한 추억이 패션업계를 넘어 육아용품 업계까지 번지면서 한때 가정에서 설 자리를 잃었던 포대기나 천 기저귀 등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를 찾은 김혜지(34·여) 씨는 이유식 코너에서 자신이 어렸을 적 먹었던 '거버' 이유식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눈을 크게 떴다.
1970∼1980년대생에게 익숙한 거버는 2000년대부터 출산율 저하와 유기농 이유식 바람에 밀려 국내에서 철수했지만 최근 이마트와 네슬레코리아를 통해 다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말 '프리런칭' 기간에 이마트몰 간편이유식 매출의 18%를 차지한 거버는 과일과 채소를 원료로 하는 제조방식은 그대로 두고 유리병에서 플라스틱으로 포장을 바꿔 편의성을 높였다.
'할마'와 '할빠'(엄마 대신 육아를 돕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이르는 신조어)들의 육아 참여가 늘면서 한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아기 포대기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아기띠나 슬링·힙시트 등에 익숙지 않은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아이를 업을 때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규모 베이비페어인 '베페(BeFe) 베이비페어' 관계자는 "아이와 엄마의 스킨십을 강조하는 '애착육아'가 관심을 끌면서 포대기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쇼핑몰에서도 'Podaegi'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 달 코엑스에서 열릴 베페 베이비페어에도 오가닉 육아용품 브랜드 '큐비앤맘'이 원숭이 디자인의 '몽이 7부 포대기' 등을 내놓는 등 포대기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기저귀 역시 대표적인 복고 육아용품이다.
일회용 기저귀에 비해 관리에 손이 많이 가지만 아기 피부에 자극이 덜한 친환경 육아용품에 대한 부모들의 수요가 늘면서 찾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
대나무 섬유로 만든 밤부베베의 '순한대나무 솜사탕 천 기저귀'처럼 일반 면보다 흡수력이 좋고 피부가 잘 짓무르지 않는 제품이 인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때 안전사고나 발육 저해 논란으로 엄마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었던 보행기 역시 아기가 성장하는 과정에 잘 맞춰 사용하면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인기를 되찾고 있다.
업계에서는 편하고 깔끔한 일회용 제품이나 비싼 수입품보다 친환경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육아용품 트렌드가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복고 열풍 덕에 사회적으로 '옛것'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퍼진 것도 이런 제품이 인기를 얻는 이유다.
특히 천 기저귀를 쓸지 일회용 기저귀를 쓸지 등은 엄마와 할머니가 아기를 돌보는 와중에 종종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이런 육아용품이 가족 간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베페 관계자는 "추억의 육아용품이 부활하면서 육아방식 차이로 생기는 가족 간의 갈등도 줄었다"며 "이런 복고용품은 합리성을 따지는 신세대 부모와 옛 육아용품에 익숙한 할마·할빠에게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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