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우체국 알뜰폰, 너 이렇게 싸도 돼?
"강동우체국 현재 대기인원 13명입니다.", "대구 달서우체국 대기 9명, 많이 기다려야 한다네요", "광명우체국엔 오지 마세요, 지금 20명 대기 중입니다."
지난 4일 한 인터넷 게시판엔 우체국 지점별 대기자 수가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새로운 우체국알뜰폰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이날 오전부터 우체국마다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원래 있던 우체국알뜰폰 요금제 이외에 30가지 추가 요금제를 발표하고 이날부터 가입자를 받기 시작했다.
새로 추가된 요금제 조건은 파격적이다. 기본요금 0원으로 한 달에 50분 무료 음성 통화를 할 수 있게 나온 '제로(Zero) 요금제',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는 무제한으로, 데이터는 10GB(기가 바이트)까지 사용할 수 있는 월 3만9900원짜리 '사실상 무제한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싼 요금제가 입소문을 타면서 요금제 가입이 시작된 지난 4일부터 일주일 동안 전국 우체국이 북적였다. 하루 가입자가 가장 많은 남인천 우체국의 소용길 영업과장은 "처음 시작한 날에는 알뜰폰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하루에 300명씩 왔고 지금도 하루 100여 명 정도는 우체국을 찾아 우체국알뜰폰에 가입하고 있다"고 했다. '알뜰폰 대란(大亂)'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가입자가 하루 500명에 불과했던 알뜰폰이지만 새 요금제가 나온 뒤 10일간 6만5500여 명이 가입했다. 하루 가입자가 순식간에 1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알뜰폰은 알뜰폰 업체라 불리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에서 통신 3사보다 싸게 판매하는 통신 서비스다. 지난 2004년 처음 서비스가 시작됐고 알뜰폰이란 말은 2012년 처음 만들어졌다. 기본료가 저렴한 대신 멤버십 혜택이 없고 소비자서비스나 불만 처리 등은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강점은 품질에 있다. 통화·인터넷 품질 면에선 기존 통신사와 똑같다. 통신 3사가 깔아놓은 전국 통신망을 임대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망 설치나 유지·보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다고 알뜰폰 업체들은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우체국알뜰폰 요금제는 그동안의 알뜰폰 요금제와 비교했을 때도 월등히 싸다. 지난 11월 말부터 홈쇼핑이나 대리점으로부터 판매를 시작했던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월 5만9900원이었지만 이번에 출시된 상품은 비슷한 조건으로 3만원대다. 매달 2만원씩, 2년간 48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제로요금제를 출시한 에넥스 텔레콤의 김선민 과장은 "우체국 판로는 대리점이나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마케팅 비용을 70% 이상 줄일 수 있다."며 "싼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50대 이상이 주 소비자였던 알뜰폰 업체는 고객층을 20~30대까지 늘렸다. 광화문 우체국에서 알뜰폰 업무를 담당하는 정민경씨는 "예전엔 고객 대부분이 50대 이상이었지만 요즘은 20~30대도 절반이나 된다"며 "젊은 층은 신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 4일부터 열흘 동안 알뜰폰에 가입한 20~40대 수는 3만1300여 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절반에 달했다.
알뜰폰을 '세컨드 폰'으로 쓰겠다는 사람도 많다. 무료 통화 50분만 쓰면 요금이 '0원'이기 때문이다. 광화문 우체국에서 '제로 요금제'에 가입한 김유환(39)씨는 "원래 쓰는 스마트폰을 그대로 쓰면서 이번에 가입한 두 번째 휴대전화로 50분 무료 통화만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씨는 액정 한쪽이 깨진 구형 휴대전화를 보이며 "2012년에 쓰다가 망가져서 사무실 서랍 안쪽에 넣어둔 걸 겨우 찾았다"고 했다. 에넥스 텔레콤 측은 "무료 통화를 이용하는 고객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며 "적게 쓰고 적은 요금만 낸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너무 싼 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입자들이 싼 요금제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단통법 이후에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 암암리에 이뤄지는 번호이동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고 가입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고 회선만 잡아먹는 '공회선'이 되면 그 유지비 등이 낭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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