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특기자로 美 명문대 보내자".. 국제학교의 '펜싱 맘' 바람
"프렛(prȇt·준비 완료), 알레(allez·시작)…마르셰(marche·전진), 마르셰…팡트(fente·공격자세)!"
지난 16일 오전 11시 서울 시내 한 펜싱클럽. 하얀 펜싱 도복을 갖춰 입고 펜싱 검을 든 남자 중·고교생 세 명이 코치의 우렁찬 '전진' 구령 소리에 맞춰 순식간에 5m를 전진했다. '공격' 구령에는 오른 다리를 굽혀 한껏 내딛는 동시에 펜싱 검을 쥔 오른팔을 앞으로 힘차게 뻗었다.
세 명의 공통점은 유니폼과 동작 외에도 더 있었다. 셋 다 국제학교 학생이었고, 펜싱으로 미국 명문대 진학을 노리고 있었다. 펜싱을 6년째 배우고 있는 어모(17)군은 "올해 대학 지원을 해야 되는데 목표는 스탠퍼드대"라고 말했다. 이들을 지도하는 코치는 "매년 3~4명씩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미국 명문대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펜싱 유학'이 뜨고 있다. 펜싱팀을 가지고 있는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 미국 명문대에 펜싱 특기자 자격으로 입학하는 것을 말한다. 1년에 5~6회씩 열리는 북아메리카컵대회(NAC·North American Cup)의 최상위 리그(Division-1)에서 64강 안에 드는 등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면 펜싱팀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이들 대학에 특별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다. 한국 국적 학생도 이 대회 참가가 가능하다. 펜싱 클럽 코치들은 "기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운동 감각이 있는 학생이면 3~4년 정도 열심히 배우면 64강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펜싱 특기자라도 학업 성적은 좋아야
교육은 '개인 레슨'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 타임'(1시간~1시간 30분)에 6만~8만원 정도다. 중·고등학생 기준으로 보통 주 4회 레슨을 받으면 한달에 100만원가량이 들어간다. 경기를 앞두고는 레슨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다. 대회 참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펜싱클럽에 중학생 남매 둘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 이모(46)씨는 "미국대회 참가비 자체는 55달러(약 6만 6000원) 수준이지만, 왕복 비행기표 값이 1인당 150만원은 될 텐데 걱정"이라며 "아이들 미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펜싱 기본 장비(도복·마스크·검·펜싱화)는 선수급 기준으로 120만원 정도가 든다.
'펜싱 특기자'는 일반 학생들이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인턴십, 논문 준비, 대학 강의 수강, 봉사활동 등이 면제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성적은 챙겨야 한다. 서울 서초구 소재 국제학교에 다니며 3년째 펜싱을 배우고 있는 강모(16)군은 "아이비리그급 대학에 가려면 SAT(미국대학수능시험)에서 최소 2300점(2400점 만점), 내신 성적도 3.8점(4.0 만점)은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팡트병' 때문에 고생하기도
최근엔 초등학생 때부터 펜싱 검을 잡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인천의 한 국제학교는 재작년부터 50명 규모의 '방과 후 펜싱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 3명이 작년 11월 전국 동호인 대회 남녀 플뢰레 종목 초등부에서 각각 3위 안에 들어 입상했다.
펜싱을 하면서 내향적인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서울 노원구의 한 국제학교에 다니는 윤모(15)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만 해도 컴퓨터 게임만 했는데 2년 동안 펜싱 배우면서 성적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반면 많은 학생이 이른바 '팡트병(病)'이라는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전 펜싱 국가대표 A(29)씨는 "펜싱을 1년 정도 하다보면 다리 하나를 굽혀 큰 걸음으로 내딛는 '팡트' 자세 때문에 고관절 인대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희선 명지대 생활체육교육학과 교수는 "펜싱이 순발력·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대학 진학'이라는 고정적 목표를 두고 펜싱을 하다보면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해칠뿐더러 부상의 위험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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