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상시적 구조조정 가능..노동 개악 맞서 총력 투쟁"
[경향신문] ㆍ“노조 없는 사업장 악용 가능성”…정부는 “쉬운 해고와 무관”‘
ㆍ통상임금’ 때처럼 법원 판단과 지침 엇갈릴 땐 노동현장 혼란
정부가 22일 9·15 노사정 합의가 파기된 지 사흘 만에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양대지침을 전격 발표하면서 노·정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 지침이 “쉬운 해고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지만 노동계는 “기업의 상시적 구조조정이 가능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향후 사업장에서 지침에 근거한 저성과자 해고가 이뤄질 경우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통상임금 때처럼 법원 판단과 지침이 엇갈리게 될 경우 해고를 둘러싼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되레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대지침으로 현장 갈등 우려
저성과자 해고 지침이 시행되면서 사용자들은 단체협약·취업규칙을 바꾸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침에 저성과자 해고가 정당화되려면 단체협약·취업규칙에 업무능력 부족이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이 규정돼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쉽게 바꿀 순 없다. 반면 노조가 없어 단체협약이 체결돼 있지 않은 90%의 사업장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 저성과자 해고 근거를 일방적으로 새길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는 “그렇지 않아도 노조가 없어 해고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는 사업장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취업규칙 지침도 현장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0월 말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이사회를 열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결정했다. 노조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지침 예고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이후 병원장을 서울고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병원 측은 불법성 논란이 벌어지자 아직까지 서울고용노동청에 취업규칙 변경 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계는 취업규칙 지침 시행으로 이런 노사 갈등이 잦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개별 사업장마다 특수한 사정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양대지침에 소개된 법원 판례들이 다른 사업장에서도 일반화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달 30일 열린 양대지침 전문가 간담회에선 저성과자 해고나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 판례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사업주가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저성과자를 잘라도 되는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정부가 선한 의도가 있다면 음성적으로 해고를 하는 사업주에게 이 지침이 해고를 엄격하게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근로감독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발하는 노동계·야당
민주노총은 양대지침 발표 직후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양대지침 폐기를 위한 총파업을 25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오는 29일 서울역에서 ‘양대지침 폐기와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단위노조 대표자 및 상근간부 결의대회’를 연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노동계의 반발에도 행정지침을 발표한 것은 노동관계법 개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노동의 시계를 전태일 시대로 퇴행시키려는 긴급조치”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공정인사 지침은 부당한 해고를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이고 취업규칙 지침은 정년 연장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상생 방안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조미덥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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