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통한 남북관계 개선보다 북핵 등 '대북 압박'에만 초점
[경향신문] ㆍ박 대통령, 북한 뺀 ‘5자회담론’ 제기
외교·통일부의 22일 새해 업무보고 초점은 남북관계 개선이나 통일 여건 조성보다는 대북 제재와 압박에 맞춰졌다. 연초부터 북한의 기습 4차 핵실험으로 뒤통수를 맞은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북핵 해법을 모색해온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며 북한을 제외한 대북 압박용 5자회담을 제안했다.

■6자회담 대신 압박용 5자회담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은 중국의 즉각 반발 등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추구해온 기존 6자회담 틀과 원칙이 무용해졌다고 선언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6자회담을 열더라도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제안했다. 지난해 11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의미 있는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이는 북핵 해결 방법론에서 대화를 제외하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5자회담이란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북핵 문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핵 문제 원인은 잘못된 체제에 있다는 것으로, 북한 체제를 바꿔야만 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결국 강력한 압박으로 김정은 체제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선언이다. ‘5 대 1 압박구도’를 통한 북한 체제 전환은 미국 부시 행정부 시절 네오콘들이 주장한 해법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관련 당사국이 있어서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이라고 했듯 5자회담 성사는 불가능해 보인다. 당장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6자회담을 지지하고 나섰다. 사실상 박 대통령 제안에 반박한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6자 틀 내에서 5자간 공조”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이 반대하는 한 이 역시 불가능하다. 과거 6자회담 당시 중국은 회담장 내에서 5자가 잠시 만나는 것도 거부할 정도였다.
박 대통령이 ‘압박만이 살 길’이란 식으로 몰두하는 것은 별다른 북핵 해법이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이런 방식이면 중국마저 궁지로 몰아 대결구도만 더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외교·통일부도 ‘제재 올인’ 선언
외교부는 ‘북핵 대응과 평화통일외교’를 주제로 설정하고 북핵·북한 문제에 대한 총체적 접근 등의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다각적 제재 방안 마련을 위한 총력전으로 채워졌다. 윤병세 장관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조치가 실현되도록 전방위 외교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한·미 동맹, 한·미·일 공조에 기반을 둔 중국의 제재 동참을 촉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 결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여론전도 강조했다.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한·일·중에 이어 한·미·중 3각 협력체제 활성화도 목표로 제시했다.
남북 대화와 협력을 담당하는 통일부 업무보고 역시 북핵 대응과 대북 제재에 맞춰졌다. 통일부는 비핵화 대안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유엔 제재 이행에 적극 협력하고 5·24 대북 제재 조치를 확고히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남북대화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의제로 계속 제기하겠다고 보고했다.
통일부의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주요 사업으로 보고됐던 남북경협은 아예 빠졌다. 통일부는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대화와 협력, 통일 준비 등도 추진 계획으로 보고했지만 무게는 실리지 않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개성공단은 안정적 운영이 정부 입장”이라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대통령이 말씀하셨듯이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박영환·김재중 기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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