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계모 아동학대 대책 '헛바퀴'
[경향신문] ㆍ과제 대부분 2년 넘도록 시행 되지 않고 예산도 ‘싹둑’
ㆍ보호전문기관 시·군·구에 둔다면서 올해 고작 1곳 늘어
2013년 10월 울산 울주에서 8세 이서현양이 함께 살던 양모의 학대로 숨졌다. 양쪽 갈비뼈 16개가 골절된 상태로 숨진 이양 사건은 국내 최초의 아동학대 보고서인 ‘이서현 보고서’를 남겼다. 충격적인 사건 후, 광범위한 민간 조사단 ‘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가 꾸려지며 만든 결과물이다.
2014년 1월 ‘이서현 보고서’ 초안 발간 한 달 후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대책엔 보고서에서 제안한 개선 과제 부분이 반영됐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난 지금 개선 과제들은 대부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정부 대책을 발표할 때 보고서 내용의 60%가 반영됐지만, 예산 배정이 이뤄지지 않으며 중요한 정책들이 현장에선 겉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 사건 이후 ‘아동학대처벌특례법’ ‘아동복지법’이 제·개정되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이 지난해부터 지방사무에서 국가사무로 전환되었지만 올해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16년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 사업 예산으로 정부가 배정한 금액은 185억62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의 252억4700만원보다 26.5%나 감액된 수치다. 할 일은 많아지는데, 예산은 되레 대폭 깎였다.

‘이서현 보고서’는 24개 신고의무자 직군에 대해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는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며 신고의무자 자격 취득 과정에 학대 예방교육이 포함되는 것으로 반영됐다.
‘서현이 사건’ 당시 신고의무자인 의사, 학원 교사 등이 스스로 신고의무자인 것을 몰랐던 점을 고려해 신고의무자에게 신고의무를 고지하도록 하는 조항도 아동복지법에 신설했다. 이를 위해 중앙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신고의무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 시스템까지 만들었지만, 실제론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
또 ‘이서현 보고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 아동 전용 쉼터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 확충 예산은 2016년 1개소에 불과하다. 아동복지법 개정안에서는 모든 시·군·구(226개)에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2016년 1개소가 늘어도 57개소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부는 향후 계획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학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전용 쉼터의 상담원, 보육사들의 처우 개선도 요원하다. 당시 보고서 제안대로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을 9명에서 12명으로 늘렸지만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 2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쉼터 보육사 1인당 연봉은 2112만원으로 다른 사회복지시설 수준인 3951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실제 지난해 쉼터를 36개소에서 58개소로 확충할 계획을 세웠지만 낮은 처우로 쉼터를 운영할 주체가 없어 4개소를 늘리는 데 그쳤다.
남 의원은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정부가 체계적으로 조사한 뒤 제도적으로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그러다보니 사건이 일어나면 임기응변식 대처, 땜질 처방만 난무한다”고 지적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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