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맛 나는 묵직한 국물의 우삼겹 짬뽕

2016. 1. 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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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서민식당발굴기] 경기도 일산 <다리원>

요즘은 짜장보다 짬뽕이 대세

날씨가 추운 날 사람들은 중국집에서 짜장면보다 짬뽕을 더 많이 먹는다. 중국집 식사 메뉴의 양대 산맥은 짜장면과 짬뽕이다. 옛날에는 짜장면이 압도적이었지만 점점 짬뽕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우동이나 기스면 등도 많이 먹었지만 어느덧 짬뽕이 중국집 대표 음식으로 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매운 맛의 위력이다.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사람이 운영하는 짬뽕집이 지방에 있다. 이 집 매출이 어마어마하다. 짬뽕집 면적 대비 매출로는 전국 최고일 것이다. 이 집 젊은 주인장은 짬뽕집을 창업하기 전에는 매우 심각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구 수준의 대박 짬뽕집으로 자리를 잡고 불과 몇 년 만에 식당부자가 되었다.

그렇지만 짜장면을 주력 메뉴로 내세운 식당에서 이 정도 대박을 낸 사례는 거의 없다. 수십 년 전 서울 명동 <;중화각>;이라는 대형 화상 중국집이 하루에 1000그릇 이상 짜장면을 판매했다. 한 때 장안의 유명 식당이었지만 세월 속으로 사라졌다.

짬뽕이라는 아이템은 티핑(Tipping)과 허드(Herd)의 요소가 있다. 지역 내에서 유명 짬뽕집으로 자리를 잡으면 고객 수요가 폭발한다. 이 짬뽕집 말고도 강릉, 군산, 대구 등 전국에 짬뽕의 강자들이 군웅할거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짬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군산의 유명한 짬뽕집도 맛이 아닌 벤치마킹 때문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 짬뽕은 먹으면 먹을수록 좀 질리는 맛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업 중이다. 짬뽕으로 유명한 지역인 대구의 유명한 짬뽕들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맛있게 먹은 기억이 없다. 누군가 ‘전국 5대 짬뽕’이라는 구도를 설정했지만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매운 짬뽕보다는 하얀 짬뽕이 더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얀 짬뽕은 불맛이 살아 있어서 짬뽕의 오리지널인 ‘나가사키 잔폰(ちゃんぽん)’의 맛과 다소 비슷하다.

짬뽕의 본류는 중국 복건성(福建省)이다. 이것은 19세기 후반 일본 나가사키에서 가난한 중국인 유학생을 위한 ‘잔폰’이 되었고, 한국에서 매운 맛의 짬뽕으로 변형되었다. 필자의 지론은 ‘짬뽕은 불맛’이다. 그러나 대량 판매하는 식당들은 그 불맛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

지난주 대학교 후배와 경기도 일산에서 짬뽕을 먹었다. 주인에게 어떤 음식이 가장 자신이 있냐고 물었더니 우삼겹짬뽕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짜장면이 먹고 싶었지만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짬뽕을 먹기로 했다. 필자는 짬뽕밥을 후배는 짬뽕을 주문했다.

올해 들어 메밀은 예외지만 가급적 밀가루 면을 덜 먹으려고 한다. 우삼겹짬뽕은 1만원으로 일반 짬뽕보다 가격이 비싸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식재료 가격이 높다고 한다. 또 주문을 하면 그 때마다 조리를 하기 때문에 손이 가는 메뉴라고 한다.

기본 찬이 깔렸는데 짜사이가 맛있었다. 짜사이는 1990년대부터 일부 화상(華商) 중국집에서 제공하더니 요즘에는 많은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다. 짜사이는 사천식 절임으로 우리의 김치와 비슷하다. 착채(榨菜)라는 채소로 조리하는데 우리의 갓과 비슷한 채소다. 식감도 간도 좋아서 밥과 면 요리를 먹을 때 입맛을 돋운다. 기본 찬이 괜찮아서 이 식당 짬뽕에 대해 기대가 되었다.

시간이 다소 걸려 우삼겹짬뽕과 우삼겹짬뽕면이 나왔다. 즉석에서 조리하고 불맛 때문에 약간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 사기그릇이 큼직하다. 그릇이 큰 만큼 양도 푸짐하게 나왔다. 짬뽕 위에 우삼겹이 보인다. 우삼겹은 정확히 말해 차돌박이와 다르다.

우삼겹은 치마살의 일부이고 양지머리 앞에 위치하고 있다. 업진살과 양지와 지방을 섞어서 우삼겹이라고 한다. 농후한 지방 함량으로 차돌박이보다 맛이 진하고 부드럽다. 국물이 진해 보였다. 국물을 떠먹었다. 묵직했다. 이 식당 짬뽕의 특징이다. 묵직한 불맛의 고기 국물이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불맛 제대로 낸 짬뽕 육수의 풍미였다.

어른들이 좋아할 진한 불맛의 우삼겹짬뽕

기본 국물은 닭으로 내는데 그 흔한 치킨스톡이 아닌 순수하게 닭뼈로 국물을 낸다고 한다. 사실 이게 기본인데 많은 중식당들이 편리한 치킨스톡을 사용한다. 조리장이 젊은 화교로 음식에 대한 기본이 있다. 닭뼈 외에 무, 파, 생강, 마늘 등을 넣고 끓인 육수였다. 국물이 묵직하고 진하지만 한편으로 담백한 맛이 있다. 조미료를 최소화한 것 같다. 필자 회사에서 근무하는 중년 직원의 부모님이 일산에 거주하는데 이 식당 짬뽕을 자주 찾는다. 맛에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듬직함이 있다.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라이트한 맛과 격이 다르다.

고명의 양이 상당하다. 청경채, 동구 죽순 등 채소와 오징어 소라 새우 등이 듬뿍 들어갔다. 식재료 하나는 정말 풍성하다. 풍요로운 건더기의 향연이다. 채소와 해물과 고기 맛의 융합이다. 진하면서 깔끔한 맛이라 쉬지 않고 숟가락이 간다. 국물과 고명을 먹다가 밥을 말아서 먹었다. 바야흐로 짬뽕탕반이다.

국물이 해장용으로도 딱이다. 맛있는 감칠맛이 있어서 입에서 절로 당긴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그 유명하다는 5대 짬뽕집과 비교해도 이 짬뽕이 더 입에 맞는다. 불맛과 좋은 식재료와 숙련된 솜씨의 결합이다. 이 국물은 면도 면이지만 밥과 더 잘 맞는 것 같다.

갑자기 술 생각이 나서 소주도 주문했다. 우삼겹짬뽕밥은 가벼운 반주와도 해장용으로도 모두 제격이다. 어설픈 육개장이나 설렁탕보다는 이 중화풍 국밥이 든든한 한 끼 식사로 더 낫다.

후배도 열심히 우삼겹짬뽕을 먹었다. 양이 꽤 돼 음식을 잘 안 남기는 필자도 약간 남겼다. 주인장에게 어떤 요리가 맛있냐고 물어보니 요리 중에는 동파육이 자신 있단다. 동파육은 시중 중국집에서 가격이 좀 되는데 <;다리원>; 동파육은 가격이 2만 원 대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필자가 이런 아이디어를 던졌다. 동파육으로 덮밥을 만들어보라고. 중국에서 동파육밥은 흔한 메뉴다. 동파육은 간장이 기본 소스여서 분명히 밥과 잘 맞는다. 성격이 긍정적인 <;다리원>; 업주가 한 번 해보겠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짬뽕을 썩 선호하지 않지만 이런 짬뽕이라면 자주 먹을 수 있다.

지출 비용(2인 기준) : 우삼겹짬뽕밥 1만원 + 우삼겹짬뽕 1만원 + 소주 1병 4000원 = 2만4000원

<;다리원>;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일중로 50, 031-976-8141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 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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