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 정책 '구호만 요란'..구조 필요할 때 작동 멈췄다
[경향신문] ㆍ학생 관리·아동보호 시스템 총체적 부실 확인
ㆍ결석 아동 ‘출석 독촉 규정’뿐…신변이상 발견 쉽잖아
ㆍ사고 때마다 ‘뒷북 대책’…2년 전 대책도 결국 ‘빈수레’
경기 부천시에서 시신이 훼손된 채 냉동 보관됐다 4년 만에 발견된 ㄱ군(7) 사건은 학생 관리와 학대아동 보호 시스템에 총체적으로 구멍이 뚫려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울산 계모 학대 사건 직후에도 수년간 열리지 않던 범정부기구인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부랴부랴 열고, ‘아동학대 종합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장기 결석 아동은 그 후에도 사각지대에 방치됐고, 조정위도 1년에 한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 정부가 뒤늦게 실태 조사를 거쳐 매뉴얼을 내놓고 사후약방문식 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되풀이되는 종합대책의 실효성을 놓고 의구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4년 동안 잊혀진 존재’
ㄱ군은 2012년 3월 부천 ㄴ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한 뒤 얼마 안돼 같은 반 아이를 괴롭히다 적발돼 그해 4월30일부터 등교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ㄱ군이 등교하지 않자 5월과 6월 두 차례 출석 독려장을 보냈지만 반송됐다.
담임교사는 ㄱ군 집을 한 번 찾아갔고 어머니 ㄷ씨(34)에게 문자메시지까지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 ㄱ군 담임교사는 스트레스 때문에 같은 해 2학기에 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결석만으로는 신고할 명분도 약해 실종신고도 못했다. 대신 학교 측은 ㄱ군의 결석이 90일 넘게 계속되자 2012년 8월 ‘정원외관리대장’에 등록했다. 관할 주민센터에는 “ㄱ군이 집에 있는지를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마지막 행정 절차를 끝냈다. 하지만 주민센터는 학교와 교육청에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교육청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실태조사나 경찰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5일 ㄱ군은 숨진 상태로 냉동 보관된 채 발견됐다. 학교에 나오지 않은 지 4년 만이다. 당국의 무관심 속에 ㄱ군은 4년 동안 잊혀진 존재가 된 것이다.
경찰은 ㄱ군의 아버지 ㄴ씨(34)가 아들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ㄴ씨가 ㄱ군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자주 폭행했고 부검 결과 머리와 얼굴에 변색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ㄴ씨가 시신 중 일부를 쓰레기봉투에 넣어버리거나 화장실에 버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추궁하고 있다.
■4번 출석 독촉, 보고 규정 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장기결석 학생에 대해 학교가 학부모에게 출석을 독촉하도록 하고 있다. 2차례 독촉 후에도 출석을 하지 않으면 지역 읍·면·동사무소에 통보하고, 통보를 받은 읍·면·동사무소는 학부모에게 2차례 경고를 한 후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 교육장에게 보고토록 돼 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이 사실상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결국 최대 4차례의 출석 독촉이 의무의 전부로 학부모가 응하지 않으면 그만인 상황이다.
실종신고도 교사의 의무가 아니다. 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는 포함돼 있지만 실종아동법상 아동실종신고 의무직군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사가 학생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건 2011년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모두 130여건에 불과하다.
설령 일선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선다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학부모가 원하지 않으면 강제로 가정방문을 할 수도 없고, 경찰관과의 동행 방문 같은 것도 유관기관의 협조가 의무사항이 아니다보니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결석이 3개월 이상 계속되면 학교는 사실상 그 학생에 대한 관리에서 손을 놓게 된다.
■있는 기구도 작동 안되는데…
정부가 17일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이날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교사와 학교의 의무사항을 구체화하고, 이를 매뉴얼로 만드는 대책이 논의됐다. 교사에 대해 아동 실종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아동방임 대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추진하기 위해 교육부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유관 부처가 연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4년 2월 아동학대 신고 접수 시 경찰관 동행과 가해부모 친권의 일시 제한,아동학대 신고의무 직군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아동학대예방 종합대책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다만 2013년 울산 계모 아동학대가 국가적인 이슈가 되고 있던 상황에서,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문제를 비롯해 방임 아동에 대한 대책은 전무했고 교사의 실종신고 의무화 문제 등도 고려되지 않았다. 사각지대를 방치한 탓에 결국 이번엔 장기결석을 중심으로 한 종합대책이 또 한번 마련된 셈이다.
유기적인 아동정책을 위해 2004년 출범한 아동정책조정위원회도 현재까지 단 6번밖에 열리지 않는 등 형식적으로만 운영돼 왔다.
김중훈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교육부나 교육청에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다양한 전담기구가 생긴다. 그러나 새로운 기구 설치보다 현장에서 사전에 징후를 예방하고 경찰 등 관계부처 간 협조와 상시점검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용필·박준철·남지원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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