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본 적 없는 블랙홀 내년 봄엔 볼 수 있을까

김기범 기자 2016. 1. 17. 21: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미·일·유럽 과학자들 모여 전 세계 9개 전파망원경 이용
ㆍ사지타리우스A 경계 촬영 시도

블랙홀을 사진으로 찍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블랙홀은 빛마저 흡수하는 천체이기 때문에 블랙홀 자체를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블랙홀에 흡수되는 가스가 폭발하면서 내는 강한 빛을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만이 아니다. 실제 일본 교토대 연구진은 지난해 지구에서 7800광년 떨어진 ‘백조좌 V404’ 블랙홀에서 발생한 폭발 현상을 촬영해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정확히 말하면 블랙홀 자체가 아닌 주변을 촬영하는 것이지만 이를 통해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추측해온 블랙홀의 모습과 실제가 부합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 과학자들이 전 세계 9개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사지타리우스A 블랙홀을 촬영하려는 시도 역시 블랙홀의 중력이 미치지 못하는 경계선, 즉 사상(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찍으려는 것이다. 사상의 지평선은 이 경계 너머에서는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빛이 블랙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범위를 말하기 때문에 사상의 지평선 너머는 관찰이 불가능한 영역이 된다. 과학자들은 블랙홀의 모습을 촬영하면 블랙홀에 흡수되는 가스가 내는 빛 속, 사상의 지평선 너머는 검은 그림자처럼 보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사상의 지평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사지타리우스A 블랙홀을 찍으려는 과학자들 시도의 핵심은 여러 전파망원경으로 동시에 하나의 천체를 관측함으로써 해상도를 높이는 ‘초장기선전파간섭계(VLBI)’라 불리는 기술이다. 기존의 망원경으로 하기 어려운 블랙홀 촬영을 위해 미국, 멕시코, 스페인, 남극 등에 있는 전파망원경으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지구 직경보다 작은 약 9000㎞ 크기인 가상의 망원경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구경이 8.2m인 하와이의 일본 국립천문대 스바루망원경의 3000배 정도 해상도이다. 그만큼 멀리 있는 천체를 촬영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사지타리우스A 블랙홀은 은하계 중심에 있는 블랙홀로 지구로부터의 거리는 2만5000광년 정도이다. 태양의 17배 크기이긴 하지만 2만5000광년이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기존 망원경으로 찍어서는 뚜렷한 영상을 얻기가 힘들다.

‘사상의 지평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학자들은 지난해 3월 알마망원경과 스페인의 전파망원경, 8월에는 알마망원경과 미국 측 전파망원경을 접속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올해도 여러 망원경을 접속하는 시도를 추진해 2017년 봄에는 실제 촬영에 도전할 계획이다. 빠르면 1년여 후에는 블랙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전파천문학 전문가인 일본 국립천문대 모토다 마레키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블랙홀의 존재를 의심하는 연구자는 없지만 아무도 본 적이 없다”며 “촬영에 성공한다면 의의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