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경제실정'에 분노..대만 국민들, 국민당에 등 돌려
[경향신문] ㆍ8년 만에 눈앞에 다가온 정권교체 ‘대만의 민심’
16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8년 만의 정권교체가 확실시되는 것은 집권 국민당의 ‘3대 경제실정’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분배 악화, 용두사미가 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경제교류 때문이다.
대만 부유층은 2%대 저금리를 이용해 부동산을 산 뒤 빈집으로 놔두는 경우가 있다. 세입자가 들어와 살면 집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지만, 워낙 저금리라 굳이 임대수익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 타이베이(臺北)에 거주 중인 한국 주재원은 15일 “아파트를 빈 채로 놔두려는 집주인을 설득해 세를 얻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 호화 아파트 단지인 디바오(帝寶) 앞에서는 2014년 10월 청년들 주택 가격 폭등에 항의하며 거주권을 보장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디바오에는 한화 100억원대 아파트들이 있다.
2008년 집권한 마잉주(馬英九) 정부는 이듬해 해외진출 기업의 대만 내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재산세와 증여세를 50~55%에서 10%로 낮췄다. 하지만 대만으로 유턴한 자본은 산업투자로 흘러들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쏠렸다.
류멍쥔(劉孟俊) 중화경제연구원 제1연구소장은 이날 코트라 타이베이 무역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이들 자금이 산업투자로 연결됐으면 청년고용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 청년층의 박탈감은 부동산 가격 급등과 임금 인상률 저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류 소장은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인근 27평대 아파트 가격이 3000만∼4000만 대만 달러(10억8000만∼14억5000만원)에 달해 평생 벌어 집 사기 힘든 가구가 많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타이베이 소득 대비 집값은 서울의 2배에 육박했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확대돼 왔다. 선거 전문가 훙야오난(洪耀南) 국립정치대학 시장예측연구중심 집행장은 “소득 상위 5%와 하위 5% 소득격차는 2007년 66배에서 2013년 기준 99배로 확대됐으며 최근 통계는 마잉주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계소득은 2008년부터 2014년 사이 연간 평균 0.63% 증가에 그쳤다. 임금이 10년째 제자리 수준이다.
대만 젊은이들도 ‘88만원 세대’에 머물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고 일자리를 찾아도 평균 임금은 ‘22K’ 정도다. 이는 2만2000 대만 달러로, 한화 80만원 정도다.
마잉주 정부는 집권 후 이른바 대중 접근 정책인 ‘서진 정책’을 폈다. 중국과 밀월로 평화 분위기는 조성했으나 경제적으로는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2년 9월12일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발효됐다. 하지만 후속 협정인 양안서비스협정은 일자리 상실을 우려하는 젊은층이 입법원(국회) 점거 시위를 벌이며 반발해 국회 비준을 받지 못했다. 양안상품무역협정은 중국산 농산물 개방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해 난항을 겪고 있다.
대만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5%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후 2011년부터 3~4%로 감소했고, 2015년에는 내수 및 수출부진으로 1% 미만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대만 투자가 주로 도소매업에 집중된 것은 대만이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만으로서는 핵심 기술력 유출을 우려해 중국 자본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런데도 고급인력이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대만 D램 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가오치취안(高啓全)이 지난해 10월 중국 반도체 굴기를 선도하는 중국 칭화유니그룹 글로벌 담당 부총재로 자리를 옮긴 것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 위주의 대만 경제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활력을 잃고 있으며 기업가 정신도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타이베이 | 오관철 특파원 ok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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