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드디어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 "포수가 가깝게 느껴졌다"

"류 선수! 공 뿌리는 거 보니 어깨 좋던데?! 문제없겠던데."

수술 이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본 베테랑 야구 기자가 건넨 첫 마디였습니다. 이에 류현진은 "(하하) 괜찮은 것 같아요."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음.. 생각했던 것보다 포수(공을 받아 준 트레이너)와의 거리가 가깝게 느껴졌어요."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포수와의 거리가 가깝게 느껴졌다는 건, 타석에 오른 타자가 공이 수박만 하게 보였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상의 컨디션임을 의미합니다.

< 지난해 5월 어깨 수술을 한 류현진이 캐멀백 랜치에서 불펜 마운드에 올라 피칭을 하고 있다. 수술 이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

현지 시각으로 13일 LA 다저스 캠프 시설 캐멀백 랜치에 도착한 류현진은 평소대로 롱토스와 웨이트를 소화했습니다. 그리고 류현진은 "정확히 언제부터 마운드에 오를지 모르겠다. 트레이너만이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인 14일 류현진은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 15개의 공을 뿌렸습니다. 매디컬 스태프가 류현진의 상태를 꼼꼼히 기록하고, 트레이너가 지켜 보는 가운데 롱토스를 소화했습니다.

류현진도, 이를 지켜보던 매디컬 스태프도 훈련 중간중간 즐거운 미소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롱토스를 마친 류현진은 공을 닦으며 미소를 짓기도 하고,

주먹 쥔 팔을 들어 올리며 이날의 임무 완수임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습니다.

트레이너는 롱토스를 마친 류현진을 불러 마운드에 올라 공 10개 정도를 던져보라고 제안합니다.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진행된 마운드 피칭. 수술 이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것인데, 류현진은 긴장보다는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류현진은 "(마운드 피칭이) 예정에 없었는데, 롱토스를 마친 뒤 트레이너가 불펜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10개 정도 던져보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평평한 그라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과는 다른 마운드 피칭.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구속을 신경 쓰지 않고 던졌지만, 통증과 투구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습니다.

취재진조차도 긴장하며 그 모습을 지켜봤는데,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초구부터 시원하게, 자신 있게 공을 뿌렸습니다.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가 바로 '두려움'입니다. 어깨 수술을 한 투수가 공 던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몸 상태가 좋을지라도 본 실력을 표출할 수 없는 것이죠.

수술 이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진 류현진은 긴장과 두려움이 아닌 편안함과 미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류현진은 지난 11월 피칭 프로그램 1단계를 마치고, "몸이 전체적으로 강해진 느낌이다."며 재활이 잘 되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4월, 늦어도 5월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서두르진 않겠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천천히 꼼꼼하게 상태를 체크해가며 단계를 밟아 완벽하게 돌아오겠다는 각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