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비밀의 방]의 [더 지니어스] 탈출하기
아이즈 ize 글 이지혜 2016. 1. 15. 09:02
아이즈 ize 글 이지혜

지난 1일 처음 방송한 JTBC [코드-비밀의 방](이하 [코드])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탈출 카페를 TV로 옮겨놓았다. 방탈출 카페가 그러하듯, 밀실에 갇힌 출연자들이 문제를 풀며 얻은 힌트를 통해 방을 탈출한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방탈출’의 의미다. 방탈출 카페의 가장 큰 목적은 밀실을 탈출하는 그 자체다. 보통 2~6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은 밀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함께 문제를 풀고, 힌트들을 공유하며 함께 탈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애초에 밀실이 한 번 열리면 게임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탈출 카페 중에는 참가자들의 팀워크를 강조하기 위해 “화이팅!”을 외치게 하는 곳도 있다. 반면 [코드]는 지하 8층으로 설정된 방에서 매주 한 층씩 탈출하고, 그때마다 우승자를 가린다. 방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협동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개인전이기에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오현민, 서유리, 정준하 등 10명의 출연자들이 함께 게임을 푸는 대신 각자 얻은 힌트를 조건에 따라 교환하는 이유다. [코드]는 방탈출 게임을 기본 골격으로 삼았지만, 출연자들이 움직이는 방식은 서로 경쟁과 연합을 해야 했던 tvN [더 지니어스]에 가깝다.
[코드]를 제작한 A9미디어는 [더 지니어스]도 제작했다. 방탈출을 소재로 한 [코드]에 [더 지니어스] 같은 출연자 간의 경쟁과 갈등을 결합하면 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할 법하다. 그러나 [코드]는 두 게임의 속성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방탈출 게임과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원래의 방탈출 게임이 단체전인 반면 [코드]는 개인전이고, 그만큼 개인의 문제 풀이 능력과 다른 사람들에게 힌트를 얻어내는 협상 능력이 중요하다. 첫 회의 우승자는 이 두 가지를 경험한 [더 지니어스]의 강자 오현민이었다. 그래서 [코드] 1회에서는 개인이 문제를 빠르게 풀고 힌트를 독점하는 것이 중요하고, 편집을 통해 각 출연자들이 문제를 푸는 과정을 강조한다. 그만큼 각각의 문제가 위도를 구분하거나 정육면체의 개수를 세는 것 등 개별적인 흥미를 이끄는 수수께끼에 가까운 방식으로 출제된다. 원래의 방탈출 게임에도 이런 문제는 있다. 그러나 방탈출 카페에서 하는 게임들은 영화 [킹스맨]이나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특정한 콘셉트를 부여한 상황에서 콘셉트와 암호에 일관된 공통점을 부여한다. 게임의 완성도는 콘셉트와 암호의 연관성이 얼마나 높은지, 암호를 풀 때의 과정이 가진 스토리텔링 등으로 결정된다. 그만큼 참가자가 방을 탈출하는 것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코드]에서는 방탈출에 어떤 콘셉트나 일관성도 주지 못한다. 각각의 인테리어 콘셉트는 있었지만 게임 내용과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 문제와 힌트 역시 콘셉트는 물론 스토리텔링에도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방탈출 게임의 단서들은 방에 여기저기 뿌려져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출연자처럼 단서를 발견해서 문제를 풀기도 어렵다. 할 수 있는 것은 발견된 힌트를 통해 메인 미션의 답을 생각하는 정도다. [더 지니어스]처럼 출연자들의 이합집산을 통해 맥락을 만들어낸다면, 이런 방식도 재미를 만들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드]는 방탈출 게임이 그러하듯 단서를 찾고 문제를 푸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더 지니어스] 같은 협상과 갈등은 그 뒤에야 볼 수 있다. [더 지니어스]처럼 인물 간의 맥락과 스토리를 만들 틈은 작아진다. 출연자였던 지주연이 탈락 후 “여기저기 휩쓸려가고, 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은 [코드]의 문제이기도 하다. [코드]의 1회는 방탈출 게임과 [더 지니어스]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한 채 사람을 몰입시키지 못했다.
[코드]는 2회부터는 힌트가 있는 3개의 방 중 하나의 방에 들어가면 30분 동안 나오지 못하게 룰을 만들었다. 방탈출 카페처럼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면 다른 방 사람들이 얻을 힌트를 줄일 수 있다. 같은 방에서 문제를 푸는 사람들끼리 연합을 형성하고 힌트를 교류하는 과정 역시 많아졌다. 방탈출 게임의 특성을 보다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코드로 이뤄진 비밀의 방 안에 갇힌 10인이 살아남기 위해 보여주는 그들의 본성을 들여다보자’는 [코드]의 주제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 지니어스]를 기점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보드 게임이나 방탈출 카페처럼 TV 바깥의 게임을 적극적으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드]는 그 게임에 [더 지니어스]처럼 기존의 성공작들까지 결합했다. 그만큼 이런 결합에는 각각의 게임이 가진 정체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제작진도 게임과 두뇌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코드]는 이 게임을 이길 힌트를 잘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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