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점 지옥' 청년 알바

허남설 기자 2016. 1. 1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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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근무자 간 대화 2점·복장 불량 1점…휴대폰 소지 5점 ‘퇴출’
ㆍ현대카드 ‘스탠리 큐브릭전’
ㆍ과도한 직원 근무수칙 논란취

머리 모양과 유니폼이 단정하지 않으면 벌점 1점, 벽에 기대거나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으면 벌점 1점, 근무 중 화장실 이용을 포함해 자리를 이탈하면 벌점 1점. 근무 중 다른 근무자와 접선하면 벌점 2점. 근무 중 휴대전화 소지가 적발되면 바로 퇴사 조치….

군부대 근무수칙이 아니다. 지난해 11월29일부터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카드 주최 ‘스탠리 큐브릭전’의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 지난 13일 통보된 ‘근무자 벌점 제도’ 내용이다.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탠리 큐브릭전’ 운영·관리를 맡은 지엔씨미디어는 이날 ‘근무자들의 근무태도 개선 및 전시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를 실시한다’며 ‘누적 벌점이 5점 이상일 경우 퇴사 조치한다’고 아르바이트 직원 30여명에게 통보했다. 이 벌점 제도는 지각이나 무단결근뿐만 아니라 복장과 자세 등에 따라서도 벌점 1~3점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이 제도를 그대로 적용해보자. 한 아르바이트 직원이 근무시간 중 벽에 기대 쉬고 있는 모습이 관리자의 눈에 띈 데 이어 화장실에 가서 자리를 비운 사이 관리자가 다녀가고, 다른 직원과 잡담하다가 관리자가 이를 보면 모두 벌점 4점을 얻는다.

이제 이 직원은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는 모습이 발각되면 벌점 5점을 채워 즉각 퇴사 조치를 당한다. 벌점이 단 한 점 없더라도 근무 중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관리자에게 걸리면 곧바로 퇴출이다.

해당 업체는 ‘당근’도 내밀었다. 이 업체는 ‘벌점 제도는 14일부터 실시되며 매월 마지막 날까지 지각·조퇴·결석·누적 벌점이 없는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여러 명이 이 조건에 해당할 경우엔 ‘추첨’을 한다고 했다.지엔씨미디어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기본 근무 체제가 ‘1시간30분 근무 뒤 30분 휴식’이라서 근무 여건이 나쁘지 않은 편인데도 무단결근, 20분 이상 자리 이탈, 휴대전화 사용 등 근무 태만이 여러 차례 눈에 띄어 구두경고를 줬다”며 “관람객들이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는 등 민원도 제기했고 직원들 사이에서도 다른 직원의 근무태도에 대해 불만이 나오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한 직원이 관리 차원에서 이러한 조치를 시행했는데, 세세한 부분에서 과해 보이는 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날 “벌점 제도 시행과 관련해 우리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사안의 전말을 파악한 뒤 지엔씨미디어 측에 문제제기를 했고, 그 업체에서 벌점 제도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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