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연합' 홍승희 "언론 인터뷰는 실수였다"


‘효녀연합’ 홍승희 “언론 인터뷰는 실수였다”
지난 6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정기 수요집회에서 “일본의 사과를 수용하라”며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을 지지하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에 맞서 ‘애국이란 태극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것입니다’라고 쓰여진 피켓에 ‘대한민국 효녀연합’이란 이름과 함께 이들을 막아서며 청년운동가 홍승희씨(26·여)는 유명세를 탔다. 그는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잠시 일정을 중단하고 춘천으로 내려가 쉬겠다”며 사회운동에 휴식시간을 가질 뜻을 전했다.
홍씨는 한일 협상 타결 환영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으로 이동하는 어버이연합을 막아서서 여유롭고 포용적인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설득하는 모습이 언론에 비춰진 이후 큰 관심을 받았다. 그는 “뜻이 있는 사람이 함께 모였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 효녀연합’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고, 이후 한일 위안부 합의에 항의하는 운동에 뜻을 두고 많은 ‘연합’이 페이스북상에서 만들어졌다. 홍씨는 이후로도 ‘청년주거빈곤’을 주제로 예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는 종이상자로 만든 집을 거리에 설치하여 그 곳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통해 청년문제를 고발하는 사회예술 퍼포먼스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과 일본대사관 인근 등에서 이어왔다.
홍씨는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협상이 전격 타결된 이후 활발히 이어온 ‘청년예술 사회운동 퍼포먼스’를 중단하게된 이유에 대해 “개념도 있는데 얼굴도 예쁘다고, 거리에서 외치는 메시지에 주목하기보다는 여성을 외모로만 소비되는 타자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비판을 당했다”며 “한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나는 페미니스트일 수밖에 없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지치지 않았고 상처받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을 성찰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라고 말미에 밝혔지만, 인터넷과 SNS를 통해 ‘여성의 외모’로서 보여지는 대상이 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내는 사회적 메시지 전달은 뒤로 밀리는데다 ‘신상털기’식 음해 시도마저 있었던 현실에 대한 불편함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보수적 인터넷 매체와 게시판에는 “홍승희씨의 정체가 드러났다”며 홍씨의 과거 학창시절 활동 사진들을 올리며 ‘추측성’ 글들과 함께 ‘종북’ 등의 단어가 등장한 게시물들이 공유되기도 했다.
홍씨는 언론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의미가 공유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 거의 모든 인터뷰를 응해왔다”며 이에 대해 “실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 메시지가 진영 논리로 분류되고, 진심이 가공되는 과정을 목격한다”며 “(언론에 의해) 미소녀라는 여성 상품으로, 종북이라는 정치적 도구로, 수백만 원 벌금을 받은 전문시위꾼 등으로 이름붙이기는 계속된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홍씨는 6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효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어버이연합과 대치한 모습이 유명세를 탄 이후 많은 신문사·방송사는 물론 인터넷 언론과 팟캐스트 방송 등을 망라해 많은 인터뷰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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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가 예술을 통한 사회적 참여 운동에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세월호 침몰사건 이후 꾸준히 세월호 관련 거리 행진과 행사에 참석해온 그는, 온몸에 검은 칠을 하고 흰 천을 매고 청계광장을 걷는 행위예술을 동료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가두행진에서는 노란 리본과 방울을 달은 낚싯대를 마치 만장을 들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며 행진하는 등 ‘행위예술을 접목한 사회운동’을 해왔다. 홍씨는 이를 ‘예술을 통한 사회적 메시지 전달’이라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공동체적 대안학교인 ‘신촌대학교’에서 소셜아트학과 등 강의를 맡으며 ‘사회적 예술’ 활동을 계속해왔다.
홍씨의 언니이자 강원 춘천에서 인문학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홍승은씨(28·여)는 “예쁜 여자로만 소비되며 사람들이 그에만 주목하고, 집회의 메시지나 주변에 함께 있는 사람들을 잊혀진다”며 “이러한 (여성에 대한 일관되고 규정지어진) 시선이 위안부 문제의 본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승은씨는 이를 “동생 홍승희의 ‘효녀연합’과 위안부 시위에 대한 일부 시선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갑자기’ 폭주하는 관심의 밑바닥에 깔린 진의에 대해서도 의심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진보적 글로 3000명여 팔로워와 2000명여 친구를 확보한 김선진씨와 ‘장주원의 고민상담소’로 역시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가 장주원씨는 “예쁘다는 표현은 그 행동 자체에 대한 의미일 수도 있으며, 이렇게까지 ‘불편하게’ 문제를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펼치기도 했다. 칼럼니스트 정소담씨는 SNS에 장문을 올려 “타인의 외모에 대한 평가는 어느 쪽으로도 부적절하다”며 홍승은·홍승희씨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해당 글들은 모두 100개가 넘는 공유와 좋아요를 기록하며 ‘열띤 공방’으로 SNS에 회자됐다.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외교장관이 위안부 협상을 전격적으로 타결했다고 발표한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꾸준히 과반수가 “협상이 잘못되었다”라고 여론을 보여주는 가운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집회에는 10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는 등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협상타결 찬·반 양쪽 메시지를 담은 단체들 또한 모두 활발히 거리 운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협상타결을 반대하는 청년들은 ‘넋전춤’이나 흰색과 검은색으로 구성된 한복을 입는 등 다양한 ‘퍼포먼스’요소를 도입한 집회와 시위를 해왔다. 그러나 월드컵 거리응원 등 시민축제에서도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의 현장과 문화적인 의미보다 ‘OO녀’로 일컬어지는 단편적 관심인물이 더 주목받는 것처럼, 청년들이 ‘청년예술가’와 ‘청년당당’ 등 모임을 결성하고 예술을 접목한 시위, 강의, 토론, 인터넷 활동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데에는 별다른 눈길을 주지 않다가 ‘얼굴도 예쁜 효녀연합’이라고 환호하는 현실에는 많은 이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누리꾼들은 이번 일에 대해 “어느 한 쪽이 무조건 옳거나,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건강한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는것 또한 사회가 변화되어가는 증거이자 시민의식이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라며 긍정적 변화의 전환점으로 삼을 것을 원하고 있다. 홍승희씨 역시 “내 삶이 진보하지 않는데 세상이 진보할 수 없다”며 이 시기를 ‘진보의 기회’로 여기는 말을 남겼다. 언뜻 모두를 불편하게 하는 논쟁의 장이 열린 듯하지만, 청년 활동가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자신이 믿는 진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김명일 기자 te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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