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공백에..설익은 '총선 연기론' 솔솔
[경향신문] ㆍ안철수 “한 신문에 나온 얘기 검토” 정당세력으론 첫 제안
ㆍ법적 근거 약하고 전례 없어…선례 남길 땐 향후 악용 우려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선거구 공백 사태가 이어지자 정치권에서 ‘선거 연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선거구 무법 상태로 발이 묶인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나오던 총선 연기론은 13일 야권 신당인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가 공식 제안하면서 공론화 갈림길에 서게 됐다. 하지만 법적 근거도 약하고 실제 연기를 한 선례도 없어 현실화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국민의당 창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총선 연기를 제안했다. 정당이나 정당 준비 세력이 총선 연기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준위는 성명에서 “총선이 100일도 안 남았는데 사상 초유의 무법적 선거구 실종 사태가 초래됐다”며 “거대 양당의 기득권 카르텔이 대한민국 위기의 핵심 공범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거대 양당은) 국민의 정당 선택권과 정치 신인의 선거운동권을 봉쇄해 놓고 선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연기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낸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지금은 심각한 상황 아닌가”라라며 “(아침) 한 언론에서부터 얘기 나온 것을 무시할 순 없는 것이지 않나. 그것을 포함해서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침에 신문에 나온 ‘선거 연기론’을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창준위 제안으로 졸속으로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서삼석 예비후보 등 다수 예비후보들은 선거구 획정 지연에 항의하며 대법원에 선거실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대법원도 사건을 정식 배당해 심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정인봉 서울 종로구 당협위원장도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에 “20대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이 같은 반발은 여야가 선거구 획정 기준안에서 ‘줄다리기’식 협상만 벌이며 결론을 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여야는 지역구 의석수 문제에서부터 농어촌 지역구 보완, 비례성 확보 문제 등을 놓고 대치만 거듭하고 있다. 특히 여당은 ‘노동 5법’ 등 다른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를 연계하면서 합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결국 헌재가 제시한 입법 시한(2015년 12월31일)을 넘기게 됐고 전국 246개 선거구가 ‘무법 상태’가 되면서 예비후보들의 후보 등록이나 선거운동 근거도 없어졌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궁여지책으로 법적 효력을 상실한 선거구에 대해 종전 선거구를 적용, 예비후보들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편법’을 마련했지만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요구대로 실제 총선이 연기될 가능성은 낮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예정돼 있는 선거를 연기할 법적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196조는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로 총선을 실시할 수 없을 경우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선거 연기 요건이 극히 제한돼 있는 것이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선거를 연기하는 선례를 남기게 될 경우 향후 악용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 때문이다.
선거를 연기한 사례도 없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도 미뤄지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6·4 지방선거 때도 연기론이 나왔지만 예정대로 실시됐다.
<박홍두·조미덥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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