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머, 내 신청곡이야"..음악도 듣고 장도 보고 '추억의 DJ카페' 재래시장 살렸다
[경향신문] 13일 오후 충북 충주시 봉방동 자유시장. 시장 곳곳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음악을 따라 찾아간 ‘자유카페’. 카페에 들어가자 장을 보러 나온 40~50대 여성들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페 한쪽에 ‘추억의 음악 DJ’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 있는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3.3㎡(1평) 크기의 부스 안에서는 DJ 박혜영씨(47)가 신청곡을 접수받고 있었다.

| 13일 오후 충북 충주시 봉방동 자유시장 자유카페 DJ박스에서 박혜영씨가 손님들이 신청한 노래를 틀어주고 있다. |
“아 이분 또 오셨네요. 매주 오시는 분인데 오늘도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부탁하셨네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박씨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다. “안녕하세요. 이곳에 오면 옛 생각이 많이 나요. 어릴 때 디스크자키가 틀어주던 팝송이 좋아 매일 커피숍을 들락거렸는데…. 제 신청곡은 ‘Glenn Medeiros’의 ‘nothing gonna Change my love for you’예요. 꼭 틀어주세요.” 사연 소개가 끝나고 노래가 나오자 카페 한쪽에 앉아 있던 40대 여성이 “어머 내 신청곡이야”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대형마트에 맞서기 위해 충주 자유시장 상인들이 만든 ‘자유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루 평균 100여명, 5일장이 서는 5일과 10일에는 300명의 사람들이 찾는다. 충추천을 끼고 있는 자유시장은 5일장으로 시작해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300여개의 점포가 자리 잡으면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충주를 대표하는 중심상권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대형마트 2개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었다. 이 시장 상인회장 장재흥씨(61)는 “인구 21만명의 작은 도시에 대형마트가 2개 들어서다 보니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면서 “고심 끝에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낸 것이 자유카페”라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2013년 고객센터 자투리 공간을 자유카페로 꾸몄다. 주고객층인 아주머니들을 겨냥해 DJ박스를 설치하고 7080가요와 팝송, 트로트를 틀었다. 손님들이 쉬고 갈 수 있도록 미니 찜질방도 만들었다. 커피 500원, 한방차 2000원 등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를 판매했다. 시장에서 여성복가게를 운영하던 박혜영씨가 힘을 보태기 위해 DJ를 자처했다. 그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손님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틀어주기도 하고 생활정보, 건강상식, 자유시장 관련 정보, 충주의 여러 소식 등을 전한다. 추억의 DJ가 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면서 ‘자유카페’는 어느새 명물이 됐다.
장재흥 상인회장은 “자유카페 때문에 일부러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까지 생길 정도로 활기가 생겼다”고 평했다. 시민 김미정씨(41·여·충주시 문화동)는 “매주 2~3번 시장을 찾아 물건을 사는데 그때마다 이곳에서 노래를 듣는다”며 “대형마트에 밀려 침체되는 전통시장이 차별화로 활기를 보여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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