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자들, 오래 일하는데 비효율적
[경향신문] ㆍ근로시간당 생산성 OECD 바닥권
ㆍ노동의 질 대신 임금 삭감에 치중
ㆍ산업구조 고부가가치화에 실패
한국 근로자들의 근로시간당 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바닥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절반에 불과했다. 한국의 노동정책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의미다. 비정규직·파견직을 확대하는 내용의 노동개혁은 노동의 질을 높이기보다 저임금을 유도하는 과거 정책을 답습하는 방식이어서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OECD가 발표한 ‘2015년 생산성 지표의 개요’ 자료를 보면 2013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한국의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은 31.86달러로 OECD 33개국 중 28위에 그쳤다. OECD 평균인 47.99달러의 3분의 2 수준이다. 한국 뒤에는 멕시코, 칠레, 폴란드, 헝가리, 에스토니아 등 남미와 동유럽 국가밖에 없었다. 포르투갈(34.69달러), 그리스(35.44달러), 이탈리아(49.96달러), 스페인(50.59달러) 등 경제위기를 맞았던 PIGS 국가의 노동자도 한국보다 시간당 생산성이 높았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가장 높은 곳은 룩셈부르크(93.62달러)로 한국의 3배에 달했다. 미국(66.00달러)도 한국 노동자보다 시간당 생산성이 두 배나 높았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낮다 보니 한국은 일을 많이 해서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평균 2057시간으로 OECD 26개국 중 3번째로 길다. 독일 근로자에 비해서는 연간 94일(755시간·1일 8시간 근무 기준) 더 일하고 있다. 한국의 1인당 GDP(구매력평가 기준)가 3만3062달러로 OECD 34개국 중 22위를 유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의 근로시간당 생산성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꺾이고 있다. 2001~2007년 연평균 근로시간당 생산성 증가율은 4.90%였지만 2007~2013년은 3.77%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증가가 더딘 것은 지금까지 정책이 노동의 질을 끌어올리기보다 임금을 깎는 데 치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들은 비정규직과 파견직을 확대해 임금 증가를 억제했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런 방식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됐지만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노동투입을 통해 성장을 해오는 패러다임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생산성을 높이는 데 둔감했던 측면이 있다”며 “임금이 오른 만큼 직무를 재분석해 재배치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제조업을 키워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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