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처럼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EBS 다큐멘터리 '녹색동물'

김지원 기자 2016. 1. 13. 17: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식물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강한 욕구를 가지고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때로 동물보다 훨씬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죠”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EBS 새 다큐멘터리 3부작 ‘다큐프라임-녹색동물’의 기자 간담회에서 신승우 PD는 ‘녹색동물’이란 제목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EBS 다큐프라임 ‘녹색동물’ 기자 간담회에서 다큐멘터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신승우 PD /사진: EBS 제공

‘식물인간’ ‘식물국회’ 등의 조어에서 알 수 있듯 일반적으로 ‘식물’이 갖는 이미지는 ‘정적(靜的)’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녹색동물’은 3부에 걸쳐 세가지 테마로 역동적인 식물의 일생을 조명한다. 1부는 짝짓기, 2부는 번식, 3부의 테마는 굶주림이다.

1부에선 ‘짝짓기’를 위해 곤충 암컷 흉내까지 내는 식물들의 생태를 담았다.

호주 남서부에 서식하는 식물 해머오키드는 타이니드 말벌의 암컷과 똑같이 생긴 꽃을 갖고 있다. 암컷의 색깔과 모양, 페로몬까지 흉내내는 이 식물의 꽃은 실제 암벌보다 1.5배 크고 10배 이상의 페로몬을 발산한다.

수컷 타이니드 말벌(Zaspilothynnus trilobatus)이 암벌을 닮은 해머오키드(Drakaea glyptodon)의 꽃에 짝짓기를 시도하는 모습 /사진: EBS 제공
2부는 ‘번식’을 위해 땅을 드릴처럼 파고 들어가는 국화쥐손이를 소개한다. 싹을 틔워야 할 즈음이 되면 국화쥐손이 씨앗의 꼬리부분은 스프링모양으로 단단히 감긴다. 꼬인 꼬리부분은 비가 와서 땅이 촉촉하게 젖은 날 땅을 뚫고 들어간다.
씨앗 끝부분이 스프링처럼 말려있는 국화쥐손이(Erodium stephanianum) /사진: EBS 제공

3부에선 변기모양처럼 생겨 동물들이 용변을 볼 수 있게 하고 그 양분으로 ‘굶주림’을 해결하는 네펜데스 로위라는 식물을 소개한다. 촬영팀은 말레이시아에서 최초로 네펜데스 로위에 앉아 용변을 보는 나무 두더지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네펜데스 로위(Nepenthes lowii)의 과즙을 먹고 있는 나무두더지 / 사진: EBS 제공

신 PD는 “(3부작 다큐멘터리가) 한편 한편이 분절된 것이 아니라 1~3부의 주제가 이어진 순환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2년 동안의 제작 기간 동안 총 13번의 해외 촬영을 감행한만큼 촬영 중 힘든 에피소드도 많았다.

신 PD는 “1부에 등장하는 3m크기의 큰 꽃 ‘타이탄 아룸’을 위에서 촬영하기 위해 주변에 4m 높이의 오두막을 짓기도 했다”며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 PD는 촬영 지역이 대부분 정글이다보니 신발이나 옷틈을 비집고 들어간 거머리에 물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전했다.

식물들의 다채로운 생태를 담은 ‘녹색동물’은 4K UHD 화질로 제작됐다.

4K UHD는 HD 화소의 약 8배로 수준의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하지만 가정에서 4K UHD용 수신기가 없으면 일반 제작된 프로그램과 별다른 화질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은 한계다.

해당 프로그램은 1월 18일(월)부터 20일(수)까지 오후 9시50분에 방송될 예정이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