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셰어하우스, 주거비 아끼고 친구도 사귑니다

김경준 입력 2016. 1. 13. 04:48 수정 2016. 1. 1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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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청년리포트] (6) 주거 - 일본편

일본 싱글족의 더불어살기가 실험인 이유

일본에서 셰어하우스가 사회적 이슈가 된 건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후쿠시마 미노리(福島みのり) 도코하대 교수는 “2000년대 초부터 ‘봄낭만’(후지TVㆍ2002) ‘룸셰어의 여자’(NHKㆍ2005) ‘라스트프렌즈’(후지TVㆍ2008) ‘테라스하우스(후지TVㆍ2012) 등 셰어하우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리얼리티 쇼 등이 전파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알려졌다”며 “더불어 공유 경제를 소개하는 책들이 화제가 되면서, 나눔과 유대를 통한 새로운 소비패턴, 라이프스타일이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셰어하우스 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히츠지 부동산에 등록된 셰어하우스 매물은 2005년 25개에서 2008년 381개, 2012년 1,100개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일본 후지TV에서 셰어하우스를 소재로 만든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인 ‘테라스 하우스’.

그러나 이전까지 일본의 주거 빈곤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수렴했다. 1950년대 이전까지 일본의 집 구조는 대개 얇은 미닫이 문으로 구분됐으나, 패전 후 맨션의 보급과 함께 익숙지 않았던 프라이버시 개념이 급속히 전파됐다. 프라이버시 개념이 싱글족의 주거문화에 포개지면서, 일본 청년들은 가족과 함께 살거나 아니면 혼자 사는 양자택일 외엔 생각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다. 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주거 문제가 ‘파라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ㆍパラサイト シングルㆍ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않는 독신자), ‘네트카페 난민’(24시간 영업하는 인터넷 카페나 만화방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사람)처럼 가족 혹은 개인의 영역에서만 불거졌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제의 기저에는 일본 청년들의 관계성 약화가 깔려있다.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 않다’혹은 ‘놀 친구는 있지만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인식에서 독자 생존의 매커니즘은 더욱 활발하게 작동했다. 2007년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홈리스의 60% 이상은 부모와 연락두절 상태였으며, 그 중 30%는 ‘폐를 끼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셰어하우스 ‘비용절약 +α’

일본 싱글족이 셰어하우스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거비 절약이다.

이아인(24)씨는 대학교 때 5만7,000엔(56만원)짜리 월셋방에서 친구와 함께 살았다. 방세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도시락 체인점에서 시급 900엔(8,800원)인 아르바이트를 3년간 했고, 4년간 매달 장학금 4만8,000엔(47만원)을 꾸준히 받았다. 덕분에 졸업할 땐 유럽여행 비용도 모을 수 있었다. 지금은 메구로(目黑)구의 5평(16.5㎡)짜리 원룸에서 월세 9만엔(88만원)을 친구와 나눠 내고 있다. 이씨는 “룸셰어를 하지 않으면 여행이나 여가 등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친분 중심의 룸셰어보다 더 개방된 형태인 셰어하우스는 창업과 연계해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나카하라 타쿠(中原 琢ㆍ26)는 2014년 9월 규슈(九州)지방의 사가대를 졸업한 뒤 선배의 제안으로 셰어하우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업자 선배와 각각 50만엔(489만원)씩을 출자해 만든 밑천으로,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 코마자와 대학교 인근의 빈집 산 뒤 ‘히다마리’(http://hidamari.company/)라는 이름의 셰어하우스로 새단장했다. 나카하라는 “일본에선 모르는 사람과 교류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 사업을 시작할 때 걱정했다”며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함께 어울리고 싶은 욕구가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은 혼자 사는 사람이 많지만, 시간이 흐르면 셰어하우스에 살려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셰어하우스 ‘하다마리’를 운영하는 나카하라 타쿠(왼쪽)와 입주민인 미히타 마호(가운데), 니콜 갤러거가 주말 오후 시간에 함께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주영기자

이곳에 사는 미히타 마호(21)와 니콜 갤러거(Nicole Gallagherㆍ33) 모두 주저 없이 “셰어하우스를 추천한다”고 하니, 나카하라의 말이 단지 사업가로서의 바람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월세 4만엔(39만원)짜리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비용 절약은 물론 관계 형성이라는 또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있었다.

캐나다 출신인 갤러거는 올해로 일본 생활 7년 차인 외국어 교사다. 5년을 혼자 살았다는 그녀는 “친구 한 명 없는 도쿄에서, 매일 특별할 것 없는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 만으로도 대만족”이라며 “일본인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일본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구마모토(熊本)현에서 전문대를 졸업하고 건강식품 업체에 다니던 미히타는 10월 중순쯤 도쿄에 왔다. 거처를 찾던 중 초기비용(일본은 세입자가 부동산에 내는 중개료 외에 집주인에게도 사례비를 내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많이 든다)을 아낄 수 있는 셰어하우스를 선택했다. 줄곧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공동생활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다. 전 직장에서 월급 12만엔(117만원)을 받으며 1년 반 동안 100만엔(978만원)을 모았다.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모은 이유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그 돈으로 푸드 코디네이터 전문학교에 다니고 있다.

미히타는 “기숙사와 달리 셰어하우스엔 직업과 경험이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며 “고민을 나눈다거나 잘 모르는 도쿄 생활에 대해 조언을 받는 것, 즐거운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혼자 살 땐 누릴 수 없는 기쁨”이라고 말했다. 또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처음엔 비록 힘들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웃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마지막 말은 관계 형성이,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는 일본 청년들의 ‘자기 책임성’문제를 개선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관계를 넘어 비즈니스로

셰어하우스 ‘더 셰어’의 6층 공용공간에선 입주민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더 셰어 제공

도쿄 중심가인 시부야구에 있는 ‘더 셰어’(https://www.the-share.jp/)는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셰어하우스다. 리모델링 임대 전문 부동산 회사인 리비타(ReBITA)는 이 곳 외에도 도쿄, 사이타마(埼玉)현, 가나가와(神奈川)현 등에 총 15개의 셰어하우스 건물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12월에 오픈한 ‘더 셰어’는 1층엔 상가, 2층엔 오피스, 3~5층엔 주거, 6층과 옥상은 공용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주거 공간은 11.6~21.3㎡까지 3가지 크기의 방으로 나뉘며 월세는 8만~11만1,500엔(78만~109만5,000원) 선이다. ‘더 셰어’를 관리하고 있는 미카미 준지(三上純治ㆍ28)는 “도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가격이면 인근 원룸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며 “도호쿠(東北) 대지진을 계기로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도 셰어하우스를 찾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나아가 “시간과 공간을 보다 유익하게 공유하고자 하는 프리랜서들에겐 오피스와 하우스가 결합된 이 곳의 형태가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즉, 생활 공간에서 정보ㆍ인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입주민간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입주민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역 정보를 공유하는 ‘소셜맵’은 셰어하우스 차원에서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이 구현된 사례다. 미카미는 또 실제 입주민간 교류가 비즈니스로 발전된 사례도 소개해 줬다.

#지방에 본사를 둔 의류 수입 판매 회사를 경영하는 40대 A씨는 도쿄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2011년 ‘더 셰어’에 입주했다. 사업 확장에 따라 직원 채용을 검토하던 A씨는 다른 입주민인 20대 여성(IT 컨설팅 기업 근무)과 30대 남성 2명을 채용했다. 평소 일상 생활에서 서로의 인간성과 직무 능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 셰어오피스를 계약한 20대 사진 작가와 셰어하우스 거주자인 20대 카피라이터, 30대 웹디자이너가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더 셰어’에서의 일상을 찍은 사진에 카피를 달고, 디자인을 다듬었다. 리비타는 이 제작물을 구매해 홍보에 활용했다.

‘더 셰어’ 6층 휴식 공간의 한 쪽 벽면엔 각 호수별로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사진을 찍어 붙여놨다. 단순히 공간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주영기자

미카미는 “최근엔 대기업에 근무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젊은 사람들이 다양한 가치관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자기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요즘 청년들은 과거의 버블세대와 달리 일은 열심히 하지만 교류나 여가의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단순히 주거 공간을 공유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소통과 교류의 장을 형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2012, 2013년쯤 셰어하우스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돈을 버는 직장인들보다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 많아, 관계보다는 비용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셰어하우스 관련 기사 보기]
청년 주거빈곤층 140만명… “한지붕 함께살기가 돌파구”(http://www.hankookilbo.com/v/812843d534bc4cebb017f51d7f8f6426)

월세 20만원에 아파트 자취… 서울대의 주거 실험(http://www.hankookilbo.com/v/587ff8164d3d4b6fb7044d59a6b74ddb)

도쿄=김경준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사진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이 기사는 한국일보 특별기획 ‘한중일 청년 리포트’의 일부입니다. ▦취업&창업 ▦주거 ▦결혼 ▦관계 등 총 네 가지 주제에 따라 각각 한국, 중국, 일본 청년들의 사례를 다루어 총 12편의 기사가 연재됩니다. 한국일보닷컴에서 전체 기사를 디지털 인터랙티브 형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로보기(http://goo.gl/zbHm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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