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 테이프의 시대는 돌아올까?

아이즈 ize 글 김영혁(김밥레코드 대표) | 사진 이채언루트 페이스북 2016. 1. 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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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김영혁(김밥레코드 대표) | 사진 이채언루트 페이스북

“Hometaping Is Killing Music.” 80년대에 나온 중고 레코드를 열면 봉투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테이프를 통한 레코드 속 음악 복사, 또는 라디오 방송 녹음 등등이 음악 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다. 80년대 재즈 레코드 속지에선 유명 재즈 음악가들이 심각하게 작성한 공개서한까지 만날 수 있다. “집에서 저희 음악을 복제하는 일을 삼가주세요. (중략) 재즈는 인기 있는 음악도 아니라서 이런 일로 인해 현재의 작은 수요마저 줄어들면 저희 레코드를 갖다 놓는 음반 매장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랬던 시기가 있었다. 저렴하고 휴대하기 간편한 카세트 테이프(컴팩트 카세트)는 한때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악 매체였다. 1979년에 등장한 소니의 워크맨은 20세기 전 세계 최대 히트 상품 중 하나였다. 1994년 [라이온킹] OST 카세트 테이프는 미국에서 260만 장이 판매됐는데, CD 판매량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그러나 1999년에는 미국에서 전체 시장이 100만 장도 안 되는 퇴물이 됐고, 워크맨은 2010년 단종됐다. 급기야 옥스퍼드 사전은 2011년 개정판에서 “카세트 플레이어”라는 단어를 삭제하기에 이른다.

사망 선고를 받은 것 같은 카세트는 그러나, 여전히 살아 있다. 심지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미국의 최대 카세트 생산 업체인 내셔널 오디오 컴퍼니(National Audio Company)는 2014년에만 무려 1천만 개의 테이프를 판매했으며, 이 중 30%만이 공-테이프였고 나머지는 오디오용 테이프였다. 심지어 회사가 생긴 이래 최대 호황이었다. 제아무리 닉 혼비가 믹스 테이프의 아름다운 문화를 찬양하고, 소닉 유스의 멤버였던 더스턴 무어가 음악을 카세트로 듣는다고 말해도, 믿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몇 가지 정황은 있다. ‘어썸 믹스(Awesome Mix Vol.1)’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사운드트랙이 큰 인기를 끌자, 디즈니는 사운드트랙을 ‘진짜’ 카세트 테이프로 출시했다. 전 세계 바이닐 레코드 붐에 크게 기여한 레코드 스토어 데이(Record Store Day)에 영감을 얻은 카세트 스토어 데이(Cassette Store Day, 이하 CSD) 행사가 2013년부터 열렸다. 2015년에는 아케이드 파이어와 그린데이, 맥 드마르코 등의 음악가들이 CSD를 위해 미공개 곡을 담은 카세트 테이프를 내놓았다.

카세트의 복귀 움직임은 2007~2008년부터 꿈틀대기 시작해 지난 7~8년간 미국 시장에서 폭풍 성장을 해온 바이닐 레코드, 우리가 흔히 LP라고 부르는 레코드의 컴백 과정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이를테면 중장년층이 아닌 20-30대 소비자들, 그리고 록과 힙합 등을 발매하는 인디 레이블들을 중심으로 주도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대량 판매로 명맥을 이어 나가야 하는 메이저 레이블에게는 하찮은 수익이 되겠지만, 독립 음악가와 레이블 들에겐 카세트 테이프의 발매가 의미 있는 시도이자 세일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자신들의 정규 앨범에 카세트를 보너스 형태로 넣은 한정판을 제작한 것을 제외하면, 한국에서도 역시 독립 음악가들이 카세트 테이프 제작을 주도한다. 2011년 3집을 카세트 테이프로만 발매했던 불싸조가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15년에 자신들의 과거 앨범 2집을 카세트 테이프로 발매한 데 이어, 밤신사, 코드쿤스트, 하헌진 등이 신작을 카세트 테이프로 먼저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올해로 9회를 맞은 상상마당 레이블마켓에서는 6종의 카세트 테이프가 한정판으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금세 품절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카세트 테이프는 단점이 많다. 크기가 작아 보는 재미도 적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운드에 시간이 흐르면 그 소리가 변질되기도 하며, 현재 생산되는 하드웨어, 즉 카세트 플레이어도 거의 없다. 그러나 이미 CD나 바이닐이 듣는 수단보다는 갖기 위한 수단, 그러니까 일종의 머천다이즈처럼 소비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작고 귀엽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카세트 테이프가 파고들 수 있는 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 만드는 입장에서도 제작비가 적게 들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으며, 여전히 국내에서 소량 제작도 가능하다.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한국이라면 이 포맷은 더욱더 매력적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다운로드 쿠폰 한 장까지 보너스로 들어 있다면, 이것은 ‘꽤나 경제적인 데다 편리한 음반’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음반이란 인류학에서 말하는 근원적 ‘페티시’와 흡사할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바이닐 레코드 붐을 아날로그의 재림이나 사운드의 위력으로 해석하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포맷을 눈으로 보게 되면서 거기에 매력을 부여하는 현상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음반=우월한 사운드 퀄리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카세트 테이프에 열광하는 사람들 역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학창 시절에 그랬듯, 이해가 안 되면 외워야 한다. 요컨대 아래와 같다.

1. 서구에서는 제법 많은 음악가들이 신곡을 카세트로 발표하고 있거나 발표할 예정이다. 2.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를 산다. 3. 그중 상당수가 10-20대다. 4. 트로트 커버곡 메들리가 아닌 신곡을 카세트 테이프로 발매하는 한국 음악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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