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뉴스]20세기 최고의 거장 '스탠리 큐브릭'..사진으로 영화보기

배문규 기자 2016. 1. 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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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에 도착한 주인공이 들어서는 하얀 방. 침대에 누워있는 임종을 맞기 전 자신의 모습. 숨을 거두며 손을 뻗는 곳에 서있는 검은 돌기둥. 침대 위로 보이는 태아의 모습. 화면이 우주로 전환되고 지구를 바라보며 빛나는 태아. 그리고 감상자의 혼란스런 머릿 속을 관통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장엄한 선율….

도대체 이 영화는 뭐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셨나요. 예상치 못한 난해함 때문에 ‘멘붕’한 분들이 많을 듯 합니다. “인류의 기원과 우주 탐험에 관한 선구적인 전망”을 제시했다는 포털사이트 영화평을 읽어보면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쩐지 찝찝한 그런 작품인데요.

이 영화를 보진 않았더라도 감독 스탠리 큐브릭(1928~1999년)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20세기 최고의 ‘레전드’ 영화감독 중 한 명인데요. 서울시립미술관에선 지난 11월29일부터 그의 영화 세계를 조명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9 스탠리 큐브릭 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큐브릭은 1953년 첫 장편 영화를 연출한 이후 13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공포와 욕망>(1953), <킬러스 키스>(1955), <킬링>(1956), <영광의 길>(1957), <스파르타쿠스>(1960), <로리타>(1962),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시계태엽 오렌지>(1971), <베리 린든>(1975), <샤이닝>(1980), <풀 메탈 자켓>(1987), <아이즈 와이드 셧>(1999). 이 중 실제로 본 영화는 얼마나 되시나요? 국내에 정식 개봉된 작품은 <풀 메탈 자켓>과 <아이즈 와이드 셧> 단 두 편에 불과하다는군요.

큐브릭의 영화는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수많은 매니아 팬들이 있습니다. 그가 담아낸 철학적 메시지나 후대 많은 감독들에게 영감을 준 기법과 영상미 등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많습니다. 독일영화박물관 시니어 큐레이터 한스 피터 라이히만은 전시 서문에서 “꼼꼼하고, 괴짜이며, 까다롭고, 집착이 강하며, 과대망상일 뿐만 아니라, 광적이고, 완벽주의적인데다가, 절대적인 지배력을 발휘했던 사람”이라는 큐브릭에 대한 평을 전합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난해함 때문에 막상 ‘도전’하기는 쉽지 않죠. 어떻게 봐야 할까요. 큐브릭은 사람들이 특정 장면이나 영화에 대해 질문할 때, 다음처럼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제가 말로써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들이 결코 아닙니다.”(It’s not a message that I ever intend to convey in words) 큐브릭이 전하려던 말로 포착할 수 없는(nonverbal) 경험이란 무엇이었을지. 그의 주요 작품을 사진으로 만나보시죠.

킬러스 키스

“이 영화를 통해 큐브릭은 작가, 프로듀서, 감독, 카메라맨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전천후 감독으로 거듭났다.”

<킬러스 키스> 세트장에서 35㎜ 아이모 카메라를 들고 있는 스탠리 큐브릭.(미국, 1955) ⓒMetro-Goldwyn-Mayer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스탠리 큐브릭과 그의 부인이었던 루스 소보트카. <킬러스 키스>의 예술감독을 맡은 소보트카는 영화에 카메오 출연을 하기도 했다. ⓒMetro-Goldwyn-Mayer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영광의 길

“이 영화가 처음 개봉되었을 때, 큐브릭은 프랑스로부터 자국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프랑스를 포함한 여러 나라의 군대들은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위협감을 느꼈고, 그로 인해 이 영화의 상영에 반대하는 시위와 보이콧이 발생했다.”

<영광의 길> 세트장에 서있는 스탠리 큐브릭.(1957, 미국) ⓒMetro-Goldwyn-Mayer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스파르타쿠스

“영화 촬영 현장에서 큐브릭은 단 한 장면이라도 보다 완벽하게 만들어 내고자 했다. 카메라 팀은 등장인물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지 자세히 적힌 시트를 가지고 항상 촬영에 임했다. …… 기념비적인 역사 영화로 손꼽히는 이 영화의 독창성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명작 <글래디에이터>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스파르타쿠스> 세트장에 있는 스탠리 큐브릭.(미국, 1959~1960) ⓒUniversal Studio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스페인에서 촬영중인 <스파르타쿠스>. |ⓒUniversal Studio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롤리타

“나보코프는 영화 제작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기 위해 대본 작성에 동의했는데, 그가 큐브릭에게 처음 보낸 대본은 무려 400쪽에 달해 영화로 제작할 경우 7시간에 이르는 분량이었다. 추가로 수정한 대본도 영화로 제작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길어서 결국 큐브릭이 대본을 작성했다. …… 소설과 달리 영화는 남녀 두 주인공 사이의 사랑에 대한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표현 없이도, 험버트가 롤리타에 대해 품은 욕망이 어떻게 그를 몰락에 이르게 하는지 세밀히 보여줌으로서 큐브릭이 만든 또 하나의 명작으로 꼽힌다.”

<로리타>에서 험버트를 맡은 제임스 메이슨, 스탠리 큐브릭, 롤리타를 맡은 수 라이언(왼쪽부터)이 앉아 있다.(1960~1962, 영국/미국 제작)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세트장에 있는 스탠리 큐브릭과 수 라이언.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영화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장소는 지하에 위치한 전쟁 상황실로, 파국을 향해 가는 영화의 결말이 진행되기도 하는 중요한 곳이다. 우울함이 지배적인 전쟁 상황실은 영화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해준다. 전쟁 상황실은 삼각형, 사각형, 원 등 세 개의 기본적인 도형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 큐브릭은 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폐쇄적인 분위기를 프레임 속에 잘 담아냈는데, 영화의 관람자는 전쟁 상황실의 전체적인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없으며, 시선이 옮겨감에 따라 부분적인 모습만을 볼 수 있다. 천장에 설치된 거대한 조명은 음산한 분위기를 증폭시키고, 매우 비현실적인 이 공간은 핵무기가 주는 공포를 담아내기에 적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전쟁 상황실.(1963~1964, 영국/미국 제작) ⓒSony/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전쟁 상황실의 컨퍼런스 테이블. ⓒSony/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세트장에 있는 스탠리 큐브릭과 피터 셀러스(오른쪽). 셀러스는 이 영화에서 영국 대령, 미국 대통령, 스트레인지러브 박사 1인 3역을 연기했다. ⓒSony/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 영화는 SF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고 후대 많은 영화 감독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 큐브릭은 ‘프론트 프로젝션’과 ‘슬릿 스캔’이라는 혁신적인 특수효과 기술을 활용하여 1968년에 완성된 영화라고 하기에 오늘날과 비교해 보아도 시각적으로 완벽한 압도적인 영상미를 구현해 냈다. 인류의 역사, 과학 기술, 미래 세계 등에 대한 성찰적인 메세지를 담은 이 영화는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도 영향력이 큰 고전이 되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컴퓨터 할의 저장공간에 있는 우주조종사 바우만 역을 맡은 케어 둘리.(1965~1968, 영국/미국 제작)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우주선 디스커버리호 내부에 있는 스탠리 큐브릭.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의 한 장면.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우주정거장 로비.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촬영장 스틸 컷.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시계 태엽 오렌지

“이 영화는 큐브릭이 만든 영화 중 가장 논란이 많이 되었던 작품이다. 1965년 앤디 워홀이 이 영화의 내용을 자신의 영화에 차용하는 등 이후의 예술가들에게 끼친 영향도 큰 작품이지만, 당시 사회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추종 세력이 생겨나, 실제로 흰색 옷, 둥근 모자, 지팡이 등 영화 속 의상을 그대로 따라 하는 젊은 폭력배들이 등장했다. …… 2000년까지 이 영화는 영국에서 다시 상영되지 않았다.”

<시계 태엽 오렌지>의 주인공 알렉스 드라지(말콤 맥도웰·가운데)의 모습.(1970~1971, 영국/미국 제작)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코로바 밀크’ 바에 있는 알렉스 드라지.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시계 태엽 오렌지> 세트장에 있는 말콤 맥도웰과 스탠리 큐브릭.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베리 린든

“영화 속 배경은 그 자체가 토마스 게인스버러, 존 컨스터블의 풍경화와 윌리엄 호가트의 풍자화, 앙투안 와토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작품을 그대로 재현한 듯 하다. 이 처럼 영화 속의 많은 장면들이 회화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18세기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는 촛불이 켜진 실내 풍경을 촛불 이외의 추가적인 인공 조명 없이 촬영하고자 했다.”

영화 <배리 린든>에서 룰렛 테이블에 앉아 있는 주인공 배리 린든(라이언 오닐·오른쪽)과 발리발리 기사(제임스 마지스 역·린든 왼쪽)의 모습.(1973~1975, 영국/미국 제작)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린든 부인(마리사 베렌슨)이 그녀의 아들 브라이언 패트릭 린든(데이비드 몰리)와 연주를 하는 장면. 가정교사 사무엘 런트(머리 멀빈)이 뒤에 서 있다.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베리 린든의 사촌 노라(게이 해밀턴)과 그녀를 연모하는 영국 장교 퀸(레너드 로시테르).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샤이닝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이나 환영이 등장하는 것은 공포 영화의 전통적인 소재이다. 하지만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 전반에 걸쳐 환영과 현실, 꿈과 기억, 과거와 현재를 다양한 상징적인 장치를 통해 마치 빠져 나오기 힘든 미로와 같이 복잡하게 혼재시킴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공포 영화를 탄생시켰다.”

<샤이닝> 세트장에 있는 스탠리 큐브릭(왼쪽)과 잭 니콜슨.(1980, 영국/미국 제작)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그레디 자매(리사와 루이스 번스).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잭 토렌스 역의 잭 니콜슨.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풀 메탈 자켓

“주인공인 조커는 ‘죽이기 위해 태어났다’라는 문구가 적힌 헬멧을 쓰고 있는 반면, 가슴에는 평화를 의미하는 뱃지를 달고 있다. 감독은 자신의 전쟁 영화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함과 약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정치적인 선전물들이 세계를 선과 악으로 양분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더불어 이 영화에서 군인들은 가해자이자 동시에 희생자로 묘사되고 이로 인해 전쟁의 역설이 극명하게 표현된다.”

<풀 메탈 자켓>의 주인공 조커(매튜 모딘)의 헬멧에는 ‘BORN TO KILL’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1987, 영국/미국 제작)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하트만 교관(리 이메이).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아이즈 와이드 셧

“수 년에 걸친 오랜 촬영 기간으로 인해 영화에 관한 소문과 추측이 무성했다. 당시 부부였던 탐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그리고 큐브릭은 영화에 대한 인터뷰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영화에 대한 인지도와 호기심은 더욱 커진 가운데, 1999년 3월7일, 영화 개봉을 4개월 여 앞두고 스탠리 큐브릭은 심장마비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연기하는 탐 크루즈, 니콜 키드먼(왼쪽부터)의 모습.(1999, 영국/미국 제작)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아이즈 와이드 셧> 세트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탐 크루즈, 니콜 키드먼, 스탠리 큐브릭(왼쪽부터)의 모습.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사진·글 서울시립미술관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9 스탠리 큐브릭 전>, 전시 도록 발췌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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