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황정민, 그에게 빛나는 2015년이란? "헐, 대박" [인터뷰]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사진 이석우 기자 2015. 12. 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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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훈 감독의 영화 ‘히말라야’에서 산악인 엄홍길 역으로 출연한 배우 황정민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이석훈 감독의 영화 ‘히말라야’에서 산악인 엄홍길 역으로 출연한 배우 황정민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이석훈 감독의 영화 ‘히말라야’ 속 황정민의 연기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석훈 감독의 영화 ‘히말라야’에서 산악인 엄홍길 역으로 출연한 배우 황정민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황정민 주연, 이석훈 감독의 영화 ‘히말라야’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배우 황정민은 ‘철인(鐵人)’이다. 도대체 올해 들어서만 몇 개의 작품을 했고, 몇 개의 작품을 할 것인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개봉해서 1400만 관객을 넘긴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8월에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으로 거푸 1000만 관객을 넘었다. 지금 개봉 중인 영화 <히말라야>를 포함해 영화만 <검사외전> <곡성> <아수라> 세 작품을 찍고 있거나 이미 다 찍었다. 그리고 현재는 내년 2월까지 상연되는 뮤지컬 <오케피>를 제작하고 연출하며 또 출연도 한다.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봐도 황정민은 ‘철인’이다. 보통 배우들이 한 작품에 푹 곰삭아 나오고 나면 차기작은 일단 계절 하나를 넘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황정민은 이 작품을 찍고 나오면 또 다른 걸 찍고, 또 다른 공연을 올리며 또 다른 영화 출연을 교섭하고 있다. 비교적 연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배역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좁은 갱도 밑에서 사투를 벌이고(국제시장), 한밤 도심에서 오토바이 추격전을 벌이기도 하고(베테랑) 이번에는 진짜로 히말라야의 험준한 고봉을 올랐다. ‘쌍천만’이라는 수식어는 그의 그런 고생에 대중이 마땅히 보내는 ‘박수’와 같은 의식이었는지도 모른다.“인생에서의 축복이죠. 이렇게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제 인생에서 2015년요…. ‘헐, 대박’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관객 분들에게 감사하고요. 제 인생에서 어떤 해를 이렇게 들춰내서 말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일이죠.”

그는 이 ‘엄청난 한 해’의 마무리를 이석훈 감독의 영화 <히말라야>와 함께 한다. 영화는 <대호> <스타워즈 에피소드7:깨어난 포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개봉 4일 만에 150만 관객을 넘기며 독주체제를 갖췄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 영화는 실화로 전 세계 8000m 이상 고봉인 ‘16좌’를 세계 최초로 모두 오른 산악인 엄홍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그중에서도 아끼던 후배 박무택의 안타까운 죽음 후 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떠나는 ‘휴먼 원정대’의 2005년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사실 산을 빙자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이 영화를 보러 온 다음에 옆 사람의 모습을 지긋이 보는 분들이 생긴다면 이 영화를 한 이유가 있다고 봐요. 상대방을 이해하는 공기가 없는 곳에서 저희는 살고 있잖아요. 하지만 이들은 한 번도 꼭대기를 보지 않고 동료의 주검을 놓고 발을 내딛는 거예요. 사람의 태도, 관계, 예의에 대한 이야기죠.”

산을 빙자했다고는 이야기하지만 산은 이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다. 황정민은 두 달이 넘는 산악 트레이닝을 받은 후 강원도 영월 촬영을 시작으로 네팔 남체, 프랑스 몽블랑 등 히말라야를 포함한 세계의 4000m 이상 고봉들을 실제로 올랐다. 몸이야 힘들었다. 하지만 고독하게 ‘휴먼 원정대’를 이끄는 엄홍길처럼 촬영장을 이끌어야 하는 황정민도 외로웠다. 고산병으로 힘들어하는 스태프와 배우들 그리고 산악영화로서 참고할 작품도, 모니터를 제대로 볼 여유도 없는 현장이 쉴 새 없이 황정민을 몰아붙였지만 현장에서 선배 역을 맡아야 한다는 부담도 그에게는 큰 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 촬영 날 메이킹 필름을 보면서도, 이후 VIP 시사 때 스태프 이야기를 하면서도 체면도 불구하고 눈물을 쏟았다.“사고날까봐 큰 소리도 치고, 제가 솔선수범해야 하는 지점도 있고 그랬죠. 저도 힘들지만 힘들다고 기댈 수 있는 곳도 없고. 산을 오르다 밤에 자다보면 ‘내가 영화로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러고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느 순간 촬영장에서도 제가 선배가 됐더라고요. 배우 황정민이 아니라 인간 황정민으로서 촬영장을 받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 ‘꼰대’처럼 굴지 말아야죠. 배우로서 잘 늙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60대에도 멜로 영화를 찍죠.”

그가 연기한 많은 배역들은 스릴러, 액션, 코믹, 휴먼, 멜로 등 다양한 껍질을 쓰고 있지만 사람을 사랑하거나 또는 사랑받지 못해 비뚤어진, 어쩌면 사랑에서 비롯된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그는 멜로를 좋아한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 섬세한 감정 변화가 좋다. 그래서 장르물 위주로 급변하는 지금 충무로의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다. 봄에는 가족영화, 여름은 시원한 블록버스터, 가을에는 애잔한 멜로가 제철과일처럼 돌아왔으면 좋겠다.“비슷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느낌은 늘 받아요. 작품마다 인물을 정하면 항상 대본에다 ‘왜?’를 적어요. ‘왜 이 시기에 이 사람들과 이 작품을 할까. 왜 이 인물이 이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할까’하는 생각을 늘 하는 거죠. 깡패든 형사 역이든 다시 안 할 건 아니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신세계>의 정청이 다시 떠오르지 않아야 하고, <베테랑>의 서도철이 생각나면 안 되죠.”

2000년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수줍게 등장한 황정민은 15년이 지난 지금 충무로를 주름잡고 있는 가장 확실한 이름이 됐다. 그에게 초심을 강조할 필요는 별로 없다. 그의 수수한 모습과 솔직한 말들 그리고 연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망부석처럼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1000만 영화를 거푸해도 “출연한 영화가 한 번도 투자 때문에 전복된 적이 없다”는 걸 자랑으로 여기고, 명배우라면 누구나 자랑으로 여길 법한 촬영장 의자에서 자신의 이름을 벗기라고 오히려 역정을 내는 그의 모습은 ‘진정성’이라는 말과 황정민이 함께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도 열심히 달렸지만, 그는 ‘24시간이 모자라’다. 먼 산을 굽어보는 산악인의 모습처럼 그가 오르는 봉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기 때문이다.“마흔이 넘어서 일하는 게 재밌어졌어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아쉬워요. 지금이 제일 좋은 시기에요. 많은 작품을 하면서 아깝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사진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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