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전원일기' 복길이, 아직 기억하세요?"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전원일기'는 스승이었고, 연기 학교였습니다."
'영원한 복길이' 김지영을 만났다.
MBC '전원일기'에 성인 복길 역으로 투입된 게 1996년 11월, 김지영의 나이 스물세 살 때 일이다. 촌스러운 생김새, 말썽 피우다 어른들한테 혼나기 일쑤. 그래도 미워할 수 없던 철부지 복길이는 19년이 흐른 지금 순박한 시골 처녀에서 어느덧 연기경력 21년차의 베테랑 배우로 성장했다.
지난 6개월간 MBC '위대한 조강지처'의 조경순으로 살아온 김지영은 "가족을 떠나 보내는 섭섭한 기분"이라고 했다.
▲ "'위대한 조강지처' 때문에 체중 늘리고 특수분장까지"
조경순은 유난히 사랑 받았던 캐릭터다. 펑퍼짐한 몸매에 팔자걸음, 쩌렁쩌렁한 목소리, 넉살은 물론이거니와 무식한 말을 내뱉어도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고 껄껄대는 웃음소리.
"20, 30대 여배우가 아줌마를 연기하면 시청자 분들도 '아이고, 애쓰네' 하시고 말 텐데, 제가 진짜 아줌마고 40대고, 또 같이 늙어가는 처지잖아요."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연구했다. 실제 주부들의 모습을 샅샅이 관찰했다. 공을 들인 것 중 하나가 경순의 몸매다. "무조건 뚱뚱한 게 아니라 나잇살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는 실제로 체중을 5kg나 늘렸다. 이것만으로는 성에 안 찼는지 복대에 실리콘으로 특수분장까지 해 옆구리 살과 처진 가슴을 중점적으로 표현했다.
이 때문에 시청자 중에는 "어머나, 김지영 봐. 살 진짜 많이 쪘네?" 하고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한여름 특수분장 탓에 땀띠에 진물까지 피부가 상하는 건 예사였으나, 김지영은 시청자들이 경순을 보고 작은 희망이나마 가질 수 있다면 그까짓 것 "영광의 상처"였다.
▲ "복길이는 내 연기 인생의 행운"
김지영은 사실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다. 그런 그가 지금껏 노련한 배우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김지영의 말처럼 살아 있는 연기 학교 '전원일기' 덕분이다. 농촌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린 '전원일기'에서 김지영은 최불암, 김혜자, 김수미, 고두심 등 위대한 선배들에게 생생한 연기를 터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열정만 가득한 20대 초반의 풋내기 신인이었다. 또래 여배우들과 달리 화장도 안 한 얼굴에 가방을 등에 메고 머리는 질끈 묶은 채 MBC를 들락날락하다가 한 PD로부터 "배우 할 얼굴은 아냐. 시집이나 잘 가라"는 말도 들었다.
그럼에도 "어떤 역할이든 목숨 다해 잘할 자신 있다"는 의욕을 이에 물고 씩씩하게 뛰어다니던 김지영이었는데, 바로 그 PD가 내심 김지영을 눈여겨보다가 '전원일기'를 추천해 복길 역에 전격 캐스팅됐다. "국민드라마 '전원일기'에 내가?" 싶어 부담도 컸지만 "훌륭한 선배님들을 한꺼번에 모시고 연기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다신 없을 거야" 하는 마음으로 부단히 노력하고 배웠다.
이후 김지영은 '전원일기'를 계기로 전국에 '복길이'로 얼굴을 알리며 큰 사랑 받게 된다. 복길이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탓에 다른 작품은 오디션부터 거절당하는 적도 있었지만 김지영에게 복길이는 "20년 넘게 배우 생활을 이어올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었다.
"배우로서 평생 한 번 가지기 힘든 캐릭터였어요. 어떤 감독님은 '복길이 한 번 했으니 이제 연기자로서는 끝이야' 하시기도 했고, '전원일기'를 그만둬야 다른 작품에 출연할 수 있을 거란 말도 있었어요. 그래도 제가 고집 부린 건 '전원일기'라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영광스러운 작품이었거든요. 오히려 그걸 견뎌내고 이겨내야지 싶었어요. 그때 복길이를 한 제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요즘은 점점 복길이나 '전원일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그건 아쉬워요."
▲ "여자 후배들에게 '결혼하라' 조언"
같이 '전원일기'에 출연한 남성진과는 극 중에서 영남과 복길의 러브라인을 그린 데 이어 실제로 연인으로 이어져 전 국민의 축하를 받았다.
남성진이 어느 날 "나 너랑 결혼해야겠어. 결혼 안 하면 일 그만 두고 외국으로 갈 거야"란 강력한 구애를 해 당황했지만, '이 사람 없는 내 삶은 너무 무서울 것 같아'란 마음에 결국 2004년 5월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결혼 4년 만인 2008년 11월 얻은 아들 경목 군은 아빠 남성진을 쏙 빼닮았다. 드라마 촬영으로 늘 옆에 못 있어줘 미안한 마음이라는 김지영은 촬영 없는 날만큼은 아무리 힘들어도 경목이와 함께 노는 데 집중한다. 올 초 출연한 MBC '일밤-진짜사나이' 여군특집에선 경목이의 편지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
"결혼과 출산 후 연기에 겁이 없어지고 용감해졌다"는 김지영은 "예전 같았으면 아픈 아이의 엄마 역할을 맡아도 예쁘게 울려고 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했다.
결혼 후 배우 경력이 단절될까 봐 두려워하는 후배 여배우들에게도 김지영은 "빨리 결혼하고 아기 낳아"라며 "결혼이나 출산, 인생에서 큰 일을 겪고 나면 연기자로서도 발전한다. 그동안 '발연기'를 했다면 적어도 '손연기'까지는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특유의 시원시원한 조언을 건넨다.
'위대한 조강지처'를 마무리한 김지영은 당분간 엄마 김지영의 삶에 충실할 계획이다. "평생 부리지 않던 애교를 요즘 아들한테 다 부리고 있다"며 웃은 김지영이다.
19년 전의 '복길이'는 어느덧 엄마가 됐지만, 여전히 대중에게는 '영원한 복길이'다. 그가 내년에는 또 어떤 작품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와 19년 전 그를 가르쳤던 '전원일기'의 위대한 스승들처럼 어떻게 시청자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위로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얼반웍스이엔티-MBC 제공-MBC 방송 화면]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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