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르포> 베네수엘라 달걀 실종미스터리.."한달째 달걀구경 못해"

입력 2015. 12. 10. 08:43 수정 2015. 12. 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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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업자 도로바닥에 달걀판 패대기친 후 종적 감춰 현지 교민 "달걀 못 먹은 지 한 달"..정부 인위적 가격 통제의 또 다른 표상
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내의 한 슈퍼마켓에 식료품 등을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카라카스=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 있는 슈퍼마켓에 화장실 휴지를 사려는 시민이 북적거리고 있다.(카라카스=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한 슈퍼마켓에 달걀이 들어오지 않아 가공육 진열대 윗부분이 비어있다.(카라카스=연합뉴스)
지난 11월 베네수엘라의 한 지역신문에 양계업자들이 달걀을 깨는 사진이 실렸다.
'줄서세요!' (카라카스<베네수엘라>=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한 슈퍼마켓 내부에 화장실 휴지를 사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2015.12.10 hopema@yna.co.kr
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알타미라광장에서 가톨릭대 법학과 2학년인 오리아나양(오른쪽)이 인터뷰를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카라카스=연합뉴스)

양계업자 도로바닥에 달걀판 패대기친 후 종적 감춰

현지 교민 "달걀 못 먹은 지 한 달"…정부 인위적 가격 통제의 또 다른 표상

(카라카스<베네수엘라>=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 있는 슈퍼마켓 체인인 루베브라스(Lubebras).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시간 100여 명의 시민이 따가운 햇볕을 피해 그늘진 건물 외벽 주위를 둘러싸고 꼬불꼬불 줄을 서 있었다.

화장지, 식용유, 세제, 기저귀 등 생활필수품을 구하려는 일상적인 대열. 외신 사진에서 본 낯익은 장면이다.

베네수엘라 서민의 팍팍한 생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줄은 스페인어로 '콜라'(Cola)라고 한다.

들어갈 차례가 된 주부에게 얼마나 기다렸느냐고 묻자 "2시간인데 오늘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고 답하더니 잽싸게 들어갔다.

입장객을 단속하는 것처럼 지켜선 매장 직원에게 '구경 좀 하겠다'고 말하고 안으로 들어선 매장은 북새통이었다.

매장 내부의 한 계산대 뒤쪽에 눈에 띄게 긴 줄에 다가가 보니 두루마리 화장실 휴지를 사려는 줄이었다.

이날은 1인당 4개가 구매한도. 매장직원들은 슈퍼마켓에 들어오는 수량이 날마다 달라 구매 한도도 달라진다고 했다.

매장 이용객들은 자신의 차례가 오면 티켓을 산 뒤 휴지가 쌓인 코너 앞에서 또 기다려야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이봉 로드리게스(62)라는 여성은 "지난주에 4시간을 기다려 들어왔는데 다 떨어져서 빈손으로 돌아갔다"며 "오늘도 내 차례가 오기 전에 휴지가 없어지면 큰 일"이라며 조마조마해했다.

매장 입구에는 휴지 10여 개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대기하는 몇몇 젊은이들도 있었다. 야구장 암표 장사와 같은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최근 일반 슈퍼마켓에서 달걀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듣고 확인하기 위해 코너로 향했다.

달걀은 화장지나 기저귀 등 만성적인 품귀 현상을 빚는 생필품과는 달리 그동안 비교적 쉽게 살 수 있는 품목이었다.

그렇지만 이 슈퍼마켓에서 평소 달걀을 쌓아뒀던 가공육 진열대 윗부분은 텅 비어있었다.

한 점원이 "달걀 안 들어온 지 몇 주 된 거 같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달걀값이 자꾸 오른다는 이유로 1천200볼리바르에 팔리는 30개들이 계란 한 판의 가격을 420볼리바르로 낮춰버렸다.

420볼리바르는 일반인들에 적용되는 환율을 적용해 환산하면 2.1달러(약 2천480원) 수준이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전국의 양계장 업자들이 들고일어났다.

다음날 지역 신문에는 달걀을 도로 바닥에 쏟아 왕창 깨트린 사진이 곳곳에 실렸다.

며칠 후 한 신문에는 "달걀판 구입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납품하느니 버리는 게 낫다"는 한 업자의 항변이 나왔다.

이후부터 점점 달걀은 슈퍼마켓에서 줄어들더니 결국 진열대에서 사라졌다.

달걀판은 정부에서 지정한 업체가 자재를 수입해 생산하게 돼 있는데 생산 활동이 원활하지 않아 물량이 달리면서 가격이 올라갔다.

업자들이 배짱을 부리자 부통령이 "코스타리카에서 달걀을 수입할 것"이라고 대응했지만 달걀 수입은 사실상 절차가 어렵다.

한 교민은 "달걀 먹어본 지 한 달이 넘은 거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길거리 '번개시장'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주택가 골목길 같은 곳에 트럭을 몰고 와 순식간에 달걀을 팔아치운 뒤 단속을 피해 사라지는 형태다.

물론 가격은 정부 지정 가격보다 3배 이상 비싸지만 사먹을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번개시장은 양계업자들도 하지만 이른바 '바차케오로'(bachaqueoro)도 있다.

바차케오로는 사재기한 뒤에 가격을 튀겨서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장사꾼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뛰는 바차케오로도 있지만 조직적인 바차케오로도 많다.

바차케오로 조직은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여기저기서 사재기한 뒤 대형 트럭에 실어 콜롬비아 국경을 넘어가 되팔고 돌아온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른바 "우익 세력들이 정부를 전복시키려 일으키는 경제 전쟁"이라고 비난하는 행위다.

달러 암시장을 이용하면 차익은 어마어마하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생필품 중에서 30볼리바르 정도에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치약을 경우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베네수엘라 타치라 주 접경 콜롬비아로 넘어가면 국제시세로 가격을 매겨 개당 3달러 안팎에 팔린다.

현재 달러당 900볼리바르에 거래되는 암시장에 이를 환전하면 30볼리바르가 90배인 2천700볼리바르로 뻥튀기 된다.

막대한 차익을 감안하면 콜라에는 실제 구매자도 있지만 바차케오로도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마두로 정부는 반복해서 되사는 행위를 막으려고 슈퍼마켓에 지문 날인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국경을 넘는 밀매꾼들을 통제하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뒷돈으로 매수하고 모든 관문을 빠져나가는 구멍이 존재한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현지 컨설팅사인 ODH는 콜라 현상은 물품 부족과 가격 통제로 인한 사재기가 주요 원인이고, 공급이 부족한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으리라 생각해 계속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이를 부추기로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에는 '코카콜라'(COCACOLA)라는 유행어도 생겨났다.

마약을 거래하는 부유한 조직들은 코카(코카인)를 밀매해서 돈을 벌고, 가난한 서민들도 콜라에 서서 사재기로 얌체 돈을 챙기는 세태를 풍자한 말이다.

매장 안을 한참 돌다가 나와도 여전히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딸과 함께 기다리는 우벤시오 코르도베스(58)라는 남자에게 무엇을 사려고 기다리느냐고 물었더니 "신분증에 적힌 번호에 따라 오늘이 내 순서기 때문에 왔다"고 말했다.

최근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 결과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우고 차베스 정권이 들어서기 전이나 들어선 후나 변한 것이 없다"며 "앞으로 경제 상황은 변할 것"이라며 생활고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슈퍼마켓 인근 알타미라 광장에 앉아 친구와 얘기를 나누는 가톨릭대 법대생 2학년 오리아나(19)양에게 다시 선거 결과에 대한 반응을 떠보니 정부가 가야 할 뚜렷한 방향을 당차게 제시했다.

오리아나는 "차베스주의는 구호만 요란했지 행동이 없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희망을 품게 한다"며 "야권과 여당의 위치가 역전됐지만 모두가 베네수엘라인이고 하나로 통합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선거의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모르고 있다. 우파 정권에 대한 적대적인 정치를 계속하게 될까 봐 우려된다"며 정권의 현실 감각에 대해 지적도 했다.

오리아나는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에서 중도우파 후보가 좌파 집권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된 것에 대한 소견을 묻자 "모든 것이 부드럽게 진행될 것"이라며 "집권당은 패배를 인정했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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