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소주값 50원 오르는데 1000원 더 받는 식당·술집

오문영 기자 2015. 12. 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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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술' 소주가 몸값을 높였다. 지난달 30일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는 3년 만에 '원자재가격 누적 인상분’을 이유로 참이슬의 출고가격을 5.62% 올렸다.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클래식의 병당 출고가는 961.70원에서 54원 오른 1015.70원으로 상승했다. 소주의 출고가가 10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고가 인상에 따라 식당이나 주점 대부분은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소주 한잔에 애환을 달래던 서민들은 이번 소주값 인상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사진=뉴스1
◆소비자, 업소용 소주가 부담

이번 사태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소주를 구입하는 일반소비자가 느끼는 소주값 인상분에 대한 체감도는 높지 않을 듯하다. '가정용' 소주의 경우 소비자가를 60~100원 정도로만 올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주점과 식당 등 외식업소나 유흥업소를 방문할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판매가를 일괄적으로 통일해야 하는 가정용시장과 달리 업소용시장은 업소마다 소주 가격의 차이가 크고 대개 가격을 500원또는 1000원 단위로 올리기 때문이다.

특히 주점의 경우 매출 대부분이 소주나 맥주 등 주류에서 발생하는 터라 이번 하이트진로의 가격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브랜드가 다른 소주여도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업소들이 많아 가격이 인상되지 않은 소주를 마셔도 소비자 입장에선 참이슬과 동일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 경우 3000~4000원에 형성된 업소용 소주가격이 4000~5000원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안산의 번화가에서 일본식 주점을 운영하는 박모씨(31)는 "술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안주보다는 술로 매출을 올린다"면서 "우리도 가격인상을 고려 중인데 올린다면 1000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자 눈치보는 소주업계

그렇다면 참이슬 인상에 대한 타 소주업체들의 반응은 어떨까. 현재로선 가격인상에 따른 반발 여론을 의식한 듯 다소 눈치보는 상황에 가깝다.

'처음처럼'으로 소주업계 2위를 지키고 있는 롯데주류는 아직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처음처럼의 가격인상과 관련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면서도 “이 문제는 윗선(경영진)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가격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3위 무학도 현재까지 가격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 하지만 통상 한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업체가 뒤따라가는 경향이 짙어 조만간 두 업체가 소주 가격인상에 동참할 여지는 충분하다. 소주 제조사 한 관계자는 “소주값 인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하이트진로가 총대를 멘 격이 됐다”며 “소주업체들의 눈치보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대형업체들이 눈치를 보는 사이 지방과 중소 소주 제조업체들은 하이트진로의 가격 올리기 대열에 발빠르게 합류했다. 맥키스컴퍼니는 하이트진로의 가격인상 발표 다음날인 지난 1일 '02린'의 출고가를 963원에서 1016원으로 5.5% 올렸다.

한라산소주 역시 이날 한라산소주와 한라산 올래 2종의 출고가를 1080원, 988원에서 각각 1114원, 1016원으로 인상했다.

맥키스컴퍼니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원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인해 가격인상을 고려했지만 섣불리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원자재 가격이 올라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소주값을 올려야 하는 입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수' 내리고 '가격' 올리더니…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 소주값 인상소식에 서민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소주 제조업체들은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서도 가격은 인상하는 상술을 부렸다는 지적을 적잖게 받아왔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 하락은 판매량과 비례관계라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서영화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소주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당시 국내 소주의 평균 도수는 0.4도 하락했고 출하량은 +4.6% 증가했다.

도수가 -4.7%로 크게 하락했던 2013~2014년 구간에는 출하량도 8.2%로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2008~2011년에는 평균 도수가 19.6도로 유지됐는데 이 기간 국내 출하량은 -7.3% 하락했다. 소주 도수의 하락이 판매량을 증가시킨 셈이다.

보통 음주자들은 소주를 몇병이나 마셨는지보다 자신이 많이 취했는지 여부에 따라 음주를 멈추는 습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주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도수를 내리면서도 가격은 꾸준히 올렸다. 대표적으로 지난 1998년 처음 출시된 참이슬은 당시 알코올 도수가 23도였고 출고가는 510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도수는 17.8도이며 출고가는 1015원이다. 2006년에 나온 처음처럼도 20도로 730원이었지만 지금은 17.5도로 946원이다.

올 상반기 주류업계는 도수 함량이 낮은 혼합 알코올 음료 리큐어주를 출시하며 경쟁적으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일각에선 소주의 도수가 낮아지면 제조업체들이 알코올 원액을 적게 넣기 때문에 소주 제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매출 꼼수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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