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갤러리'의 '진짜 흙수저'는 누구인가
아이즈 ize 글 고예린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씨)의 ‘흙수저 갤러리’에는 스스로를 ‘흙수저’라 말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디씨 갤러리에서 활동하기 위해 갤러리의 성격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듯, 흙수저 갤러리에 입장하려면 본인이 ‘금수저’가 아닌 가난한 ‘흙수저’임을 ‘인증’해야 한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장판이 벗겨지거나 곰팡이가 슨 벽지 등의 ‘흙수저 집’이나, 밥 한 그릇과 반찬 하나만 놓고 찍은 ‘흙수저 아침’ 같은 사진을 올린다. 반지하 집에 산다거나 빚이 얼마라는 둥 집안 환경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야기하는 ‘썰’을 풀기도 한다. 반대로 ‘금수저’ 편을 들거나, 사연을 지어내 올린다고 생각되는 ‘주작’ 등 흙수저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흙수저의 처지를 비웃는 ‘기만자’나 ‘컨셉질’로 불리며 배척된다.
갤러리 유저들이 올리는 각각의 ‘썰’은 모두 개인의 사연이고, 어려운 처지라는 판단의 기준은 저마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용자들은 자신의 ‘썰’이 왜 다른 이들의 ‘썰’에 비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가를 증명한다. 좁은 집의 낡은 싱크대 사진을 올리며 ‘최하위 흙수저’라 인증한 글에는 ‘우리 집보단 훨씬 좋다’는 댓글이 달렸고, 이 집이 14평짜리 서울에 있는 자가라는 것까지 합쳐져 이 ‘인증’은 ‘기만자’가 되었다. 이런 경쟁 과정은 갤러리 안의 다른 ‘썰’에 공감하기보다 그것이 자신의 ‘썰’보다 나은 상황이라는 것을 증명할 만한 여지를 찾아내게 만든다. 웬만한 흙수저 ‘썰’의 댓글란에 이른바 ‘지잡대’로 불리는 대학에 가면 된다거나, 무슨 일이라도 찾아서 하면 되지 않냐는 등 개인적 차원의 선택과 노력에 대한 각종 조언과 논쟁이 오가는 이유다. 그래서 집안 환경의 열악함과 이를 이겨낸 노력에 방점이 찍히는 ‘흙수저 탈출 썰’ 역시 종종 개념글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흙수저’는 더 이상의 노력이 불가능한 상황을 증명하는 단어가 된다. 가장 극단적인 처지로 인정받은 ‘썰’만 노력에 대한 요구에서 자유롭고, 노력할 환경조차 안 되는 처지에 있는지를 경쟁하는 과정은 결국 비슷한 고통을 겪는 다른 대상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멘탈도 흙수저’라며 ‘자기 분수 모르는 애들’이 힘들다고 징징대면서 돈도 못 모은다는 ‘썰’이나, ‘가난한 애들은 특유의 피해의식이 있다’는 글이 개념글에 오르기도 했다. “‘흙수녀(흙수저 여자)’들은 돈이 없으면 성매매를 선택하면 된다”는 식의 글은 갤러리 초기부터 간간이, 하지만 꾸준히 올라온다. 한동안 갤러리에서 오가던 ‘흙수녀’ 논쟁이 잦아든 것은 여성 이용자들이 스스로 여성임을 밝힌 후 흙수저이기 때문에 성추행 위협에 시달리는, 말하자면 더 나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썰’을 풀면서였다. 갤러리 안에서 가난에 대한 공통의 경험보다 개인의 불행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사용된 ‘흙수저’는, 같이 힘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연대하는 대신 모두가 자신이 ‘흙수저’라고 주장하며 서로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서로의 불행을 경쟁하는 과정에서 위로와 지원은 가장 어렵다고 생각되는 극소수의 개인에게 한정된다. 갤러리 초기 닉네임 ‘가난그릴스’는 돈과 보일러 없이 추위를 버티는 법이나 가성비 좋은 식재료 등 ‘생존법’으로 인기를 끌었고, 그가 갤로그에 계좌를 공개하자 몇몇 이용자들이 실제로 얼마간의 돈을 입금했다는 ‘인증’도 있었다. 더 떨어질 수 없을 만큼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에게만 커뮤니티 사람들이 연대해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다. ‘흙수저 갤러리’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무상보육 지원을 축소하고 필요한 사람에게만 종일반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논란이 일었을 때, 초점은 보육지원의 축소보다는 누가 더 종일반 지원이 필요한지에 맞춰졌다. 전업주부와 워킹맘은 ‘누가 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만큼 힘든지’를 경쟁했고, 이 과정에서 전업주부들은 ‘죄인’이 되었다. ‘흙수저 갤러리’는 타인에게서 도움을 받을 자격을 따지는 논리가 인터넷 커뮤니티와 합쳐지면서 보여주는 극단의 예시다.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함께 이겨내는 대신 누가 더 힘든지 경쟁한다. 이 ‘커뮤니티’의 모습이, 다만 그들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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