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진영에서 나온 자성의 목소리

정준호 2015. 11. 27.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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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오수창 교수 “국정화 반대 측 정교한 논리로 정당성 갖춰야”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26일 서울대에서 행해진 '국정화 발전적 해체 주간' 행사의 넷째 날 강연자로 나서면서 국정화 반대 진영도 성찰과 반성을 통해 더욱 논리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진영 내부에서 힘의 논리에 의존한 현재의 투쟁 방식으로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정화 반대진영의 선두에 서 왔던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26일 서울대 사회과학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반칙의 국정교과서’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국정화 반대진영이 자기 성찰과 반성을 통해 더욱 탄탄한 대응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성론자들의 ‘반칙’에 맞서 힘겨루기로 일관할 게 아니라 치밀한 논리로 대응해야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오 교수는 이날 서울대 국사학과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으로 구성된 ‘국정화 해체 태스크포스(TF)’가 기획한 ‘국정교과서 발전적 해체 주간’ 행사의 넷째 날 연사로 나섰다. 그는 “괴물과 싸우다 보면 괴물이 되기 마련”이라며 세(勢)대결로 진행되고 있는 국정화 반대운동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6년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서울대에서 개최한 ‘교과서 포럼’에서 발생한 충돌을 사례로 거론했다. 오 교수는 당시 4ㆍ19 관련 5개 단체 회원들이 행사장에 진입해 뉴라이트 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사건을 두고 “물밑에서 두 단체가 화해를 하긴 했지만 진보 진영 스스로 충돌에 대한 공개 비판과 반성을 했더라면 더욱 정당성을 갖췄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13년 교학사 교과서 검정 취소 운동에 대해서도 “이미 통과된 교과서의 검정 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절차적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가능한 부작용을 감안해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학계의 논란이 되고 있는 ‘민중사관’을 놓고도 “민중사관에 동조하거나 비판의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우리 것이 아니니 공격하든 말든 놔두자는 식의 방치는 나태”라고 꼬집었다.

오 교수는 국정교과서 찬성진영의 주장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지난 2004년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 논란부터 2011년 교육과정에서 역사학계 논의 없이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등장시킨 사례 등 교과서를 둘러싼 그간의 논란을 시대순으로 짚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국정화 주장은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정도가 아닌 위헌 수준”이라고 단언했다. 집필진 명단을 비공개하는 자의적 규칙 변경이나 시장에서 실패한 교학사 교과서가 폭력적으로 축출 당했다고 사실을 왜곡한 부분 등이 문제점으로 적시됐다.

오 교수는 “시민들이 불량품이 될 수 있는 국정교과서를 선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필요에 따라서는 주제별로 참고 자료를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사회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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