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한예리 '극적인 하룻밤' 몸이 먼저냐, 마음이 먼저냐가 문제?[이슈와치]

뉴스엔 2015. 11. 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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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거인듯 내거아닌 내거같은 너” 썸도 아닌 몸친 윤계상♥한예리
윤계상의 X여친 박효주, 한예리의 X남친 박병은, 신스틸러 조복래 정수영(위부터 아래로)
‘극적인하룻밤’ 메인포스터 윤걔상 한예리

※이 리뷰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로맨틱코미디 혹은 멜로는 안정과 함정이라는 두 얼굴을 가진 장르다. 드라마보다 영화는 특히 그렇다. 영화의 선택권이 여자에게 있기에 아무래도 사랑얘기의 드라마가 대동소이하지만 보편타당성 덕에 비교적 편하고 쉽게 ‘간택’될 수 있다는 장점과 지나치게 도식적이기에 특별하지 않다면 경쟁작들 사이에서 소외되기도 쉽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요즘처럼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 영화가 발전하고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 발전한 상황 속에서 ‘그저 그런’ 멜로물이라면 ‘대박’을 기대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언제 개봉됐는지도 모른 채 슬며시 조기강판당하는 주인공이 되기 십상이다. 

송강호를 배출한 대학로 대표 연극단 연우무대가 흥행에 성공한 창작연극 ‘극적인 하룻밤’을 직접 동명의 영화(하기호 감독 / CGV아트하우스 배급)로 리메이크했다. ‘극적인 하룻밤’은 멜로영화의 정석을 지키지만 나름의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자 애를 꽤나 쓴다는 점에선 역시 장점과 단점이 확연하게 두드러진다. 

특수학교 기간제 체육교사 정훈(윤계상 분)이 외출을 준비하는 스타일리시한 화장과 착복의 오피스텔 내부 장면으로 시작된다. 셰프를 꿈꾸는 푸드스타일리스트 시후(한예리 분)의 시각에서 핸드헬드 카메라는 결혼식장을 롱테이크로 따라잡는다. 

이 장소는 정훈의 연상의 전 애인 주연(박효주 분)과 시후의 전 연인 준석(박병은 분)의 결혼식이 열리는 곳. 준석은 정훈의 선배다. 예전 정훈과 주연, 준석과 시후가 연인관계일 때 네 사람은 함께 몇 번 술자리를 한 적이 있다. 가난한 의사로서 개인병원 개원을 간절히 바라는 준석과 번듯한 직업을 가진 남편을 원하는 부잣집 딸 주연의 조건이 맞아 떨어져 그들은 각자의 애인을 차고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 

옛 연인과 자신을 배신한 선배가 결혼하는 자리에 온 정훈의 속이 좋을 리 없다. 식 구경은 딴전이고 피로연장에서 이미 만취해 하나 남은 연어초밥을 먹는데 웬 여자가 연어초밥을 책임지라고 시비를 건다. ‘나 아냐’고 물으니 ‘시후’라고, ‘예전에 준석 오빠랑 같이 어울린 적이 있지 않냐’고 시비조로 나오더니 술 한잔 하자고 이끈다. 

주점에서 시후는 다시 정훈의 집에서 한잔 더 하자고 잡아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날 밤 만리장성을 쌓는다. 

다음날 비몽사몽간에 깨어난 정훈은 각종 약을 다량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해 의식불명인 시후를 발견하고 급히 119를 부른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시후는 퇴원 후 당돌하게 커피 포인트 카드의 10번 째 도장이 찍힐 때까지‘몸친’으로 지내자고 제안한다. 

드디어 10번 째 도장을 찍은 후 시후의 집으로 들어간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정훈이 뭔가 고백하려는 찰나 초인종이 울려 모니터를 확인하니 술에 취해 시후를 못 잊겠다며 찾아온 준석이 문밖에 서있다. 

정훈은 준석과 몸싸움을 벌인 뒤 ‘더 이상 시후를 괴롭히지 말라’고 충고하고, 시후에겐 ‘죽지 말고 잘 살라’고 조언하면서 ‘쿨’하게 계약을 만료한다. 

영화는 멜로와 로맨틱코미디의 교통신호를 준수한다. 원래 지인의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발단) ‘원 나잇 스탠드’를 한 뒤 10번의 ‘몸친 관계’를 약속해 실연의 아픔을 서로 치유해가며 삶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을 거치고,(전개) 계약기간이 끝나자 서로에 대해 그리워하지만 그건 애초의 계약에 위반되는 일이기에 괴로워하다가,(위기) 그 감정들이 극에 치달은 뒤,(절정) 판에 박힌 엔딩으로 맺는다.(결말) 

영화의 가장 큰 허점은 시나리오에 있다. 각자 연인에게 버림받은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유치할 정도로 작위적이다. 이승철의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나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같은 상황은 충분히 가능한 현실이지만 이렇게 평소 친했던 네 남녀가 서로 파트너를 바꿔 결합하는 경우는 가능성을 떠나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구도다. 

정훈과 시후의 절박함 혹은 두 사람이 꼭 그래야만 했던 사연을 뒤에 풀어주면서 당위성을 부여한다면 흡입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중반 이후의 틀에 박힌 멜로의 정석풀이는 결국 초반에 잔뜩 힘을 들여 체력전에서 실패한 축구경기 같다. 

이 영화가 사랑에 대해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주제는 ‘몸이 먼저냐, 마음이 먼저냐’다. 

각자 입은 상처 탓에 처음 만난 날 동물적으로 두 번이나 사랑을 나눈다. 정훈은 충동이었고 자살을 결심한 시후는 준석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그런데 준석이 첫 남자였던 시후는 준석과의 관계 땐 매번 아팠는데 정훈과의 첫 동침에서 오르가즘을 느꼈다. 

그래서 단지 호기심 호감 복수심 외로움 등 중의 하나이거나 두 가지 이상일 근거로 10번의 잠자리를 약속하고 만나지만 누가 봐도 연인 코스프레인데 두 사람은, 특히 정훈은 극구 연애가 아닌 ‘원 나잇 스탠드’의 연장이라고 사랑의 감정을 밀어낸다. 

여기서 감독은 그 이유로써 뻔뻔하게도 비정규직을 들이댄다. 정훈은 자신을 정규직으로 만들어줄 이사장 딸의 유혹을 뿌리친 뒤 재계약을 스스로 거부하고 백수가 된다. 그리곤 스스로 또 시후에게 자신은 비전도 배경도 없는 백수라 연애할 근거도 자격도 없다고 울부짖는다. 

그게 타당성을 가지려면 시후가 정훈과 헤어진 뒤 결혼을 압박하는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서가 아니라 정훈을 잊기 위해 맞선을 보고 배경이 썩 괜찮은 남자들로부터 들어온 애프터 신청을 받았지만 거부하는 설정은 비현실이다. 앞뒤가 안 맞는다. 

위기에서 절정으로 가는 징검다리로써 외부적 도움 없이 자신의 몸 하나만으로 물구나무서기에 성공하는 정훈의 모습을 선택한 이유는 경제적 희망이 없어 기본적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N포세대를 위로하는 장치가 될 순 있지만 절망 탓에 사랑의 감정을 밀어내고 그래서 생긴 갈등을 스스로 봉합하는 정훈을 합리화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영화는 로맨틱코미디의 전반과 극적인 멜로의 후반부로 확연하게 구분돼있기에 곳곳에 유머적 장치가 상업적 첨병으로 포진돼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싸움을 끝내고 결말로 가기 위해 서둘러 편집한 기색이 역력한 반전의 상황은 웃음의 포인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특히 결혼식 후 얼마 안 돼 술에 취해 시후를 부른 준석이 그녀를 사랑한다며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달라고 애원하는 꽤 진지한 장면이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해 달라’고 마무리되는 억지코미디는 결정적인 흠집이다. 

조연들의 ‘활약’이 별로 돋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핸디캡이다. 정통 멜로든 로맨틱코미디든 주인공 두 사람만의 매력과 사연으로 2시간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관객에 대한 실례고 그런 영화가 쉽게 성공하려면 ‘귀여운 여인’이나 ‘노팅 힐’처럼 주인공의 무게만큼의 내용을 갖춰야 한다. 그게 아니면 최소한 리처드 기어와 위노나 라이더의 매력만큼은 인정받은 ‘뉴욕의 가을’ 정도는 되든가. 

그런 차원에선 이제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로운 윤계상과 어느 영화든 믿음이란 단어를 그림자로 달고 다니는 한예리의 매력을 즐기는 가운데 그들의 연기조합을 만끽하는 것 하나만큼은 단연코 겨울이란 계절 한 가운데에서 유일한 멜로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이긴 하다. 청소년관람불가. 12월 3일 개봉. 

[뉴스엔 객원 칼럼니스트 유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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