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道 수혜 현장]④ 시큰둥한 세종시.."땅값 이미 많이 올랐다"

세종=이현승 기자 2015. 11. 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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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에서 세종을 연결하는 36번 국도 중간에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세종=이현승 기자
세종시 장군면 원룸촌 인근 도로변에 토지 매매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세종=이현승 기자
정부세종청사 인근 아파트 단지에 서울~세종 고속도로 확정을 반기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세종=이현승 기자
KTX 오송역 인근 상가 밀집지역은 손님이 없어 대부분 점포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세종=이현승 기자
정부세종청사 인근 상가 1층 부동산 중개업소들. 고속도로 개통 소식이 발표됐지만 투자 문의를 하러 현지 부동산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 한가하다. /세종=이현승 기자

36번 국도를 타고 공주에서 세종시로 들어오다 보면 ‘단기임대’, ‘특별분양’, ‘급매 전문’ 등의 문구가 형형색색으로 큼지막하게 적힌 현수막이 빼곡히 붙어있다. 지난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에 편입된 장군면(옛 공주시 장기면) 일대다. 정부가 내년 말 착공하는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종점이 될 곳이다.

5000여명의 주민들이 농사를 짓거나 소를 키우며 살던 이 소박한 마을에 원룸촌이 생겨난 것은 세종시 출범 이후다. 3년간 원룸만 150동 2590가구가 준공됐다. 초기에는 세종시 인근 원룸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수가 부족하고 임대료도 비싼 편이어서 장군면에 둥지를 트는 공무원들이 꽤 많았다.

지금은 절반 가까이 빈 건물이 수두룩하다.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원룸과 아파트가 하나 둘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내려가자, 장군면 원룸 주택을 찾는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장군면에 있는 공동묘지만큼 조용하다고 해서 이 지역 원룸촌을 ‘공동묘지 옆 공동묘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 세종시 장군면, 도로 수혜지역으로 꼽히지만 문의 적어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이르면 내년 말 착공한다는 소식에도 장군면 일대는 대체로 차분했다. 현지 중개업계는 전화 문의도 많지 않다고 했다. 도로의 종점이자 세종 나들목(IC) 예정지라는 소문이 돌면서 세종시 내에서도 가장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은 지역으로 꼽히지만 들뜬 분위기는 없었다.

A 중개업소 대표는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라며 “안성~세종 구간이 2단계로 착공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아직은 관망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안성~세종 구간은 2020년 착공, 2025년 개통될 예정이다.

세종시 땅값이 너무 높다는 것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A공인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투자 목적으로 땅을 구입했던 사람들은 이미 차익을 챙겨 다 떠났고 대전, 공주, 청주에서 오는 실수요자들은 부동산 가격이 높아 그냥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3년 연속 전국에서 공시지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도시다. 올해는 작년보다 20.8% 올랐다. 장군면에서 도로와 인접한 봉암리는 농지를 제외하고 3.3㎡당 700만~8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장군면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윤석 공인중개사는 “평당 1000만원을 줘도 안 판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정부세종청사 인근에는 큰 상업시설이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에, 봉암리 도로변에 빌딩을 지어 놓으면 비싼 값에 팔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 중에서는 고속도로 착공 소식 이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거래를 미룬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중개업자는 ‘여기서 더 오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종시 1생활권은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2억원대 후반, 2·3생활권은 2억원대 후반~3억원대 초반에 거래되는데, 주택 실수요자인 대전이나 청주 시민들이 사기에는 다소 높은 가격이라는 것이다.

◆ 고속도로가 달갑지 않은 오송·연서면 주민들

KTX 오송역이 위치한 청주시 오송읍 주민들은 도로 착공 소식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KTX오송역 인근에는 그 흔한 ‘서울~세종 고속도로 환영’ 현수막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역 바로 앞에는 잡초만 무성한 나대지에 ‘현 위치 땅 팝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홀로 걸려 있었다.

역 맞은편으로 상가가 밀집한 곳에는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는데도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상당수 상가 앞에 ‘임대’, ‘매매’ 전단이 붙어있었다. 오송읍은 세종시 출범으로 KTX역이 생기고 오송생명과학단지에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한때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도 했다.

이제는 서울에서 출퇴근하거나 세종시에 아예 둥지를 튼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중간에 붕 뜬 지역이 돼버렸다. 오송역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하는 박종오 대표는 “도로가 생기면 KTX역을 이용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없지 않겠느냐”면서 “지금도 상권이 거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도로 착공은 이 지역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장군면과 함께 세종시로 편입된 연서면도 사정은 마찬가지. 연서면은 애초 계획과는 달리 교육청, 시청 등 공공기관이 입주하지 않아 상권이 뜨지 못했다. 연서면에서 중개업을 하는 박순자 씨는 “농지를 가진 사람들은 이 지역에 도로가 지나갈까 봐 오히려 불안해한다”면서 “나들목이 어디 생길지가 관건인데, 연서면에 생길 것 같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고 했다.

연서면 B중개업소에서 만난 한 부동산 투자자는 “대전, 공주 사람들이 정부청사 근처로 많이 떠나버리면서 연서면, 연기면 쪽은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죽어버렸다”면서 “차라리 도로가 안 뚫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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