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유엔.. 'IS 격퇴' 연합군 대신 결의案만 채택

뉴욕/김덕한 특파원 2015. 11. 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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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관련 14번째.. 無用論] 개별 국가의 군사행동에 명분만 제공하는 데 그쳐 5개 상임이사국 이해 갈려.. 유엔 주도의 군사작전 못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결의안을 20일(현지 시각)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프랑스가 전날 제출했으며 안보리는 하루 만에 결의안을 채택했다. 안보리가 테러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1999년 이래 14번째다. 이번 결의안은 "ISIL(IS의 전신)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전례 없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모든 수단을 이용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또 "회원국들이 ISIL에 장악된 시리아·이라크 지역에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해 IS를 몰아내기 위한 군사적 조치의 필요성도 인정했다.

유엔이 이처럼 신속하게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독일·네덜란드 등 군사 작전에 나서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유엔이 모처럼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결의안이야말로 '무력한 유엔'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우선 군사적 제재조항을 담은 유엔헌장 제7장을 원용하지 않은 것부터가 유엔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 유엔 소식통은 "IS는 파리 테러, 러시아 여객기 폭발뿐 아니라 최근 중국인을 참수하는 등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들 모두에 대해 여러 차례 도발한 경력이 있어서 상임이사국들의 뜻을 모으기 수월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프랑스가 결의안을 발의하면서 유엔헌장 제7장을 원용하지 않은 것은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유엔을 통한 문제 해결이 실효성이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상임이사국 등 '힘 있는' 나라들은 유엔 주도의 군사행동은 시간만 많이 걸릴 뿐 효과가 없으니 유엔으로부터는 '명분'만 얻으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엔 창립 초기인 1950년 6·25 이후, 유엔이 주도권을 갖고 제대로 된 연합군을 만들어 파병한 적은 거의 없다. 유엔 안보리가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는 '정치판'으로 전락해버려, 아무리 명분이 있는 군사행동일지라도 행동에 나서는 게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유엔의 또 다른 소식통은 "상임이사국 중 어느 나라도 유엔 주도의 군사행동을 하자고 나설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힘 있는' 나라들은 군사행동이 필요할 경우, 유엔에 호소하지 않고 곧바로 자국 군대를 이용해 공격한 후 사후에 유엔헌장 제7장 51조의 '집단적 자위권' 규정에 의한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하는 전략을 써왔다. 유엔의 집단적 자위권 규정은 유엔 회원국이 침공을 당했을 경우 안보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다른 회원국 누구라도 자위권을 발동할 권리가 있다고 돼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때 이 조항을 명분으로 내세웠고, 최근엔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을 공습해 논란을 빚었을 때도 이 조항에 의한 조치라며 버텼다. 유엔 평화유지군(PKO)은 유엔헌장 제7장을 원용한 결의안에 의해 구성되지만 '감시자' 역할만 할 수 있을 뿐 독자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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