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와 쇠파이프.. 7년前 그 때와 같았다

김성환 입력 2015. 11. 16. 04:50 수정 2015. 11. 1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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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 모였던 민중총궐기대회 위험천만

14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차벽을 무너뜨리려 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민주노총, 전농 등 참가단체들은 집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규탄하고 청년실업, 쌀값 폭락, 빈민 문제 등의 해결책 마련을 요구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가 모였던 14일 민중총궐기대회. 해가 질 무렵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이 시작되자 서울 광화문광장을 살피던 기자는 7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차벽, 물대포, 최루액, 쇠파이프, 횃불…. 활극 영화에서나 볼 법한 도구들이 어김 없이 등장했고, 우려는 금세 현실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차벽이 눈에 들어왔다. 2008년 처음 선보인 ‘명박산성’보다 더욱 견고해진 경찰버스 띠 행렬은 물샐 틈 없이 시위대의 북쪽 행진을 막고 있었다. 여기에 시위 수위가 높아지면서 물대포와 캡사이신 최루액이 더해졌다.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파바’라 불리는 최루액 성분이 섞인 물대포를 맞고 맥없이 쓰러졌다. 경찰 분사기에서 뿌려진 최루액을 맞고 기침을 내뱉는 참가자도 부지기수였다. 캡사이신은 최루탄의 인권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경찰이 새롭게 내놓은 시위진압 수단이다. 최루탄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농도가 약하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사람의 피부에 닿으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급기야 한 60대 농민은 머리에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아 지금도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 기자 곁에 있던 집회 참가자 박모(28)씨는 “평범한 시민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살인 도구가 과연 경찰이 주장하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변하지 않은 건 시위대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이 설정한 질서유지선이 무너지고 집회 참가자들이 북상을 시도하는 도중 일부는 쇠파이프를 꺼내 들었다. 밧줄을 이용해 경찰버스를 끌어 내리려는가 하면, 심지어 버스 주유구에 불을 붙이려는 위험천만한 장면도 포착됐다. 오후 9시가 넘어서자 세종로 사거리 파이낸스센터 앞에는 지난해 5월 노동절 집회 때 선보였던 횃불까지 등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횃불을 그대로 경찰버스에 던지면 화염병처럼 처벌이 가능한 흉기로 간주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손목 힘줄이 절단되는 등 경찰 부상자가 속출했고, 경찰버스 3대는 완전히 파손됐다.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순수한 비폭력 집회ㆍ시위를 원했던 참가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나 둘 자리를 떠야 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폭력 시위와 과잉 대응으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법치가 실종되는 후진적 집회ㆍ시위 문화를 극복하자는 반성이 적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폴리스라인을 제대로 지키기 시작했고, 화염병 같은 극단적 폭력 도구도 자취를 감추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야간 집회와 시위에 부당한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의 잇따른 결정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의 시위와 진압은 그간의 노력을 원점으로 돌린 것 같아 더욱 허망했다. 국사교과서 국정화로 인해 고양됐던 비판세력의 동력이 폭력 집회로 인해 상당 부분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60대 농민을 중태에 빠트리고도 과잉진압으로 볼 수 없다는 경찰의 공식대응은 2006년 FTA 반대집회에서 2명의 농민이 경찰 진압으로 사망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차벽을 무너뜨리려 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민주노총, 전농 등 참가단체들은 집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규탄하고 청년실업, 쌀값 폭락, 빈민 문제 등의 해결책 마련을 요구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집회ㆍ시위의 자유와 법치질서의 확립이란 두 가지 가치는 어느 한쪽으로 수렴하기 어려운 관계다. 그래서 양비론에 대한 비판을 무릅쓰더라도 이번에는 양측 모두에 의식 변화와 제도 개선 노력에 힘써 달라는 주문을 할 수밖에 없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집회 참가자들은 물리적 충돌을 해야만 어느 정도 뜻을 관철했다는 전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고, 경찰도 통제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사후적 책임을 일정 틀 내에서 자율적으로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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