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받은 문재인, 왜 또 사퇴론에 휩싸였나

이주영 입력 2015. 11. 1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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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새정치 비주류의 공천권 공세, 주류가 명분 제공한 측면도

[오마이뉴스 이주영 기자]

'재신임 카드'로 리더십 위기를 한 고비 넘겼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또 다시 사퇴론에 직면했다. 당내 비주류 세력이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세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에 밀려 한동안 조용하던 비주류는 이번 주부터 세력 결집에 나서는 등 공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당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의식해 잠시 몸을 낮췄지만, 시기적으로 더 이상 공천 대응을 늦추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국정교과서를 저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결국 총선에서 이겨야 야당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총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이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안을 두고 다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지난 12일 국민대 강연에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들고 나왔을 때 '싸울 것은 싸우고 고칠 건 고치자'고 했지만, 당내에서는 '국정교과서로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를 비판하지 말라'는 비판도 나왔다"라며 "그러나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국민은 갈수록 많아지는데 우리 당의 지지도는 더 떨어졌다, 야당이 국민 뜻을 받아 실제 성과를 내리라는 신뢰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지금 상태로는 총선에서 질 것이라고 본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꿔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라 강조했다.

공천 주도권 확보 나선 비주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한반도평화안전보장특위원장이 지난 8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비주류의 정치적 목표는 지도체제 개편이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문 대표와 주류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뜻이다. "호남 민심이 안 좋다", "문 대표 체제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주장 역시 공천을 두고 주류-비주류가 벌이는 샅바싸움과 맞닿아 있다.

이들은 문 대표가 물러난 뒤 당의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통합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 역시 당의 수장이 아닌 상태로는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대표직 사퇴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지도부 전체가 2선으로라도 후퇴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문 대표가 참여하더라도 다른 인사들과 똑같이 'N분의 1'의 권한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12일 문 대표와 단독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채널A에 출연해 "문 대표가 N분의 1로 참여하는 조기 선대위를 구성하든지 물러나든지 해서 대권의 길로 간다면, 당신도 살고 우리 당도 살 수 있다"라는 뜻을 전했다.

천정배 무소속 의원 등을 포함하는 통합전당대회를 개최해 총선 예비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영선·민병두 의원 등 중도 성향의 중진들이 참여하는 '통합행동'은 내년 1월께 통합전대를 여는 방안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최근 비주류 의원들과 함께 '정치혁신을 위한 2020모임'을 꾸린 문병호 의원도 "통합전대가 가장 명쾌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사퇴론에 휩싸인 문 대표와 주류 쪽은 비주류가 또 다시 '문재인 흔들기'에 나섰다고 보고 공개적인 대응을 자제하려는 모습이다. 문 대표는 박지원 의원과 지도체제 개편 문제로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났지만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앞서 통합전대 요구가 나왔을 때도 "지나간 이야기 아닌가"라고 일축했고, 조기 통합선대위 구성을 두고도 "때가 되면 이야기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특히 당내 주요 인사들을 전부 포함한 통합선대위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계파 나눠먹기식으로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통합전대 역시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상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한편에서는 비주류를 향한 서운한 감정도 감지된다. 문 대표 쪽의 한 관계자는 "당력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시점에 대표 사퇴를 얘기하는 것은 내부에 총질을 해대는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주류 쪽과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공천권을 나눠먹자는 얘기를 대놓고 하면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나"라며 "맨날 문 대표에게 민심을 읽으라고 할 게 아니라, 본인들부터 뭐가 문제인지 돌아봐야 한다"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재신임에도 당 장악 못한 문재인

▲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인선 발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지난 7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해 10명으로 구성된 위원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비주류의 사퇴 압박을 자초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재신임 논란 때 확보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을 장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총선 체제를 위한 기반 마련도 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는 재신임 카드를 내놓을 당시 "재창당에 가까운 뉴파티(New Party, 새로운 정당) 비전을 밝히겠다"라고 약속했지만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구상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당내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등은 성명을 통해 "총선 승리를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라"라고 요구했다. 문 대표 스스로 비주류가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문 대표 쪽은 총선 체제 방안으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기구를 구성하기 위한 행보는 요원하다. 안철수 의원은 "세 사람이 무조건 손만 잡으면 우리 당의 살 길이 열리는지 묻고 싶다, 지금 (당의)상황이 너무 엄중해서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현안 대응과 동시에 내부 갈등을 관리하는 것이 당 대표의 역할"이라며 "문 대표가 국정교과서 이슈만 믿고 공천 문제 등에 적극 대응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대응으로 비주류 쪽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던 문 대표 쪽의 전략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대표가 지금 중심을 잡지 못하면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들어가서 감당하지 못할 내홍이 터질 것이다, 비주류의 요구를 어떻게 끌어안을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덧붙였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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