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서 사상검증.."국민일꾼 아닌 정권친위대 뽑나" 비판

입력 2015. 11. 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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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권·학계 비난 봇물

학계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
국정화 반대 답할 수 있겠나”
‘특정이념 강요’ 질문 꼬집어
야당선 “유신 사무관 선발하나”
정부 “다양한 면접위원 참여해…”

국가직 공무원 5급 공채(행정고시) 최종 면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국민 자격이 없는 자 등을 물은 것(<한겨레> 11월12일치 6판 1면)을 두고 ‘사상 검증을 통한 공무원 선발’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야당은 “‘유신 사무관’을 선발하는 것이냐”고 비판했고, 학계에서는 “공직자에게 당파적 질문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2일 새정치연합 정책조정회의에서 “행정고시 2차 합격자 130% 중에서 30%를 탈락시키는 최종 면접에서 올해 갑자기 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서 새마을운동, 종북세력들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5급 행정고시는 제2의 유신 사무관 선발을 하는 듯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유신 사무관은 유신정권 시절 5급 사무관으로 특채된 사관학교 출신 공무원을 말한다. 이 대표는 “면접이 사상 검증 과정으로 바뀌었다. 박근혜식 ‘진실한 사람’, ‘애국보수우익’이 돼야만 합격시키는 것으로 행정고시가 변질됐다면 그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역사교과서는 1970년대로 후퇴했고 행정고시 면접에서는 새마을운동을 묻는 사상 검증이 시작됐다. 선진국은 아이티(IT)로 앞서가는데 우리는 한 손에는 국정 교과서, 다른 손에는 새마을정신을 들고 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성주 정책위 부의장도 “조선시대에도 왕에 대한 충성을 묻는 시험은 없었다. 공무원은 정권의 친위대가 아니라 국민의 공복이다. 이런 추세라면 국정 교과서 발행 뒤 대입 수능시험에도 국정 교과서 찬반, 새마을운동 지지 여부, 종북을 묻는 시험문제가 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자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름을 알리지 말아 달라는 한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자에게 국가관을 물어보는 건 있을 수 있지만, 당파적으로 응답이 엇갈리는 문제에 대해서 어느 쪽이냐고 답을 기대하는 질문은 보통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31일 진행된 행정고시 면접의 질문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없는 자는 어떤 사람인가’ 등이었다고 응시자들은 전했다. 또 ‘국가에 체제 전복 세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응시자도 있었다. 이 교수는 “어느 응시자가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교육과 학문의 자유 때문에 국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는 “국정 교과서에 대해 좌우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다양성에 대한 문제로 보는 사람도 있다. 이 문제로 공무원의 국가관과 자질을 검증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날 해명 자료를 내고 “면접위원 378명에게 제공한 면접 관련 자료에는 국정화, 종북세력과 같은 내용은 없었으며 면접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위원들이 참여해 진행됐다. 사상 검증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송경화 김진철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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