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이은결 편집 논란에 들어 있는 세 가지 의미

정덕현 입력 2015. 11. 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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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의 편집권은 과연 MBC의 고유권한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인터넷으로 방영된 편집되기 전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보지 못한 터라 이은결이 했다는 그 ‘국정교과서 풍자 마술’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다만 기사에 나온 내용을 보면 이 마술이 직접적으로 ‘국정교과서’를 표적으로 삼았는지는 알 수 없어도 꽤 의미심장했다는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케이스 젠킨스가 쓴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라는 책을 들고 나와 방송작가에게 책의 페이지를 임의로 고르게 한 후 책을 덮는다. 그 때 옆에 있던 보조 마술사 두 명이 책을 펼쳤다 덮었다 하면서 그 와중에 작가가 고른 페이지를 찢으려 한다. 이은결은 이들을 제지하며 “이런 거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단 말이야”라고 말한다. 나중에 다시 책을 확인한 작가는 자신이 골랐던 페이지가 찢겨져 보조마술사들의 오리가 낳은 알 속에 구겨진 모습으로 들어있는 걸 알게 된다.

이 편집된 방송분량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풍자’로 해석했다. 따라서 이런 편집이 “현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공식 논평했고 “국정교과서 풍자로 이은결의 마술이 편집된 것이라면 이제 정부는 시청자들이 보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의 국정화에도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MBC는 이런 주장이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MBC는 “이은결 씨의 마술이 담긴 해당 영상은 책의 페이지를 알아맞히는 것으로, 보는 사람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하고 즐길 수 있는 장면”이었고 따라서 “유독 ‘국정교과서 풍자’로만 해석돼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영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MBC의 공식입장에도 애매한 점이 있다. ‘역사책’이 아닌 ‘책’이라고 표현된 점은 아무래도 이 마술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풍자로 비춰지는 걸 저어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MBC도 이 마술이 ‘국정교과서 풍자’로 비춰질 수 있다는 걸 단호하게 부정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즉 공식입장의 내용은 ‘국정교과서 풍자’가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라 ‘유독 국정교과서 풍자로만’ 해석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데 ‘유독 국정교과서 풍자로만’ 몰아가는 것에 유감을 표한 것이다. MBC의 입장대로 그 마술을 굳이 국정교과서 풍자로만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또 거꾸로의 논리도 타당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즉 왜 그 마술을 국정교과서 풍자로 보면 안 되는가. 그렇게 보면 큰 일 날 일이라도 있는가.

MBC는 편집의 이유에 대해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편집문제를 제기한 시청자들은 거꾸로 생각했을 수 있다. 그 편집된 부분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장면을 통편집한 것이 의아해서 문제제기를 했을 수 있다.

결국 이것은 방송이 결국 누구의 것인가의 문제일 수 있다. 물론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MBC의 프로그램이니 그 편집권은 MBC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런 권한이 주어졌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편집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사 그걸 원하는 시청자가 소수라 편집했고 그래서 그들의 문제제기가 나왔다고 해도 그것 또한 수용해야 하는 게 방송사가 해야할 일이 아니냐고.

그래서 사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이은결 방송 분량 편집 그 자체는 그리 중요한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편집에 의해 나타나는 반응들과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대중들의 우려, 그리고 나아가 ‘편집’이라는 권력이 어떻게 작동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더 중요하다.

흥미로운 건 이 사안에서 우리는 세 가지 종류의 ‘편집’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담긴 의미를 마주하게 된다. 그 첫 번째는 이은결의 마술 속에 등장하는 ‘특정 페이지를 사라지게 하는’ 편집이다. 두 번째는 이 교과서 국정화를 풍자했다고 얘기되는 장면의 통편집이다. 세 번째는 이 사안의 밑바탕을 제공하고 있는 국정교과서가 갖고 있는 ‘편집’의 이미지다.

안타깝게도 인터넷 방송에서는 분명히 나왔던 그 역사책을 갖고 하는 이은결의 마술 분량을 많은 이들은 보지 못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풍자를 어떤 방식으로 담은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자 오히려 이야기가 분분해진다. 왜 그걸 편집했냐는 말들이 나온다. 하나로 국정화하며 편집될 수 있는 어떤 것들은 결국 이번 <마리텔> 사안이 보여주는 것처럼 오히려 많은 말들과 대결들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이것은 방송 프로그램이든 교과서든 편집이 조심스러워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 연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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