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국정화 '헌법 심판대'에 올랐다

입력 2015. 11. 11. 20:06 수정 2015. 11. 1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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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교육받을 권리’ 침해 등 이유들어
국정화 고시 헌법소원심판 청구

헌재가 인정한 ‘학교선택권’ 근거로
대리인 “이념아닌 법리로 판단해야”
‘보수재판관 많아 위헌어렵다’ 전망도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헌법재판소(헌재)의 위헌심판을 받게 됐다.

경기도 부천의 한 초등학교 4학년인 장아무개(10)군과 어머니 서아무개씨는 11일 “헌법상 ‘교육받을 권리’와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에서 비롯되는 교과서를 선택할 권리가 침해됐다”며 국정화 행정고시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청구서에서 “교과용 도서의 저작·발행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과 지난 3일 교육부가 2017년 3월부터 중학교 역사교과서,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겠다고 고시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은 모두 위헌이다”고 주장했다.

청구인들은 2012년 헌재가 헌법상 ‘자유롭게 교육받을 권리’에 따라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인정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자유롭게 교육을 받을 권리’에는 교과서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또 교과서 국정화가 ‘학교 교육에 관한 기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31조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고시와 같이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형식으로 교과서 국정화가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청구인들은 “국정 역사교과서는 교육부를 관할하는 대통령과 정파의 영향에 따라 내용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소송대리인이자 장군의 아버지인 장덕천 변호사(50·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아들이 제대로 된 역사관을 가진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됐다. 헌재가 국정교과서 문제는 이념이 아닌 법리에 따라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의 판단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하는데, 보수 성향 재판관이 다수인 헌재 구성상 그럴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는 8대1의 압도적 결과로 정당해산이 결정됐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재판관들 중에선 기본권의 제한으로 얻는 공익이 더 크다며 국정교과서는 합헌이란 의견을 낼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민변이 한때 위헌심판 청구를 검토했다가 유보한 것도 이런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구인 쪽은 과거 헌재 결정 등을 근거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헌재가 1992년 중학교 국어 국정교과서를 국가 재량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도, “국정제 보단 검·인정, 자유발행제가 헌법의 이념을 고양한다”, “국사(역사) 교과서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조영선 변호사는 “92년 헌재 결정 이후 20여년이 지났다. 그만큼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더 강해졌기 때문에 위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헌재 파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합헌 논리를 구성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마치 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릴 때 동원했던 ‘관습헌법’처럼 무리수를 둬야 하는데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훈 서영지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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