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행정고시 최종 면접서 '사상 검증'.."국정화·박정희·종북세력 질문"

정대연 기자 입력 2015. 11. 11. 17:19 수정 2015. 11. 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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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진행된 5급 행정고시 최종 면접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면접 참가자는 ‘공무원으로서 종북세력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묻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11일 참가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달 30~3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2015년도 5급(행정) 국가공무원 공채 면접시험’에서 국정화를 비롯해 ‘새마을운동’, ‘경부고속도로’, ‘한강의 기적’, ‘종북세력’ 등이 언급됐다. 참가자들은 “‘올바른’ 국가관과 애국심을 강요하는 듯한 질문이 계속됐다”고 했다.

지난해 면접 때는 “의회입법과 정부입법, 기자와의 관계 속에서 알권리와 업무 연속성의 조율 등 주로 ‘업무상황에서의 딜레마’를 묻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고 당시 참가자가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 선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이 올해 공무원 선발 과정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명 ‘고시촌’에서 한 학생이 게시판을 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올해 면접 참가자 ㄱ씨는 “면접관이 ‘공무원으로서 종북세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말해보라’고 질문했다”고 말했다.

두 팀으로 나누어 진행한 집단토론에서는 “국제개발협력사업 진행시 물적 인프라를 먼저 지원해야 하는지, 교육·사회·문화 등 의식적 측면의 인프라를 먼저 지원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토론 때 “개발도상국에 우리나라와 같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려면 둘 중 어떤 지원을 우선 해야하는지”를 묻는 취지의 자료가 제시됐다. 또 경부고속도로와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각각 물적·의식적 인프라 사례로 등장했다.

자기기술서 주제로는 ‘우리나라가 눈부신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요인’, ‘자유민주주의를 준수하는 행동과 저해할 수 있는 행동’을 제시했다.

그룹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청렴문화 확산 방안, 국가상징물 홍보 방안, 존경받는 공직사회 구현 방안을 제시하도록 했다. 또 다른 참가자 ㄴ씨는 “국가상징물로 어떻게 애국심을 고취시킬 것인지 물었다”면서 “태극기 가로·세로 비율과 그리는 방법도 질문했다”고 전했다.

행정고시 최종 면접 참가자가 디시인사이드 행정갤러리에 올린 면접 내용|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행정고시 준비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증언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디시인사이드 행정갤러리에 “난 (면접) 이틀간 한강의 기적, 비약적인 경제발전, 새마을운동 이딴 글을 너무 많이 본 듯? 토론 주제도 개발도상국에 우리나라와 같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려면 어떤 지원을 하는 게 좋냐 이런 거였고… 사례라고 자료로 주어진 게 새마을중앙운동본부인가 여기서 했던 거 보여주고… 자기기술서 질문에도 우리나라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뭐겠냐 물어(봤다)”면서 “지도자의 리더십 혹은 정부주도의 계획 이런 거 안 썼으면 아마 이놈은 탈락일 듯”이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틀 내내 애국, 청렴, 경제성장 원동력 강조하는 듯. 했던 말 또하고 또하고”라고 적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 “그냥 반대 측에서 우려하는 바를 해결할 수 있으면 해도 된다고 (했다)”, “절반 이상의 조에서 (국정화에 관해) 물어봤다더라”는 글도 올라왔다.

행정고시 최종 면접 참가자가 디시인사이드 행정갤러리에 올린 면접 내용|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참가자 ㄱ씨는 “이틀 동안 사상 검증 당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면접이 끝나고 ‘이런 거 대답하려고 면접을 준비했던 거였냐’, ‘이런 걸로 공무원 뽑아서 애국심이 고취되겠냐’는 말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 “면접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평소 생각대로 이야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올해 보니 면접 강화가 아니고 머릿속에 빨간물 들은지 아닌지로 바뀐 듯”, “올해부터 면접 때 사상검증해서 애국보수우익 아니면 다 떨어뜨릴려고 하는 것 같은데”라는 글이 올라왔다.

행정고시를 주관하는 인사혁신처 복수의 관계자들은 “면접 문제는 위촉한 시험위원들이 출제한다”면서 “내일(12일)부터 국가직 7급 면접이 진행돼 위원들이 고시센터에 외부와 연락을 차단한 채로 들어가 있어 다음주 초 이들이 외부로 나와야 정확한 출제 경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매해 말 사이버국가고시센터 홈페이지에 그해 시험위원을 공개한다. 행정고시 최종 합격자는 오는 18일 발표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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